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김태풍 전성시대
작가 : 카르마이
출판사 : 파피루스
김태풍 전성시대는 최근 유행하고 있는 현대물 중의 하나입니다. 그런데 2권에 등장하는 재판 광경이 참 이상합니다. 구태여 자세하게 묘사하려다가 모두 망쳐버렸거든요.
그럼 하나하나 검토해보겠습니다.(참조 “이 안은 작중 묘사입니다”)
주인공의 회사인 한민식품 이사들은 뒤에서 돈을 빼돌리는 악당들입니다. 그걸 잡기 위해 주인공은 함정수사를 하고, 거기 더해 도청에 녹화까지 해둡니다. 그리고 경찰에게 신고해서 처리하는데 “2000년 8월 27일, 한민식품 이사들은 정식으로 경찰에 기소됩니다.” 어?! 검찰이 아니라 경찰이 기소를 합니다. 기소독점주의는 대체 누가 팔아치운걸까요?
작중전개를 보면 적극적으로 범의를 불러일으킨 건 아니니까 함정수사는 문제가 아닐테지만, ‘불법녹음, 녹화증거'의 경우 민사에서는 증거능력이 인정되지만 형사에서는 ’독수독과'에 의해 증거능력이 없습니다.
여하간 이걸 증거 자료로 쓰겠다는 건 그냥 그러려니 하겠는데, 다음 전개가 정말 괴상망칙합니다. “2000년 9월 1일 금요일 오전, 대법원에서 공판이 진행됩니다. 주인공은 빠르게 일을 처리하기 위해 1심과 2심을 생략(!)하고 바로 대법원을 선택합니다.”
비약상고라고 해서 1심에서 바로 3심으로 진행할 수 있는 방법이 있긴 합니다. 그런데 애초에 1심과 2심을 생략하고 대법원으로 바로 갈 수는 없습니다. 1심과 2심은 사실심으로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확정하고, 3심인 대법원에서는 법률의 해석 및 적용상 문제가 있는지만을 따지는 법률심이기 때문입니다. 비상계엄 하에서 군사재판이 단심으로 운용되긴 하지만(사형을 선고하는 경우 제외) 작중 상황과는 전혀 관계가 없습니다.
게다가 며칠 만에 바로 공판이 진행되는 건 말도 안되는 속도죠. “10시 정각에 재판장과 대법관 두 명이 입장하는데”, 실제 대법원의 경우 기본적으로 4명이 하나의 소부를 이루어 재판을 담당합니다.
“사건번호 41254번. 한민식품 강태풍 대표가 재기(제기도 아니고 재기라니..)한 손해배상청구소송 및 이완진 이사 이하 경영진에 대한 소송을 진행하겠습니다.” 우선 판례번호는 다음과 같은 구조를 가집니다. 2000다24773. 어떻게 매겨지는 번호냐면 2000(사건접수연도) / 다(민사3심사건, 민사1심은 가, 민사2심은 나, 형사3심이라면 도) / 24773(사건접수번호) 와 같은 식입니다. 그러니까 사건번호 41254번 같은 건 없습니다. 거기 더해서 제가 이 글을 쓰게 된 계기인 민형사 병합소제기(!)가 나옵니다. 손해배상청구소송은 민사소송입니다. 그리고 이사 이하 경영진에 대한 소송은 이후 판결에서 드러나듯 형사소송입니다. 민사와 형사를 한번에 처리하다니 이 무슨(..)
전혀 알지도 못하는 재판과정 묘사를 이 작가는 굳이 왜 집어넣은 걸까요? 개인적으로 정말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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