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대단히 짜증날 수 있으므로, 한가하신 분만 보시기를 권장합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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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쓰는 분들께 조언을 구하고 싶은 일이라서 이곳에 남깁니다.
제가 예전에 나름 회심작이라고 노력을 해서 쓴 글이 하나 있었습니다.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현대에서 벌어지는 연금술사들의 전쟁에 고교생이 휘말려 세계(?!)를 지키기 위하여 싸운다는 그런 이야기였는데요, 문제는 바로 연금술이라는 소재 자체 때문에 일어났습니다.
아는 분이야 다 아시겠지만, 사실 연금술이라는 건 현대 화학의 기초 격인 존재가 아니겠습니까? 정체된 연금술이 아니라, 오히려 더욱 발전하고 진보한 연금술이 전쟁을 그리고 싶어서 나름 과학 서적을 많이 참고해서 작품에 내용을 담고자 노력했더랍니다.
개연성과 지식의 전달이라는 가치를 함께 추구하고 싶었던 거지요. -_-;;
그런데 거기에 너무 몰두한 나머지, 좀 과도하게 담았던 거지요.
사실 소재 자체가 물질을 다루는 연금술의 도구가 존재한다는 설정이라서 시작 된 일이긴 합니다만, 당시에는 정말 정신을 못 차리고 정도를 넘어 넣었습니다.
그 결과, 이런 내용이 되버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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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곤 훈계하는 듯한 어조로 말을 꺼냈다.
“이보게. 이 세계에는 현재 원자번호를 118번까지 부여받은 원소들이 존재하고 있네. 그 중에서도 자연에 존재하는 원소들 중 가장 원자번호가 큰 것은 92번의 우라늄(92U)이며, 93번 이상은 인공적으로 만든 것으로 대체로 수명이 매우 짧지. 이들 93 이상은 양성자 수가 매우 좁은 공간에 밀집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탄생한 양성자들 간의 전기적 척력의 힘이 매우 강력해서 쿨롱력을 견뎌내고 핵을 안정화 시키는 강력의 영역적 한계, 즉 1펨토미터의 수치를 벗어나게 되기 때문에 자연 상태에서는 스스로 존재하기가 힘든 실정이네. 그래서 이런......”
라던가, -_-;;
“자네는 이 세계의 물질에 대해 잘 모르는 것 같군. 이 세계에서 자연 상태로 존재하는 물질들은 대부분 순물질들이 아니라 혼합물이네. 보나마나 이게 뭔지 설명해 주지 않으면 모르겠지만, 간단하게 말 한다면 섞인 것과 안 섞인 것이라고 할 수 있겠지. 자네가 좋아하는 보석에 대해서 이야기 해볼까? 우리가 흔히 투명하고 아름답다고 여기는 보석들도 알고 보면 대부분 혼합물이네. 예컨대 강옥(鋼玉)이라는 광석은 거의 산화알루미늄 결정 덩어리나 마찬가진데, 이 광석을 분쇄하면 훌륭한 연마제가 되며 실제로 이렇게 만든 연마제가 현재 많이 사용되고 있지. 그런데 우리가 흔히 귀한 보석이라고 알고 있는 루비나 사파이어도 사실 이 강옥과 거의 대동소이한 걸 알고 있나? 루비에는 산화알루미늄에 산화크롬이 미량(0.2~0.3%) 불순물로 들어 있고, 사파이어에는 산화티탄과 산화철이 0.1~0.2% 정도 섞여 있지. 