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한담

연재와 관련된 이야기를 합시다.



작성자
Personacon 동방존자
작성
13.06.14 13:38
조회
15,787

일주일에 한 편 정도는 추천글을 쓰고자 애쓰는 중입니다.

사실 이런 저런 불만이 좀 있지만, 문피아는 제가 이용하는 유일한 장르소설 연재 사이트이고 몇 년간 너무나 정이 든 공간입니다. 이곳을 몰랐다면, 저도 글 쓰는 낙을 평생 모르고 살았겠지요.

헌데 그 몇 년간, 대외적으로 이용자가 많이 늘어났다 하지만, 전반적인 분위기는 무척 수그러들었습니다. 한 소설이 오래도록 연재되면 선작수는 질금질금 늘어날지언정, 실제 조회수는 경감되는 것과 같다고나 할까요?

추천이 많아야 연담란이 살아나고 문피아가 활기를 찾는 것이라면, 저라도 그리해 기여하고 싶습니다. 한편으로는, 그런 것이다 주장하는 분들은 왜 추천글을 올리는데 겸손하신 건지도 이해를 못하겠구요. 직접 글을 쓰시는 분들이 추천글도 더 잘 쓰실텐데요. 추천글 또한 반드시 순수 독자가 올려야 한담란이 제대로 소통의 공간이 되는 모양입니다., 다른 이유가 있을 수도 있겠군요. 내 글만 못한 글을 어떻게 추천하냐는 배려심도 있겠지요.

죄송합니다. 괜히 속상한 마음에 추천글에 한담을 해버렸군요.

 

본론 들어가겠습니다.

제가 오늘 추천하고자 하는 글은 작은불꽃님의 나는 좀비다라는 소설입니다.

이번주에 추천할 작품으로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는데, 며칠 전에 다른 분이 먼저 추천글을 올리셔서 일부러 약간 텀을 벌렸습니다.

이 글을 읽으면서 세 가지 생각을 했습니다.

 

첫째, 발상이 참신하다.

어쩌면 제가 좀비물을 처음 접한 탓인지도 모르겠지만, 저는 이 글에서 전개되는 많은 부분이 너무나 신선했습니다.

주인공이 좀비와 싸우는 인간이 아니라, 좀비라는 것. 좀비가 인간을 먹는 이유가 다시 인간이 되고픈 본능 때문이란 설정. 좀비로드, 즉 좀비들의 정신을 지배하는 존재의 출현 등등..

어떻게 이런 발상을 가지고 글을 썼을까 경탄이 나올 정도로 아이디어가 참신했습니다.

 

둘째, 심리묘사가 적나라하다.

제목이 시사하듯, 앞서 언급했듯, 주인공은 좀비입니다. 좀비치고는 유일하게 말하고 생각할 줄 아는 좀비로드입니다. 좀비가 되기 전에는, 자신이 천재임을 잘 아는 천재였구요.

송 수석이라는 이 주인공은 대단히 이기적입니다. 좀비물이라는 것에 더해 바로 이 부분 때문에 이 글이 상당히 취향을 타지 않았을까 싶은데.. 비겁하고 찌질하고 치사하고 이기적입니다. 좀비 바이러스에 감염되면서 극단적으로 나타났지만, 사실은 내면에 숨겨져 있던 그의 본성이기도 합니다. 나아가, 영웅이 아닌 평범한 우리들에게 감추어진, 평범한 근성이기도 하지요.

그것이 너무나 적나라하게 나타납니다. 인간이 되고 싶고, 인간으로 남아있는 자들이 밉고, 그 분노와 미움을 있는 그대로 표출하고. 1인칭 시점이란 것을 교묘하게 이용해, 인간이 아닌 좀비라는 것을 이용해, 꽁꽁 숨겨둔 나약한 인간의 본성을 적나라하게 그려냅니다. 처음엔, ‘뭐 이런 인간이 다 있어 하며 짜증이 나다가, 읽다 보면 결국 확실히 그럴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에 공감이 됩니다. 사실은 공감이 된다는 그 자체가 싫습니다. 협의를 추구하는 영웅과, 혹은 지닌 힘을 통쾌하게 쓰는 악인과 동일시하면 몰라도, 적나라하게 치부가 드러나는 찌질한 인간과 동일시하고 싶지는 않으니까요. 그게 내 본래의 모습일지도 모르기에.

 

셋째, 작가가 A형일지도 모르겠다. ^^

처음 읽다보면 건너뛴 떡밥이나 설정이 꽤 나옵니다. ‘왜 이래?’, ‘뭐하자는 거야?’, ‘말이 돼?’ 등등의 공백들이 있습니다. 그걸 참고 기다렸다가 필요할 때 꼼꼼하게 다 밝혀줍니다. 얼핏 건성건성 쓴 글 같은데, 잘 보면 굉장히 치밀합니다. 약간의 결벽증(^^?)이 있으실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추천글을 올리는만큼 당연한 소리겠지만, 저는 위의 세 가지 면 때문에 이 글이 아주 잘 쓰인 소설이라고 생각합니다.

좀비물이란 장르도 그렇고, 주인공에 대한 이입도 그렇고, 분명 상당히 취향을 탈 것이라 봅니다.

꼬박꼬박 읽으시면서도, 불만스러운 댓글 남기는 분들도 꽤 있으시더군요. ^^

 

물론, 취향 문제 외에도 구성상 한 가지 단점이 있었고, 그것 때문에 작가님이 마음 꽤나 상하셨겠더군요. ^^;;

현재까지 글이 세 부분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주인공 송 수석이 좀비가 되고, 자신을 인간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인간들에게 분노하게 되고, 좀비로드로서의 힘을 각성하게 되는 것까지의 1, 좀비 바이러스를 피해 살아남은 인간들이 어떻게 삶을 영위하고 있나 그리며 주인공과 대척점에 있는 인간측 영웅을 슬그머니 꺼내놓은 외전, 그리고 각성한 주인공이 인간들을 대대적으로 공격하고 있는 현재진행형인 2.

