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전혁.
작품명 : 신궁전설 (神弓傳說) 1-9권
출판사 : 파피루스.
우선 전혁님의 글은 신궁전설 이전에 '절대비만'(문피아에서 연재된 부분)만 봤던 걸로 기억합니다. 신궁전설을 보기전에 작가님을 알고 봤다기 보다는, 제목에 이끌려 책을 들었습니다.(활을 사용하는 주인공은 예나 지금이나 많은 건 아니니까요.) 사실 이때문에 이 책에 대한 비평글을 적어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웃음)
1. 대략적 줄거리..
고금제일의 천재, 고진은 절세기연을 만나 제갈량 이후 실전된 진법을 사용할 수 있게 되고, 이후 신궁을 얻게되는데 이를 통하여, 절세고수로 거듭나 악의 무리인 마도맹과 부딪치게 되는데...
2. 주인공
주인공, 고진은 천재라는 수식어도 모자라는 고금제일의 천재로 나오고 있습니다. 사실 많은 무협을 보면서 별의별 천재를 다 만나보지만...이번 주인공은 먼치킨을 어느정도 좋아하시는 분이 보더라도 약간은 거부감이 들 정도의 수준이라 할만합니다.
모든 책을 한번 읽으면 까먹는 법이 없고(심지어 몇줄,몇단에 무슨내용이 있다라고 기억할 정도..), 그 내용에 대한 이해는 학계의 거두들이 감히 엄두도 못낼만큼 뛰어납니다. 못하는 외국어는 없으며, 심지어 모르는 외국학문 역시 없을 정도 입니다.
한마디로 학문에 있어서는 말그대로 신神, 그 자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주인공이 아직 약관의 나이라는 것...
재미있는 것은 이러한 주인공이 말도 못하게 순진하다는 것입니다.(예컨대 북경에 유학을 왔을때 무일푼에 하숙비 낼돈이 없어서 막노동을 한다던가, 상대방의 인신모독에도 분한면을 보이지 않고 내탓이오 한다던가.) 돈에 있어서는 약간 치졸한 면을 보인다는 게 귀엽다면 귀엽달까요. 주인공에 대한 개연성이 먼치킨을 만들다보니 너무 떨어진다는 느낌을 많이 들었습니다. 범생느낌이 나는 주인공이지만, 상인들을 통해서 수학과 기하학, 언어를 배운 주인공이 공부말고는 세상사에 너무 무력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3.격투(박투)부문
무협이나 판타지를 보면서 어떻게 보면 가장 중요하달수 있는 격투씬이 신궁전설에서 사실 가장 많이 실망한 부문입니다. 주인공의 말도 안되는 먼치킨으로 박진감 자체가 많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궁술과 진법이라는 조합은 거의 사기수준의 조합으로 등장합니다.(읽으면서 클로킹 레이스가 생각나더군요. 아무도 주인공을 못보는데 주인공은 원거리에서 픽픽..) 아무리 활이라는 무기자체가 근접무기에 비해 박진감이 떨어진다고는 하나,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격투 분량에 대해서도 불만이 있습니다만, 개인차가 있다고 생각하기에 이점은 생략하겠습니다.
4.애정(연애)부문
정말 많은 여인들이 나옵니다. 심지어 그냥 엑스트라겠거니 하던 여인네들마저 재등장하면서 어떻게 연결이 되더군요.(웃음) 사실 신궁전설에서 이 여인들은 각각의 에피소드에 깊이 연관되어 있고, 없으면 이야기가 성립되지 않을 정도로 주요인물들은 전부 주인공의 여인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재밌는 것은 이러한 여인들이 막상 주인공과 연관이 되어있음에도 불구하고 깊은 관계(연인관계?)라 할만한 여인은 시장 데이트 몇번 해본 고향 약혼자 한명이라는 것입니다.(웃음) 9권이 넘도록, 엄청난 분량을 차지하는 여자들이 막상 주인공과 별다른 애정의 진전이 없다는 얘깁니다. 빈수레가 요란하다는 얘기가 나올수 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이런 여인들이 마지막권에 얼렁뚱땅 대충 연결될 조짐을 보인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겠습니다.
5. 특이점, 아쉬운점
첫번째로 왜 책 제목이 신궁전설인지 의문입니다.(웃음) 책 제목이 책의 내용을 가장 잘 나타내는 것이라면, 이 책의 제목은 '공부무적', 이라든지 '입신양명', '학생전설'(이하 가칭)이 더 어울린다 생각됩니다. 그만큼 책내용의 태반이 공부하고, 토론하고, 조정에 출사하여 재판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신궁전설이라 할만한 것은 주인공이 말도 안되는 궁술을 사용한다는 것, 그나마 그것도 진법을 이용한 것이기에 순수 궁술이라기엔 그 격이 떨어진다 할 수 있습니다. 여러모로 책 제목에 대한 아쉬움이 많은 작품이라 하겠습니다.
두번째로 같은 패턴, 같은 형식의 내용과 글을 많이 사용하신다는 것입니다. 이 문제는 비뢰도 이후 끊임없이 제기되는 문제이기도 합니다만, 긴호흡으로 가져가기 위하여 그렇다기 보다는 책분량을 위해 그런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마도구왕과의 격투씬은 한명한명 일대일로 진행되며 그때마다 신기술이 개발되는 모습에서, '이거 마도구왕 다 없앨때까지 안끝나겠구나'라는 생각이 많이 들더군요. 말투 역시 반복되는 구절이 많았는데, 특히나 책 어미에 사용되는 '이것이 신궁전설의 시작이 될지는 이때 아무도 몰랐다.'는 너무 자주 사용하여 몰입도 자체를 떨어트리더군요.
6. 대략적 평가
신궁전설은 무협을 가볍게 읽고 싶은 분들에겐 권하고 싶지만, 무협을 어느정도 많이 읽었다 생각하는 분들껜 그리 권하고 싶지 않은 소설입니다. 다만 색다른 소재(궁술과 학문)에 색다른 실험(조정에 출사한 주인공)은 높이 평가 받을만합니다. 학문에 대한 토론이라든지, 재판과정에서의 활약 같은 것은 기존의 무협에서 익히 보지 못하였던 것입니다. 다만 앞서서도 지적했듯이 빈약한 격투씬과 분량은 무협을 읽는 건지, 무협을 가미한 소설을 읽는 건지 헛갈릴 정도로 조악하다고 생각됩니다. 개인적으로는 신무협의 범위가 어느 정도까지인가 생각해보는 계기가 된 소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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