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한담

연재와 관련된 이야기를 합시다.



작성자
Personacon 김연우
작성
13.06.18 16:21
조회
13,133

 

 

   바다는 참 매력적인 공간입니다. 바다에서 배를 타고 낚시만 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은 것은, 아주 어렸을 때 읽었던 쥘 베른의 ‘해저2만리’ 덕분이었습니다. 외갓집이 남해의 외진 섬이라 자주 바다에 갈 기회가 있었던 저로서는 정말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던 소설이었지요. 돌이켜보면 확실히 쥘 베른의 소설을 접한 이후부터 바다라는 대상이 조금 굴절되어 보이기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그곳에는 남해 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미역과 비린내만 있는 게 아니라 신나는 모험도 있었던 것이지요.
   그래서인지, 조금 더 나이를 먹고 학생이 되어서는 바다를 무대로 모험을 펼칠 수 있는 게임에 몰두했던 것 같습니다. ‘대항해시대’는 몇몇 다른 게임과 함께 제 청소년기를 장식한 멋진 게임이었지요. ‘알 베자스’ 캐릭터를 골라 교역을 하고, 또 여러 위기를 극복하고 여동생을 찾아가는 그의 모험은 약 1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눈앞으로 생생하게 펼쳐질 때가 있습니다. 카탈리나의 테마곡은 아직도 제 플레이리스트에 들어 있는 노래이기도 합니다.
   바다는 늘 저에게 있어 모험의 대상이 되어 왔지만, 이상하게도 바다를 무대로 삼은 소설을 찾기는 쉽지가 않았습니다. 그러다 대학에 들어간 뒤 우연히 접할 수 있었던 것이 ‘마스터 앤드 커맨더’라는 영화였고, 이 영화의 원작인 패트릭 오브라이언의 ‘오브리-머투린 시리즈’를 구해 읽게 되었습니다. 훌륭한 작품이었습니다. 입체적인 캐릭터와 속도감 있는 서사는 적어도 책을 쥔 순간만큼은 영국 해군이라는 자부심을 느끼게 할 만큼의 충분한 매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작년 겨울, 이곳 문피아에서 우연히 문백경님의 ‘인어는 가을에 죽다’를 읽을 수 있었습니다. 완결된 지 4년이 지난 작품. 그럼에도 가끔씩 연재한담에 회자되고 있는 작품이라면 분명 어떤 대단한 매력이 있을 거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프롤로그를 읽게 된 그 순간을 아직도 기억합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1000자도 채 되지 않는 분량에 소름이 돋았던 것은 그 때가 처음이었습니다. 그렇게 저는 큰 기대를 품고 소년의 모험에 슬쩍 끼어들어 보았습니다.
   ‘인어는 가을에 죽다’의 주인공은 평범했던 소년입니다. 그런데 소년의 모험을 따라가다 보니, 그 느낌이 바다를 무대로 삼은 다른 소설들과는 조금, 때로는 아주 많이 다르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모험을 펼치며 보물을 찾아내고, 또 새로운 인연을 만들어 나가는 다른 작품들과 비슷한 노정을 그리고 있는 것 같지만 실은 그 이면에 소년이 처한 운명적인 상황들이 빈틈없이 놓여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그 운명에 휘말려 체념하고 좌절하는, 하지만 끝내 두 발로 다시 일어서려는 소년의 모습에서 어떤 동질감, 혹은 친밀감 같은 것을 느꼈습니다.
   처음에는 ‘왜 그런 느낌이 드는 걸까’하는 막연한 궁금증을 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저는 인어를 본 적도, 카르멘 선장을 만난 적도, 인버카길 호에 오른 적도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나중에 이 소설을 비평할 기회가 있어서 내용을 정리하던 중 깨닫게 되었습니다. 평범한 섬사람에 불과했던 소년의 모습과 그가 운명을 대하는 과정은 지금까지 제가 살아온 삶의 궤적과 놀랍도록 닮아있었다는 것. 뜻하지 않게 바다로 나가게 된 소년과, 마찬가지로 뜻하지 않게 세상에 나선 저의 모습이 겹쳐지고, 훌쩍 자란 호아킨이 그만큼 훌쩍 자란 운명을 마주해야 했던 것처럼 청년기에 접어든 저 또한 때론 포기하고 좌절했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해준 겁니다. 단 64편을 거쳐 오며 말입니다.
   읽은 지 반 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도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해주는 소설입니다. 개인적인 편견이겠지만, 읽고 그대로 소비되는 소설보다는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소설이 좋습니다. 시야를 넓혀 뭔가 새로운 것을 볼 수 있게 해주는 소설이면 더 좋습니다. 이 소설을 읽기 전까지 저는 인어의 존재를 믿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 작품을 읽은 덕분에, 가을 어딘가에 인어가 살아 숨 쉬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어렴풋한 기대를 품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제가 이 소설을 여러분들에게 추천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제 여러분들의 차례입니다. 여러분들의 바다는 어떻습니까?

