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황규영
작품명 : 금룡진천하 1-5
출판사 : 청어람(뿔)
찬찬히 금룡진천하를 읽었다.
하나의 소설을 읽으면서 수차례의 데자뷰를 겪는
진기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마치 돌림노래를 듣는 것 같았다.
수레바퀴가 빙글, 빙글, 빙글, 돌고 있었다.
나에겐 거의 공포영화급 체험이었다.
우선 '사건'이 생긴다.
주로 돈이 모자라거나, 의술을 필요로 하거나,
둘 중 하나다.
'해결' 이벤트가 발생한다.
돈을 어디서 구하거나, 의술로 환자를 치료한다.
마지막으로 '마무리' 파트 에서는
여러가지 일들이 일어난다.
우선, 주인공은 비밀로 하려 하지만
99% 그의 행적은 누군가에게 '누설'되고,
다음 돌림노래의 시작 신호가 된다.
그리고 반드시 나오는 '오해'파트.
무림맹, 사혈맹, 비밀세력의 인간들이
주인공의 행동을 멋대로 해석해서
또 하나의 소설을 쓴다.
그리고 다시 반복이다.
'마무리' 파트의 '누설'이나 '오해'로 인해서
다시 '사건' 파트가 도출되고,
주인공이 '해결'하고,
'마무리'에서 다시 '누설'과 '오해'가 일어난다.
그리고 중간중간에 몇몇 서브 이벤트가 삽입된다.
'습격 및 퇴치' 이벤트라던가.
자주 나오는 건 '은근슬쩍 자랑하기' 이벤트.
주변인물들이 주인공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마치 욕하듯, 화내듯이 주절주절 설명해준다.
혹은 미미가 얼마나 이쁘고 매력적인지.
여러분도 분석을 해보시라.
'사건', '해결', '마무리 - 누설/오해',
서브이벤트인 '습격', '자랑'.
이런 식으로 이름붙여 나가다보면
소설을 자세히 읽지 않아도 된다.
각 파트 내용은 똑같으니까.
고유명사가 좀 달라질 뿐이다.
놀랍게도 이렇게 딱 이름 붙일 수 있는 부분이
소설 전체의 95%를 차지한다.
이 틀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날 만한 내용은
극히, 극히 일부분이다.
예전에도 지적했던 것처럼 황규영 작가의
가장 큰 단점은 무한히 자기복제를 반복하는
돌림노래 스토리다. 이번 금룡진천하에서는
극복하였기를 바랬지만, 똑같다.
두번째 지적하고 싶은 것은
스토리가 너무 눈에 보인다는 것이다.
내가 황규영 작가님 창자의 벌레가 아닌 이상
구체적인 부분까지야 모르겠지만,
대강의 스토리 진행 방향이 너무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특히 무림의 세력들이 '오해' 하는 부분에서 그러하다.
이들은 주인공의 행동을 분석한답시고
오만 억측과 가설을 마치 스스로가 제갈공명인 양 제시하며
소설 속의 소설을 써내는데, 그 모든 것이 너무 작위적이다.
이들의 오해 자체가 스토리를 만들어내는데,
그것이 지나치게 표시가 나서 굉장히 어색하다.
무림맹의 군사라는 채 모씨(이름 기억안난다)가
왜 진자운을 사혈맹 첩자라 의심하고,
그를 폭삭 망하게 하려고 음모를 꾸미겠는가.
다 진자운 사업체 키워주려는 거다.
이 책사씨는 사업체를 급격히 확장시킨 후
실패하도록 해서 폭삭 망하도록 하려는 심보이지만,
그렇게 될 리가 없다.
당연하다는 듯 모든 난관은 스러질테고,
남는 결과는 '사업체의 엄청난 발전' 밖에 없다.
그리고 이게 바로 그 모든 쓰잘데기 없는
오해가 있어야만 했던 이유다.
앞으로라고 달라질 리가 없다.
5권 마지막에 진유상단을 망하게 하겠다며 뭔가를 꾸미지만
그게 먹히면 내 손에 장을 지진다.
성공을 도우면 도왔지 방해는 못할 것이다.
다른 두 세력도 다를 바가 없다.
세번째로 지나치게 무협적이지 못한
사고방식을 지적하고 싶다.
상당히 군데군데 나오는 이것은,
뭐 작품 특유의 분위기로 넘어가라고 하면 할 말은 없다.
하지만 조금만 더 다듬으면 훨씬 더 읽기 편하지 않을까.
예를 들어 유미미와 진초운이
용봉각에 머물게 되었을 때.
방 하나밖에 내줄 수 없으니
둘이 같이 머무는 게 당연하다는 식의 판단을 하는 인물들.
설사 지금처럼 성적으로 개방된 사회라 해도
미성년자인 유미미를 상대로
당연하다는 듯 '방 같이 쓰세요', 하진 않을 거다.
차라리 용봉각 아니더라도 다른 데 각방을 주고 말지.
하나의 예일 뿐이지만, 지나치게 현대적인 감각이
작품 곳곳에 녹아들이 있어서 읽는 내내 조금 불편했다.
(엄청 많았는데 기억이 잘 안난다 -_-)
솔직히 재미없진 않았다.
그냥저냥 유쾌하게 읽기는 했다.
하지만 부족하다.
2%, 아니 50% 부족하다.
어쩌다 상황이 그렇게 흘러가서
읽게 되긴 했지만, 앞으로는 읽지 않을 것 같다.
어차피 6권은 5권과 같을 것이며,
7권은 6권과 같을 것이다.
http://blog.naver.com/serpent/110020229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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