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천국의 문을 두드려라
작가 : 김우재
출판사 :
20화 미만 연재작의 비평요청은 삭제 대상이라고 알고 있지만, 그래도 도움이 될까 싶어서 글을 써 봅니다.
잘 읽었습니다.
요 몇 년간 독서를 거의 하지 않아서 진득하게 활자 읽는 데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기 때문에 긴 글에는 눈이 가지 않는 편입니다.
등장인물들이 그 요상한 문 안으로 들어가야 소설이 시작될 테니, 6화까지만 연재하셨다면 아직 시작도 하지 않은 셈입니다.
그런 형편이니 전개나 구성에서 뭔가 문제가 드러나지는 않습니다.
다만 눈에 들어오는 점을 딱 2가지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1. 강제개행
요즘은 스마트폰 시대라서, 손가락으로 휙휙 넘기며 읽기 편하도록 장르문학계에서의 문장 길이가 전반적으로 짧아지는 추세입니다. 문장 길이뿐만 아니라 문단 자체가 실종되는 경우도 자주 보입니다. 극단적인 경우 2문장 이상 이어지는 경우가 아예 없는 소설도 있습니다.
예시 삼아 위 문단을 요즘 스타일대로 강제개행시켜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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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스마트폰 시대죠.
손가락으로 휙휙 넘기며 읽기 편한 글이 대세입니다.
그래서 장르문학계에서의 문장 길이가 전반적으로 짧아지는 추세입니다.
문장 길이뿐만 아니라 문단 자체가 실종되는 경우도 자주 보이고요.
극단적인 경우 2문장 이상 이어지는 경우가 아예 없는 소설도 있습니다.
어떤 분들은 저런 식의 강제개행과 문단 실종에 대해서 ‘수준 떨어져 보인다, 혐오스럽다’며 거부감을 나타내기도 합니다만 개인적으로는 새 시대에 맞는 새로운 문체라 생각하거든요. 제가 저 스타일을 따르는 편은 아니지만, 문체나 맞춤법에 크게 연연하지는 않습니다. 어차피 재밌으면 읽혀지고 노잼이면 잊혀지는, 상업 논리(힘의 논리)로부터 자유로운 작가는 거의 없을 테니까.
띄어쓰기 좀 틀리면 어떻습니까? 크게 눈에 안 거슬리고 읽을 만하면서 재밌으면 됩니다.
그런데 김우재님의 소설 , [천국의 문을 두드려라]는 여기서 한 발자국 더 나아가서, 문장 하나가 완결되지 않았는데도 다음 줄로 개행시켜 버립니다.
맨 첫편에 나오는 부분을 인용해 보겠습니다.
(글자 크기 12픽셀로 맞추어져 있다고 하니까, 작가님의 의도를 정확히 읽으시려면 글자크기를 12픽셀로 맞추어 보시기 바랍니다)
(1편 이것은 행운일까 아니면 불행의 시작일까 중에서 발췌)
이제야 갓 대학에 입학한 신입 1학년생이 어떻게 인턴사원으로 뽑혀서
일하게 됐는지는 미스터리 였지만 나보다 7살이나 어리고 누구라도 반할
풋풋한 미모를 가진 그녀에게 빠지게된 나는 열렬히 3개월을 쫓아다니며
구애를 한 덕분에 운좋게 결혼까지 골인하게 된것이다.
문장이
안 끝났어도
글을 계속
쓸 수는
있죠.
(채팅 로그를 그대로 복붙한 느낌이군요)
문체는 각 작가님만의 독특한 개성이 묻어나는 것으로서, 저는 이것을 폄훼할 생각도 없고 또 김우재 작가님의 문체가 틀렸다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문장이 완결을 맺지 않은 채 넘어간다는 점에서 시적인 느낌을 줄 수도 있을 것이고 상술하였듯 스마트폰 시대에서 휙휙 넘기기 좋다는 이점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아직까지 보수적인 성향의 사람들에게는 분명 환영받지 못할 겁니다. 논란을 불러일으킬만한 문체죠. 이 점에 대해서 작가님께서 깊이 생각을 하신 적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즉 강제개행 문체를 아무 생각 없이 평소 스타일대로 쓰시는 것인지, 어떤 효과를 노리고 의도한 것인지에 대해서 말입니다.
직업정신을 가진 사람이라면 필요에 따라서 문체를 바꿀 수도 있고, 만화가라면 그림체를 바꿀 수도 있습니다. 왔다갔다할 수도 있는 거죠. 때로는 신선한 경험을 위해 연습 삼아서 문체를 바꿔볼 수도 있겠죠.
주제넘는 참견이었습니다만, 만약 이 문제에 대해서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으시다면 꼭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2. 업계 용어
현대물을 쓰기 어려운 이유 중에 하나는 고증이 어렵다는 것입니다.
회사가 배경이 되는 소설을 쓸 때, 회사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는 사람이 쓰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정말 큰 차이가 나요.
반면에 지옥이 배경이라면 그렇지 않습니다. 아무도 지옥에 안 가봤잖아요?
