작가명 : 서하
작품명 : 묵시록의 기사
출판사 : 발해
비평란에는 처음 글 써보는군요.
직접적인 미리니름은 거의 없으니 책 안보시고 봐도 큰 상관은 없을 것 같긴 합니다. 근데 이거 책 안읽으신 분은 봐도 뭔소린지 잘 모르겠군요.
오랜만에 읽어보는 짧고 굵은 소설입니다. 별 생각 없이 봤는데 참 재미있게 봤군요. 문장이라 던지, 내용 구성 등은 충분히 좋았을 뿐더러 저는 언급할 능력이 안되므로 몇 가지 거슬리는 부분만 한번 써보자 합니다.
1. 지나친 정치색
뭐 사실 별 작품의 평가에 있어서는 별 상관없는 요소입니다만.
작가 분의 성향과 반대 되는 사람이 이 책을 읽을 경우 매우 불쾌해질 수 있습니다. 뭐 어짜피 이런 종류의 책을 읽는 사람중 작가 분의 성향과 완전하게 반대되는 성향을 가진 사람이 몇이냐 되겠냐만은...
뭐 사실 내용만 보면 여태까지 나온 장르소설이나 만화 등에서 다루어진 수준에서 벗어나는 수준은 아니며 논픽션인 시대정신과 비교하면 픽션인 이 작품에 나오는 정도의 수위는 애교겠지요. 그러나 현실과의 조합이 완전히 직접적이라 문제가 좀 될 수 있어 보입니다. 뉴라이더, 이종삽 등의 책에 나오는 인물과 단체 등이 아주 조금만 생각해보면 현실의 어디와 누구를 지칭하는지 바로 나옵니다.
2. 서브리미널-컨트롤의 비현실성
이 작품은 장르 자체가 판타지나 게임소설이 아니라 일반소설이죠. 실제 배경도 현실이고, 특별히 초현실적인 내용이 별로 등장하는 것도 아닙니다만 유일하게 서브리미널-컨트롤은 초현실적인 소재더군요.
일반적으로 장르문학에서는 이보다 훨씬 초현실적인 소재를 많이 다루는데 왜 그러느냐라는 질문을 던질 수도 있겠습니다만 묵시록의 기사는 매우 잘 쓴 작품이며 상당히 몰입도가 높은 작품이지만 읽는 사람은 이 것을 판타지로 보는 것이 아닌 일반문학의 잣대로 평가를 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읽는 내내 약간이긴 하지만 거슬리긴 하더군요.
게다가 저렇게 쉬운 방법으로 사람을 직접, 강제적으로 통제 할 수 있게 된다면, 아무리 세계적으로 정부들과 그 정부의 기관들이 그 기술을 정부가 원치 않는 용도로 쓰이는 것을 막으려 한다 하더라도 세계 곳곳에서 사건 사고가 안 터질래야 안 터질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서브리미널-컨트롤이란 소재를 쓰되 선 최면 후 서브리미널-컨트롤에 의한 각성 같은 식으로 한다면 좀 더 현실적으로 보이지 않았을까 합니다. (물론 그렇게 할 경우 사용 범위가 극도로 제한 되어 소재로 쓰기 상당히 힘들어지겠지요.)
3. 작품 내 게임의 비 현실성
역시나, 게임판타지는 이거보다 훨씬 막장인데 왜 그러느냐... 이럴 수도 있겠습니다만 잘 쓴 작품이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야 겠죠.
일단, 더 로드란 게임은 고등학생들이 미친 듯이 즐기는 게임입니다.
그러나 게임의 내용을 들여다 보면 19금 정도가 아니라 아예 판매 불가 수준의 수위더군요.
게임 내에서 약탈, 방화, 폭력, 살인, 강간이 가능한데, 다른 것들은 몰라도 강간은 게임 내에 들어가면 무조건 성인용 게임 이상이라 봅니다. 게다가 게임이 가상현실 게임이라는 것을 미루어볼 때 작품 내에서 등장하는 게임의 수위로 보아서는 약탈~살인까지의 행위가 상당히 사람의 정신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칠 정도의 수위로 게임 내에 등장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작품 내에서 등장하는 묘사를 몇 구절 쓰자면
- 죽은 자들의 목을 자른 다음, 턱에 구멍을 뚫고 나뭇가지에 그것을 꽂아놓았다. 잘린 머리들은 텅 빈 눈으로 어둔 밤 하늘을 응시했다.