그런데, 그 중 외전이 함정이었습니다.

작가님이 혹시 완전히 틀을 짜놓지 않은 상태에서 연재를 시작하고, 쓰면서 체계를 공고히 잡아나가다, 2부를 앞두고 약간의 시간을 벌고자 하신 게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

외전이 있는 이유는 분명히 있지만, 1부에 비해 다소 뜬금 없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외전으로 따로 뺄 것이 아니라 1부 본편에 중간중간 녹여넣는 것이 옳았으리라 싶더군요. 그래서 준비가 약간 덜 된 상태에서 연재를 시작하신 게 아닐까 생각했구요.

좀 애매합니다. 2부를 이해하기 위해 꼭 필요한 상황 설명이고 그 자체로 충분히 공을 들이고 좋은 한 편의 글이었습니다만, 좀비로드의 활약을 기대하던 많은 독자들 입장에선 뭔가 김이 새는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었을 테니까요.

댓글을 통해 나오는 원성 때문에 작가님 심정이 어떠했을 지 눈에 선하더군요. ^^;;

추천을 하겠다면서 굳이 이런 말씀을 드리는 이유는, 외전 때문에 중도 포기하시는 분이 생길까 저어해서입니다.

 

완벽한 글이었다면 추천하지 않았을 겁니다.

완벽한 글이라면 무슨 추천이 필요하겠습니까? 시간의 문제일뿐, 입소문을 타고 독자분들이 넘치게 몰려들 텐데요.

2% 부족하지만, 대단히 잘 쓰여진 글이기 때문에 추천하고 있습니다.

부족한 2% 감안하시고, 참신한 소설 한 편 읽으며 즐기시기를 바라는 거지요.

모쪼록 이 추천글이, 아마도 멘탈이 그리 강하지 않을 듯한 작가님(^^;;)이 더욱 건필하시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며 여러분께 일독을 권합니다.

 

 

 

PS. 조금 더 봐야 알겠지만, 다음 번 추천글은 저퀴님의 바하의 암살자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또한 신선하더군요. ^^


Comment ' 9

  • 작성자
    Lv.14 가리온[]
    작성일
    13.06.14 14:11
    No. 1

    좋은 글입니다. 분량도 많고... 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일
    13.06.14 15:03
    No. 2

    추강합니다.
    열려라 얍!!
    http://blog.munpia.com/tinyfire/novel/4962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작은불꽃
    작성일
    13.06.14 15:11
    No. 3

    동방존자님 // 감사합니다.
    이렇게 훌륭한 추천글을 써주시다니...ㅜㅠ;;;; 감동입니다.
    이곳을 빌어 밝히면, 1.5부는 인간들의 이야기를 쓰고 싶다는 '감'이 확 왔기 때문이었습니다.
    2부를 준비하던 중에 갑자기 밀려든 감이었죠. ㅎㅎ
    동방존자님이 지적하신 것처럼, 결국 좀비나 인간이나 별 차이 없다는, 좀비의 추악한 모습은 인간의 내면에 감춰진 또 다른 모습에 불과하다는 것을 보이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역시 동방존자님의 지적처럼... 1부나 2부에 녹여내야 했던 부분인 것 같습니다. 1인칭이라 여전히 녹여낼 방법을 알지 못하겠지만... (어떤 소설들처럼 [막간극], [인간측] 등으로 시점변환하여 추가하는 것 외에는 부족한 머리로 알 수가 없네요...ㅋ)

    그리고 2% 부족한 것 인정합니다. 단지 2%라고 표현해주시니 감사할 뿐...


    석정호수님 // 제가 봐도 다듬어야 할 것 같은데... 실력상 다듬으려면 뭘 다듬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ㅜㅠ; 부족한 부분들을 허심탄회하게 지적해주신다면, 나는 좀비다에서 수정하지 못한다 할지라도, 다른 작품에서는 수정할 수 있을겁니다.
    그리고 추강 감사합니다.


    마하트마님 // 항상 달아주시는 댓글에 감사드립니다. 분량은 다른 분들에 비하면 많지는 않죠. ^^; 하지만 기승전결만은 확실히 하겠습니다. 이제 2부가 거의 끝나가고 마지막 3부만 남았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0 밤돗가비
    작성일
    13.06.14 15:45
    No. 4

    ps가 괜시리 저를 설레게 하는군요 ㅠㅠ 그리고 저도 좀비물을 굉장히 좋아해서 분량 쌓이면 날 잡고 정주행 하려고 대기 중입니다. 빨리 분량을 뽑아내주시길..ㅎㅎ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김연우
    작성일
    13.06.14 16:05
    No. 5

    좋은 글에 어울리는 멋진 추천입니다. 더불어 저퀴님의 작품까지 득!
    일석이조란 말은 이럴 때 쓰는 거겠지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시트러스
    작성일
    13.06.14 19:46
    No. 6

    오호~ 선호작 하나 추가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水流花開
    작성일
    13.06.16 10:24
    No. 7

    좀비물을 결코 읽지 않는 주의라서...

    그러나 동방님의 추천 때문에 한 번 가보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연두초록
    작성일
    13.06.19 17:55
    No. 8

    동방존자님 추천이라면 믿고 달려봅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연두초록
    작성일
    13.06.21 22:37
    No. 9

    이 글은 처음보다 뒤로 갈수록 좋대요~!
    갠적으로 1.5 부라는 인간이야기도 좋아요. 문맥이 끊어
    진다기보다 시점이 달라진거라서 거부감없구요.

    읽어보시길~~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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