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브레이크 헬
작가 : 독불
출판사 : 일반연재 중
현판물과 무협으로 대표되는 문피아에서 판타지를 쓰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비단 문피아만의 성향만은 아니다. 이미 판타지 1세대로 정의되는 드래곤 라자나 데로드&데블랑 등의 한국형 판타지가 등장하고 나서, 수 많은 작품들이 무수히 많은 작가들에 의해서 실험되어졌다. 그리고 현재처럼 그 기틀이 완전히 고정되었을 때, 판타지는 신선함을 잃고 그 자리를 다른 장르에게 내주고 있는 형편이다.
그런 측면에서 판단할 때, 이 작품은 고전적인 중세 판타지를 표방하면서도 새로운 요소를 곳곳에 첨가하고 있다. 쉽게 말하자면, 약간의 밀리터리와 능력자 물이 첨가되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물론 24화의 편수로는 완벽하게 확신할 수 없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필자는 이 소설에서 큰 흥미는 느낄 수가 없었다. 아마 예전부터 판타지를 다독했을 독자라면 비슷한 느낌을 받았을 거라 생각한다. 익숙한 전개, 그러나 신선하지 못한 내용과 소재들... 특히, 이 소설 고유의 ‘맛’ 이 부족하고 느낀다.
서평을 이렇게 두고, 24화까지 본 내용을 평가해 본다.
1. 감정이입이 힘든 ‘어린 아이’
가장 먼저 부딪힌 난관은 처음부터 등장하는 이 야생의 꼬마 아이에 감정이입이 힘들다는 점이다. 이 문제는 여주물에서 나타나는 문제점과 완벽히 동일하다. 어떤 인물의 어린시절을 이렇게 길게 적는다는 것은 분명한 마이너스 요소인 것이다. 왜냐하면 독자들은 주인공의 성격이나 인생관으로 감정이입을 해야하는데, 이런 어린 아이의 시선으로 자신의 시선을 맞추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주인공에 대해서 전혀 동질감을 느끼지 못하는데, 어떻게 계속 소설을 읽고 싶어지겠는가? 최대한 빨리 주인공을 성장시키든, 아니면 이 철없는 꼬마를 어떻게든 문명화시키라고 조용히 조언해본다. 절세의 지략가든, 희대의 살인마든, 독자는 주인공이 인생을 살아가는 과정을 느끼고 싶어한다. ‘육아 일기’ 같은 것을 보고 싶어하는게 아니라는 얘기다.
2. 마법과 이능력이라는 장르의 지루함
솔직히 이것 때문에 프롤로그에서 접을까 생각했었다.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판타지에서 서클이라는 단위가 먹히는 시절은 지난 것 같다(요새 마법 장르가 귀한 것과도 연관이 있을 것이다). 게다가 아마 이능력으로 보이는 ‘어빌리언’. 이것 역시 식상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이 단어를 ‘소드 마스터’ 로 대체한다고 해도 다들 알아볼 수 있지 않을까? 무언가 차별화를 시도했으나, 안타깝게도 현재까지는 그 독특한 성질을 알아볼 수는 없었다. 좀 더 크게 보자면 가장 큰 문제점은 어정쩡하다는 것이다. 이 작품 전반에는 기존 판타지와 새로운 퓨전 요소를 각각 한 발씩 걸치고 있는 분위기가 흐른다. 완전히 기존 틀에서 탈피하든지, 아니면 철저하게 고전적인 중세 판타지를 그려야한다. 애매함은 작품을 희미한 회색빛으로 물들일뿐이다.
3. 2화에서 나타나는 덩어리진 설명의 범람
다행히 그 뒤로는 크게 나타나지는 않는다. 하지만 때때로 몇 줄씩 나타나 독자를 괴롭힌다. 설정란으로 따로 빼던지(이것도 그리 좋은 방법은 되지 못하지만...), 아니면 더 자연스럽게 녹일 방법을 연구해 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3. 7738부대 이야기의 연속. 중심을 잡아줄 인물의 부재.
사실 이게 가장 중요한데, 7738부대의 이야기는 흥미가 떨어진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다들 엑스트라 같기 때문이다. 일호, 이호, 삼호... 이런 사람들에게 흥미를 붙일 독자는 없고, 그나마 기억할만한 조장이라는 사람도 약간 거칠다는 것을 제외하면 특징이 전무하다. 만약 그 야생적인 꼬마 아이가 주인공이라면, 최대한 빠른 시일 내로 중요하거나 독특한 인물을 만날 필요가 있다. 이미 이야기는 24화를 달리고 있다. 적어도 10화 내로는 라이벌이나 히로인, 또는 대단한 실력의 조력자를 만날 필요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군상극을 쓸 생각이 아닌 이상 이런 인물들을 자세히 쓰는 것은 필력의 낭비라고 말하고 싶다. 어차피 주인공이 성장하면서 희미해질 인물들. 이런 인물들보다는 좀 더 멋진 인물들을 붙여보는 것이 어떨까?
4. 지형에 대한 설명은 줄여도 좋습니다
어차피 독자들은 읽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풍경을 묘사 해야할 때는 그 지형에 대해서 ‘직접적으로’ 주인공들의 행적이 관련되어 있을 때이다. 예를 들면 전략적인 행동의 기반이 되는 장소라든지, 혹은 주인공들이 지나가는 광경을 묘사할 때 같은 시점을 말한다. 딱히 직접적으로 연관도 없는데 미리 소개해 보아도, 독자들은 해당 문단을 건너뛸뿐이다. 필요할 때만 자세히 묘사하는 것이 작가나 독자에게도 피로함을 덜어준다.
5. 19화부터 등장하기 시작하는 로기우스
간단한 제안 - 최대한 빠르게 주인공과의 접점을 만들어야 한다. 물론 동떨어진 인물의 활동이 필요할 때도 존재한다. 어떤 사건의 기폭제가 되는 인물이나, 회상등을 쓸 때 말이다. 다만 그 외의 경우라면 어떻게든 주인공과의 접점을 빨리 이을 필요가 존재한다. 라이벌은 주인공을 인식해야하며, 조력자는 그의 행적을 빠르게 눈치채야 한다. 그들 각각의 사건이 중요해지는 것은 어디까지나 주인공과 만난 이후라고 볼 수 있다. 독자의 이목은 전부 주인공에게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군상극이 아닌 1명의 주인공을 다룬다면, 모든 사건을 그에게 연결시켜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6. 1인칭의 과도한 사용
3인칭과 1인칭의 혼용은 나쁘지 않다. 하지만 과도한 1인칭은 때때로 독자를 혼란스럽게 만든다. 특히 주인공이 아닌 다른 인물의 시점에서의 1인칭은 아끼고 아껴서 사용한다는 원칙이 필요하다.
7. 총평
사실 50편은 되어야 작품을 평가할 수 있을 것 같다. 아직까지는 스토리 방향과 주인공의 특징조차 묘연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판타지 세계관 내에서 군사적인 배경으로 시작한 것과 이능력적인 설정은 좋았지만, 주 요소라고 생각되는 야생의 꼬마아이는 흥미가 끌리지 않는다. 주인공을 더 몰입감 있게 만들고, 작가만의 독특한 설정을 더욱 가미해야 한다(지금 막 생각난 거지만, 차라리 공주나 여왕 같은 히로인을 빨리 등장시켜서 야생의 아이를 키우는 설정도 괜찮았을 것 같다. 물론 어디까지나 필자의 취향이지만...). 아직 24화, 완전히 방향이 정해지지 않은 시점이다. 더욱 심도있고 개성있는 소설로 변모하기를 바란다.
브레이크 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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