- 토담집 문간에는 젊은 여자가 벌거벗은 다리를 쩍 벌린 기괴한 자세로 죽어있었다. 짐승들에게 능욕을 당한 것이 분명했다. 심하게 부풀어 오른 음부가 그것을 증명했다. -
참고로 말하자면, 우리나라에서는 던전앤파이터 일반버전이 18금입니다. 물론 청소년 버전이 따로있긴 합니다만 18금 버전도 딱히 잔인하다는 느낌은 전혀 안 들더군요.
이것을 설명할 책에 안 나온 가능성 몇 가지를 점 쳐보자면
가. 청소년 버전이 따로 있다 : 어느 정도 가능성이 있습니다만, 더 로드란 게임은 도저히 수정을 해서 청소년 버전을 만드는 것이 무리로 보입니다.
나. 청소년은 할 수 없으나 무단으로 게임을 즐긴다 : 이 것도 가능성이 좀 있긴 합니다만, 작품 내에서의 분위기로 볼 때 그런 것 같지도 않고 만약에 그렇다면 심각한 사회적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결정적으로 기계 자체가 매우 비싸 보이므로 청소년이 부모님 몰래 게임을 즐긴다는 것은 절대 불가능해 보이는군요.
GTA정도의 게임도 모방범죄가 일어날 수 있다고 미국에서 심심하면 까이는 수준입니다. 저는 현재의 게임 정도로는 살인 같은 중 범죄에 게임이 결정적인 요소가 된다고 보지는 않지만 더 로드라는 게임은 충분히 가능성이 있어 보이네요.
그리고 2권에서 게임의 엔딩의 돌발상황의 경우에도 약간 이상함을 느꼈습니다.
그 장면을 보기 전에는 별 생각이 없었습니다만 게임의 시나리오가 유저에 의해서 결정된다는 것은 당연히 단일서버를 의미하겠지요. 서버가 여러 개라면 상식적으로 유저에 의해서 시나리오가 결정될 리가 없으니까요. 의문점이 몇 가지가 생기는데,
가. 엔딩 장면에서의 성녀의 대사는 한글인가? 일어인가? 영어인가? 아니면 3가지가 동시에 나오는가?
나. 게임 내에서 "실제 육성이 아니라 자막이지만" 이런 대사가 있는데, 더 로드는 음성 채팅을 사용하는 게임이 아니던가? 왜 그 장면만 자막인가? <- 1번에서의 질문과 연관해서 각 국의 언어를 동시에 출력하기 위해서 그랬을 수도 있습니다만... 뭔가 그럴 경우 장면 자체가 상당히 보기 껄끄럽군요.
다. 만약 제가 소설의 내용을 잘못 이해 한 것이기에 더 로드라는 게임은 키보드 채팅을 쓰는 게임이라면 전반적으로 말이 안 되는 부분이 생깁니다. 감각이 게임 내에 완전히 동화 되지 않는 다는 것인데, 그럴 경우에는 주인공이 무의식 중에 주머니에 손을 넣는 행위 같은 게 말이 안되게 되죠. 현실의 손과 게임의 손을 동시에 지각한다? 상상하기 힘들군요.
라. 게임 내의 모 단체는 NPC가 아닌데 게임 내에서 죽었다는 설정이 나온다?
- 이 부분도 상당히 이상한데, 만약 더 로드라는 게임이 한번 죽으면 캐릭터가 실제로 죽는 그런 게임이라면 말이 됩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그런 시스템을 사용하는 게임은 극도로 드물며 더 로드가 그런 시스템을 쓰고 있으리라고는 상상하기 힘들군요. 그런 시스템을 쓰지 않는다는 전제가 있을 경우 상황 자체가 매우 웃기는 상황이 됩니다. 그럴 경우에는 그 단체의 유저가 단체로 게임을 접고, 게임 회사가 그 현실을 반영하여 다 죽었다... 라는 설정을 도입하는 건데 납득이 안 가는군요.
뭐 제가 쓴 것들은 제가 착각한 것일 수도 있고, 남들은 신경도 안 쓰는 부분이며, 작품에서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부분을 쓸데 없이 지적한 것일 수도 있지만 한번 써봅니다.
다시 한번 말하자면, 묵시록의 기사는 제가 오랜만에 본 매우 좋은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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