 

   http://blog.munpia.com/bm50th/novel/2490

 

 


Comment ' 14

  • 작성자
    Personacon 르웨느
    작성일
    13.06.18 16:45
    No. 1

    추강+1
    완결난지 오래 됐는데도 추천이 계속 되어서 좋네요. 슬슬 저도 재주행할 때가 온 것 같기도 하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9 rainstre..
    작성일
    13.06.18 16:56
    No. 2

    추강+2
    마지막 부분 정말..짠하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보는독자
    작성일
    13.06.18 17:28
    No. 3

    추천글 보고 가본적 극히 드문데 .. 막상 가서 보니.. 와우~ 보석이다..!
    감탄이 절로 나오는 문장들이네요.
    소재나 구성은 특별함이 없는데.. 마치 실제 현장에 있는 듯한 느낌을 제대로 살려 주는 흡입과 몰입감을 주네요..
    한편의 영화를 보는 느낌이라고 할까?
    대략 앞의 몇회만 보았습니다.

    추천 추가 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1 월궁항아月
    작성일
    13.06.18 17:42
    No. 4

    저도 그거 모두 읽어보았습니다. 감동적이더군요. ㅠㅠ 다시 읽을까 생각 중입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렌아
    작성일
    13.06.18 17:51
    No. 5

    함 읽어봐야하나?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9 BlindHal
    작성일
    13.06.18 19:56
    No. 6

    추강 +3
    그냥 잔잔한거 추천 요청글에 이거 추천했다가 이게 아닌데 라는분은 본 적이 없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7 Hemoptys..
    작성일
    13.06.18 20:07
    No. 7

    여운이 길게 남는 작품이죠. 읽어보고 후회할 일은 없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6 베르커
    작성일
    13.06.18 20:11
    No. 8

    시작부터 범상치 않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1 향란(香蘭)
    작성일
    13.06.18 21:53
    No. 9

    추강입니다. 아직도 그 여운이 잊혀지지 않네요. 영화로 만들어도 될 듯한 소설입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9 rainstre..
    작성일
    13.06.18 22:19
    No. 10

    제 생각엔 영화로 만들어선 맛이 반감될거 같아요..
    글이라서, 글이기에 빛나는 그런 것 같기도 하고 ㅎㅎ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2 리체르카
    작성일
    13.06.19 01:15
    No. 11

    추강입니다. 언제고 다시 보고자 하는 글입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5 유정
    작성일
    13.06.19 12:28
    No. 12

    매 장면이 잘 그려지는 작품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3 달여우
    작성일
    13.06.19 14:34
    No. 13

    추강합니다. 오랜만에 반가운 제목을 봐서 기분이 좋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2 haile
    작성일
    13.06.21 09:40
    No. 14

    마지막편을 읽고 마음속에 잔잔한 여운이란....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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