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한담

연재와 관련된 이야기를 합시다.



글쓰면서 드는 생각들

작성자
Lv.8 닭장속연어
작성
16.02.11 05:18
조회
575

1. 


  우선 저 같은 경우는 장르문학에 큰 관심이 없었습니당. 장르문학이라는 말 자체를 은교에서 처음 들어서 ㅋㅋ; 대신 환상문학이라고 하는 남미쪽 문학을 젊었을 때(?) 많이 읽고 좋아했어서 일반적인 내용에 그런 환타지스러운 내용이 군데군데 들어가는 걸 좋아하고용. 그래서 처음 문피아에 연재했을 때도 그 부분에 집착(?)을 해서 글을 썼는데 독자 반응이 정말 무에 가까워서..ㅋㅋ

  이걸로 성공해야지! 이런 건 아니었지만 막상 돈받고 하는 일도 아니고, 제가 해야할 일도 있는 상황에서 반응이 너무 없으니 어쩔 수 없이 좀 접게 되더라고용..


2.


  그래서 두 번째엔 좀 더 읽히기 쉽고, 어떤 점에선 평소에 티비나 영화나 게임 같은 걸 보면서 ‘나 같으면 이렇게 써보겠다’ 싶었던 내용을 써보자 싶어서 좀 더 읽히기 쉬운 내용들에 좀 일반적인 소재들로 글을 써보고 있습니다. 

  근데 쓰면서 계속 드는 생각은 이게 글 쓰는 것 자체는 제가 평소에 소설은 안 썼어도 계속 인문학글은 많이 썼어서 어렵지 않은데, 단지 글을 쓰는 것과 글을 재밌게 쓰는 것 자체는 무척 다른 것 같더라고요. 항상 의미 전달이 중요한 글을 쓰다가, 쉽고 재밌게 읽히는 글을 쓰려고 하니, 약간만 정신줄 놓고 쓰다보면 정말 지루하고, 정말 평이한 내용들이 지지부진하게 늘어지더군요. 특히 쉽고 빠르게 읽히는 장르소설 특성상 정확한 의미 전달보단 즉각적인 의미전달이 중요한 것 같은데, 정신줄 놓으면 계속 문장이 만연체로 돼서..ㅠㅠ

  그리고 또 문제는 약간의 욕심 때문인지, 비축분의 양을 더 많이 늘려서 하루에 더 많이 연재해서 반응이 없으면 일단 쓰고 싶은 내용을 다 써서 보내고 깔끔하게 끝내자! 이런 생각이랑 어쩌면 많이 올리면 반응이 있을지도 모른다! 이런 생각 때문에 계속 그렇게 쓰게 되더라고요. 



3.


  그래서 만약 재밌는 글쓰기가 어렵다면, 소재를 익숙하고 재밌는 걸 써볼까 생각을 해봤습니다. 근데 그렇다고 막 인기작들 컨셉들 이것저것 다 가져와서 써먹어야지! 이러기엔 막 제가 마음에 안 드는 핵심적인 부분들이 계속 걸리더군요. 가령 요샌 게임요소를 명시적으로 넣은 소설들이 유행하는데, 막 아이템에 무력+15 이런 거 넣는 게 좀 제 마음에 안들다보니, 이게 인기라는 걸 알면서도 그걸 안 따라가고 싶은 마음이 들고.. 

  게다가 먼치킨.. 저도 한 명의 독자로서 먼치킨 소설이 얼마나 읽히기 쉽고 통쾌한지 압니다ㅋ저도 개인적으로 좋아하고요ㅋ근데 막상 그걸 읽는 게 아니라 쓰라고 하면 제가 이입이 안되고 좀 뭐랄까.. 저도 늙었는지 독자로서의 저의 취향엔 그게 읽히기 쉬우니까 괜찮지만, 작가로서의 저의 취향엔 또 안 맞는..; 그러다보면 제가 독자라도 무슨 소설을 읽겠느냐는 물음엔 당연히 먼치킨 소설을 읽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ㅋ



4.