“사실 지옥에는 아름다운 꽃밭이 꾸며져 있고 사과나무에 사과가 주렁주렁 열린 멋진 곳이다. 다만 거기 있는 사람들이 악마들이라서 그렇지.” 라고 한다고 해서 딴지 거는 사람 없습니다. “내가 지옥 가 보니까 안 그렇던데?” 같은 말을 할 사람이 없거든요.
그렇지만 현대물은 다릅니다. 어떤 분야를 소재로 삼든, 각 분야에 빠삭한 사람들이 소설을 읽으면 뭔가 미비한 점이 보이게 마련입니다.
<군대 갔다온 척 하는 미필 밀덕후>를 상상해 보시면 됩니다.
조정간 단발이니 견착이니 화스트페이스 등등 주워들은 단어를 열심히 내뱉고 있는데, 상황 발생시 개인임무가 뭐였냐, 혹은 신발에 E가 몇개였냐고 물어보면 즉석에서 주절주절 되도 않은 소설을 지어낼 겁니다. 엄청난 순발력이죠. 그러나 얼마나 꼴불견입니까?
(크게 중요한 내용도 아니고 어차피 아는 사람은 다 아는 내용이지만, 그래도 보안상의 이유가 있으니 온라인상에서 저것들에 대해 묻고 답하는 행위는 안 하는 편이 좋아요)
아무튼 서두가 길었습니다.
[천국의 문을 두드려라]에서는 대부업체가 주 무대로 등장합니다.
그런데 별로 그런 느낌이 안 들어요. 등장인물들이 대화하는 걸 들어보면, 이 사람들이 진짜로 여신업계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라는 느낌이 전혀 안 납니다!
업계에서 흔히 쓰는 용어와 틀이 있어서 여기에 익숙해지면 서로 대화하기 편하거든요. 일종의 은어라고 볼 수 있죠. 저도 여신업계 종사자가 아닌지라 정확한 흉내는 내지 못해요. 그렇지만 분명히 그들만의 말투가 존재한다는 건 압니다. 이를 느껴보시려면 다음에 경험 삼아서 은행을 방문하여 대출 신청을 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꼭 대부업체라는 점 말고도, 직원들끼리 대화하는 모습이나 사장이랑 통화하는 모습 등에서 보면 그다지 사내에서 하는 대화라는 느낌이 잘 살지가 않아요.
다 아시는 얘기겠지만 비지니스 영어나 비지니스 일본어는 기본 어학 실력으로 해결이 안 되는 부분도 있어서 따로 배워야 합니다. 굉장히 형식에 맞춰서 얘기를 해야 하는 데다가, 일상에서는 잘 안 쓰지만 비지니스에서 자주 쓰는 표현들이 따로 있거든요. 특히 일본 쪽이 그러하죠.
물론 소설에 등장하는 회사인 대신캐피탈은 평범한 회사가 아니라, 대한민국 법을 적용받지 않는 듯한 특별한 회사인 것 같습니다. 따라서 분위기가 여타 회사랑 다를 수도 있어요. 그렇다 하더라도 어느 회사를 가든 정형화된 업무 양식이 있고, 이에 따라 사무적인 대화의 틀도 정형화되어 간다는 점을 유념하신다면 좀더 실감나는 묘사가 가능하리라 생각합니다.
아울러 ‘어째서 대신캐피탈은 대한민국 법을 적용받지 않는가'에 대한 설명도 있어야 독자들이 납득할 수 있겠죠.
기왕에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맨 처음에 근로계약서 작성하는 부분도 보충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근로계약서라고만 검색해도 여러 양식이 나와요. 편의점 알바라도 요새는 주먹구구식으로 작성하지 않고 고용노동부 표준계약서를 참고하는 편입니다. 이거 안 했다가 신고 먹으면 벌금 나오거든요. 하물며 빌딩 한 채를 본사로 쓰는 회사의 근로계약서라고 보기에는 미비한 점이 많아요. 뭐 어디가 미비한지는 제가 노무사가 아니니까 괜히 나서서 집어 드리긴 어렵고 또 노동관련법이 국가마다 다를 테니까 뭐라 말씀은 못 드립니다만..
내가 살면서 본 작품들 가운데 직업적 은어를 가장 실감나게 묘사한 작품은 [짱구는 못말림]이라는 만화였습니다(그 유명한 짱구는 못말려의 팬픽입니다). 그런데 이 작가는 대체 정체가 뭘까 궁금할 정도로 대사를 찰지게 잘 써냅니다. 본인 말로는 평범한 대학생쯤 되는 나이라고 하는데 전혀 그렇게 안 느껴지거든요. 노가다판, 주먹세계, 복싱계에 적어도 최소한 몇 달은 발을 담가본 티가 납니다. 저도 처음 듣는 용어가 정말 많았어요. 브금 선정 센스만 봐도 절대 20대는 아니에요.
하류인생들을 묘사하고 싶은 작가분이시라면 분명 참고가 될 거라 봅니다. 그림체만 보고 그저 욕설만 가득한 병맛만화 아닌가 오해하실 수도 있는데, 절대 아닙니다.
이상입니다.
저번 비평도 그렇고 아직 시작도 안 한 소설 첫머리만 읽고 뭔 비평인가 스스로도 이게 합당한 건지 되묻고 있습니다만, 그래도 이 정도면 분량은 충분히 확보했다고 생각하여 댓글이 아닌 독립된 글로 작성해서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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