  어쩌면 이 모든 게 전 전업작가가 아니고 그 분들은 전업작가거나 준 전업작가여서 (수입의 측면에서) 그런 걸 수도 있지 않을까 싶긴 합니다. 전 돈을 벌기 위해 소설 쓰는 게 아니고 그 분들은 돈을 벌기 위해 써야하니까, 전 그냥 여유롭게 ‘싫으면 안해’ 이러고 그 분들은 ‘싫어도 해야지’ 이런 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드는데.. 어차피 내가 제일 쓰고 싶은 소설은 순수장르문학(?)이 아닌 이상 이 소설을 쓰면서도 계속 좀 더 진지한 글들 쓰고 싶어지는 마음이 생기다보니 마음 속에서 계속 두 욕망이 충돌하더군요.

  1) 읽히는 글을 써보고 싶다. 인기작이 되어서 나도 뭔가 글로 활개쳐보고싶다.

  2) 어차피 안 읽힐 거 내가 제일 쓰고 싶은 글을 쓰고 싶다. 근데 이건 아예 그냥 처음부터 안 읽힐 게 명확하고, 이런 글을 쓸거면 글을 쓰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책을 읽는 게 중요하고..;

  1번의 경우는 일종의 장기플랜인 것 같습니다. 앞으로 살면서 무엇을 하든, 작가로서의 경험이 쌓이고 경력이 쌓인다면 결국 나중에 글에 더 몰입할 때 외적으로나 내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요ㅋ

  2번의 경우는 그냥 제 성향 때문인 것 같고요.. 


5.


  여담이지만 가끔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분명 소설이라는 장르도 역사라는 걸 갖는데, 앞으로의 역사의 전개는 왠지 소설이 다른 소설들과 경쟁하는 게 아니라, 아예 다른 매체들 (시각, 청각, 이젠 촉각? 등을 이용하는 매체들..)과 경쟁을 해야하는데, 다른 매체의 특징은 즉각적이라는 거죵.. 소설은 아무리 쉽게 써도 읽고 내용을 전달하는 ‘글’을 읽고 최소한의 이해를 해야하는 반면, 게임을 하거나 음악을 듣거나 영화를 볼 땐 매체 자체에 대한 이해 없이 감각만 갖고 있다면, 즉각적으로 그 안에 빠져든다는 게.. 결국 글로 써지는 장르라는 것의 특성 상 다른 매체들과 경쟁하기 위해서 더 즉각적이고, 더 쉬워져야하는 건 어쩔 수 없는 운명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모든 소설이나 모든 글들이 그렇게 되진 않겠지만, 적어도 ‘재미’를 위해 읽히는 글들은 그렇게 되지 않을까 싶고요.

  그런 점에서 보면 지금 사람들이 무시하는 장르소설들도 나중엔 소위 말하는 고전이나 아니면 어려운 문학이 될 지도 모른다고 생각을 하면, 결국 가장 의미있는 건 
  a) 읽히기 쉬우면서도
  b) 내용이 있는 (교훈이 있거나, 아니면 최소한 다 읽고나면 무언가 생각할 게 남는)

그런 글을 써놓는 게 아닐까 생각이 들더라고요. 



Comment ' 4

  • 작성자
    Personacon Aipnum31..
    작성일
    16.02.11 09:00
    No. 1

    글은 안쓰지만 이런 글을 볼때 작가님들의 고뇌도 참 만만치 않음을 느끼게 되는 군요. 읽는자 와 쓰는자 누구에게 초점을 맞추어야 하는 걸까요? 누가 주죠?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8 닭장속연어
    작성일
    16.02.11 11:27
    No. 2

    사실 전 지나치리만큼 초보라서..ㅋㅋ 아마 조금 연륜이 쌓이신 작가분들께선 이런 고민보단 재미 그 자체에 대한 고민을 하시지 않을까 싶네요 ㅎㅎ자기만의 스타일이 쌓이셨을테니까요ㅋ
    그리고 전 원래는 무조건 작가 중심으로 모든 글이 쓰여져야된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결국 하나의 예술작품이란 건 누가 인정하냐를 떠나서 시대불변의 가치를 갖는 점에서 평가되어야한다고 생각을 했었어서..ㅋㅋ근데 적어도 장르문학으로 한정짓는다면, 독자중심이어야하지 않을까 싶네요. 어쩌면 앞으로 장르문학이 문학의 주류가 될 수도 있고요 (매체 간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다른 매체만큼 즉각적으로 내용이 들어오고 그것으로부터 뭔가 정신적인 만족(e.g. 재미)을 느껴야할테니까요). 만약 장르문학이 주류문학이 된다면 결국 가장 중요한 평가 기준 중의 하나가 재미가 아닐까 싶고요ㅋ그리고 그 재미라는 건 독자가 판단하는거니까요ㅋ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 여암
    작성일
    16.02.11 09:38
    No. 3

    제임스 스콧 벨은 "당신 형편없는 것이 아니라 소설을 쓰는 방법이 잘 못됬을 뿐."이라고 말 했습니다.
    커피에딕님의 상황이 제 상황과 유사한 부분이 많은 것 같아 감히 조언을 드립니다.
    내용이 재미가 없다면 전체 플롯을 다시 확인하고 퇴고과정을 거쳐보는건 어떨까요?
    저 또한 처음 소설이라는 것을 썼을 때 만만하게 보고 쓴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돌아오는건 "재미없네"라는 말을 들어서 충격먹고 한발 물러나 다시 제 글을보니 그렇더군요.
    지금은 많은 반성을하고 소설쓰기에 대한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그 와중에 느낀 건 글 이라는건 작가와 독자가 교감을 해야 하는거구나라고 생각 했습니다.

    유혹하는 글쓰기 - 스티븐 킹

    한번 읽어보셨으면 합니다. 자서전 형식의 지침서이지만 술술 읽히는 게 왜 스티븐 킹이 세계적인 작가인가 하는 걸 깨닳을 수 있는 좋은 책 이었습니다. 한발 물러나 제 글을 볼 수 있게 만들어준 책이기도 하고요.
    즐거운 하루 되세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8 닭장속연어
    작성일
    16.02.11 11:21
    No. 4

    음 사실 제 궁금증의 시발점은 거기였습니다. 플롯이 재밌으면, 글이 재밌어야하지 않은가라는 점이요ㅋ 그래서 전 항상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전체 플롯을 다 잡고 중요 이벤트들을 잡고 시작합니다 몇 편 써보진 않았지만 말입니다ㅋ근데 뭐랄까.. 예전에 제가 썼던 글에서도 제가 한 번 말하긴 했었는데 결국 중요한건 스토리 자체 뿐만이 아니라 결국 스토리를 전개시키는 캐릭터도 중요하고 결국 그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게 작가 실력인 것 같다는 생각이.. 좀 들더라고요ㅋ스토리는 아마 제 생각엔 정말 기발한 경우가 아닌 이상 다 전체적인 큰 틀로 보면 비슷비슷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일반소설이든 장르문학이든간에요 물론 추리 같이 특별한 사건 하나가 중심이 되는 경우는 좀 다르겠지만 문피아에서 쓰이는 글들 대부분은 판타지고 판타지의 스토리라는 게 그 언저리가 아닐까 싶네요 다들..ㅋ물론 공통적으로 재밌다는 장점을 갖는 스토리지만요..ㅋㅋ
    근데 결국 한 명의 독자로서 봐도 비록 똑같이 먼치킨&회귀물이어도 어떤 소설은 재밌고, 또 어떤 소설은 그냥 그저 그렇고, 또 어떤 소설은 그닥이고.. 하더라고요..ㅋ그래서 전 사실 제 첫 글의 문제는 만연체&죽은 캐릭터라고 생각했고, 두번째 소설은 죽은 캐릭터가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했습니다.
    근데 생각해보니 어쩌면 제가 생각했던 스토리는 전체 플롯에 불과하고, 결국 제가 캐릭터라고 생각하는 부분도 스토리의 일부라고 볼 수도 있겠네요.결국 글을 전개하는 주체는 작가지만 독자에게 보이는 건 캐릭터니까요. 동일한 스토리여도 액자형태로 하는 얘기랑 실제 그 안의 캐릭터가 뛰놀면서 전개하는 스토리는 큰 차이가 있는 것의 재미의 차이를 생각해보면, 결국 동일한 이야기여도 어떻게 전개하느냐 (즉, 어떤 캐릭터로 그 이야기를 풀어가느냐) 그게 중요한 게 아닐까 생각이 드네요..그런 점에서보면 제가 확실히 기획력(?)이 부족해서 나타난 노잼현상이 아닐까 싶네요 제 글 전체가..ㅋㅋ
    그리고 말씀해주신 스티븐 킹 책은 꼭 읽어보겠습니다. 예전에 아버지가 말씀해주셔서 기억을 하는데, 그땐 소설 써볼 생각을 안 했어서 잊고 있었는데 지금은 쓰고 있으니 읽어봐야겠습니다ㅋ감사합니다(_ _)

    찬성: 0 | 반대: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연재한담 게시판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추천
83758 한담 문피아 독자분들은 어떤 소재를 더 선호하시나요? +7 Lv.8 전자점령 16.02.12 845 0
83757 한담 최근 유료화 한 소설 몇개가 기분을 상하게 하네요 +6 Lv.70 김엘리 16.02.12 1,164 0
83756 한담 공모전에 참여하려면 새 작품을 써야 하네요. +4 Lv.67 임창규 16.02.12 932 0
83755 한담 문피아에 오랜만에 오네요. +2 Lv.17 꿈꿀소금 16.02.12 657 0
83754 한담 공모전 정보가 떴군요. +18 Lv.8 전자점령 16.02.12 864 0
83753 한담 요 아래지기님이 추천조작 관련해서 +10 Lv.45 에멜무지 16.02.12 911 0
83752 한담 추천조작... +6 Lv.1 [탈퇴계정] 16.02.12 1,054 0
83751 한담 유료에 대한 열정이 식네요. +8 Lv.81 우룡(牛龍) 16.02.12 866 0
83750 한담 설 연휴 기간 동안 총 33분에게 후원금을 받았습니... +15 Lv.31 손인성 16.02.12 1,085 1
83749 한담 빅라이프를 보면서 종이책 출간시절과 인터넷연재... +4 Lv.45 에멜무지 16.02.11 784 0
83748 한담 스토리 중반쯤에 가서 뭔가 아닌거 같다 느껴지면 +6 Lv.14 [탈퇴계정] 16.02.11 642 0
83747 한담 고등학생이 주인공인 소설은 인기가 없으려나요? +18 Personacon 멋진오소리 16.02.11 1,000 0
83746 한담 초보 작가의 글쓰기에 대한 생각입니다 +12 Lv.29 da***** 16.02.11 782 12
83745 한담 글쓰기가 어려운 이유는... +3 Lv.18 글도둑 16.02.11 674 0
83744 한담 1인칭 시점에서 '독백'에 관하여 +10 Lv.6 여암 16.02.11 1,071 1
» 한담 글쓰면서 드는 생각들 +4 Lv.8 닭장속연어 16.02.11 576 0
83742 한담 탑 매니지먼트같은 현대판타지 추천부탁드립니다 !! Lv.49 쿵쾅쿵쾅 16.02.11 713 0
83741 한담 연재 중 충격... +10 Lv.5 소설향연 16.02.10 852 1
83740 한담 요즘 신작쓰고 싶어 미치겠네요. +9 Lv.1 [탈퇴계정] 16.02.10 674 1
83739 한담 그런 게 하나쯤 있었으면 좋았을 것 같네요. Lv.50 전승전생 16.02.10 496 0
83738 한담 판무를 쓴다는 것 +1 Lv.31 서산화 16.02.10 565 2
83737 한담 판타지니까 괜찮아! +7 Lv.99 여행하는자 16.02.10 644 4
83736 한담 게임으로 보는 소설 - STATUE +6 Lv.20 태세우스 16.02.10 672 4
83735 한담 제가 봤던 작품들을 모아 보는 창은 없나요? +2 Lv.87 라그나로 16.02.09 555 1
83734 한담 보통 문피아 캐시 한달에 어느정도 충전하세요 +10 Lv.73 rhwlq 16.02.09 717 0
83733 한담 여러분 생각하실때 \'...군\'하세요? +9 Lv.72 Freewell 16.02.09 550 0
83732 한담 무료로..볼때..질문좀할께요 +11 Lv.89 독자풍뎅이 16.02.09 854 0
83731 한담 제목 좀 찾아주세요 고수님들~ +3 Lv.46 싸우쓰월드 16.02.09 530 0
83730 한담 추천 부탁드립니다. 대체역사물 +10 Lv.99 won원won 16.02.09 615 0
83729 한담 재미있는 소설 없나요? +7 Lv.65 Mr.Smith 16.02.09 674 0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