물론 이들 불순물 자체도 싸구려 금속산화물에 불과하네. 그러나 바로 그런 불순물이 알맞게 들어 있기에 아름다운 색깔이 나오는 것이지. 또 여성들이 좋아하는 보석 에메랄드는 녹주석이라는 광물 속에 들어 있는데, 이 녹주석은 규산염(모래의 주성분) 속에 알루미늄이 들어 있는 것이며 자연계에 조금밖에 없는 베릴륨도 소량 들어 있지. 에메랄드는 불순물에 따라 청색 핑크색 금색과 녹색을 띠는데, 이중 녹색 에메랄드가 가장 인기 있는 보석이네. 그 아름다운 녹색은 크롬이 미량 섞였기 때문에 나오는 것이지. 이렇듯 모든 보석의 바탕은 다른 돌과 비교할 때 단단하고 광택을 낸다는 특징 외에는 별다른 점이 없지만 그 속에 들어 있는 소량 원소들이 아름다운 색깔을 보태어 그 값어치를 더해 주는 것일세. 즉 한마디로 순물질이 아니란 소리지. 자연계에서의 순물질은 극도로 드믄데, 예를 들자면 빗물은 미량의 작은 먼지, 용해된 공기, 여러 가지 미세한 오염물들을 제외하면 거의 순수한 물이지. 금 다이아몬드, 황 등도 아주 순수한 형태로 발견되겠군. 그렇지만 이들 물질들은 아주 특수한 경우며, 인간은 항상 혼합물들의 세계에서 살아가고 있지. 이들 혼합물들을 먹고, 마시고, 입고, 혼합물로 만들어진 집에서 살며, 혼합물로 만든 도구를 사용하며 살아가는 것일세.”
라던가 -_-;;
“그래. 풀러렌. 부분적으로 산화나 환원시키면 전기가 통할 뿐 아니라 낮은 온도에서는 초전도성(超傳導性)까지 보여주기 때문에 꽤 가치 있는 존재지. 형태도 단순해. 축구공 모양이야. C60, C70, C80 등의 형태가 있는데 지금은 C60을 만들어보지. 탄소원자들 대부분이 흑연처럼 육각형 형태로 결합하고 있고 몇 개는 오각형의 형태로 결합되어 있네. 탄소원자60개를 모은 뒤, 6개를 따로 때어서 육각형 모양으로 만들고, 그렇게 만들어진 걸 모아서 축구공 모양으로 이어 붙이면 되는 거야. 간단하지?”
라더가 -_-;;
“그전에 일단 독에 대해서 조금만 더 알아보자. 독성물질이라는 것은 인체 내에서 일어나는 복합적인 화학반응계를 교란시키는 것들인데, 독성증세는 극히 적은 양의 독성물질에 의해서 나타날 수도 있고, 독성이 적은 물질을 다량 섭취함으로써 나타날 수도 있지만 일단은 소량섭취에 의해서 인체가 위험스럽게 되는 물질을 가리키지. 그러나 우리가 아는 바와 같이 큰 해가 없는 물질, 예를 든다면 사탕을 과다하게 섭취했을 때도 질병의 원인이 될 수 있는데, 다행하게도 인체는 대부분의 경우에서 "낯선" 화학물질을 인식하는 능력과 제거하는 능력을 적당히 가지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안 되는 것이다. 독성물질의 치사 복용량은 관례상 몸무게의 kg당 독성물질의 mg로 표시하지. 예를 들면, 시안화이온(CN-) 은 일반적으로 체중 1kg당 1mg를 섭취하면 생명에 치명적이다. 그러니까 60kg 몸무게를 가진 사람은 시안화물 약 0.06g 정도가 되면 치사량이 되는 거지. 비교적 독성이 적은 물질의 치사 복용량을 살펴본다면 몰핀 1~50mg/kg, 아스피린 50~500mg/kg, 메탄올 500~5000mg/kg, 에탄올 500~15,000mg/kg 정도가 있겠다. 일반 상식이니까 알아 둬라.”한동안 불카누스의 이야기를 곱씹은 남궁강. 생각이 어느 정도 정리가 되자 이해되지 않는 것을 물었다.“어째 숫자가 애매한데?”“그야 어쩔 수가 없지. 사람마다 차이가 있으니까. 흔히들 체질이라고 부르잖나.”“음. 그렇구나.”“이러한 독성물질의 치사량 측정은 주로 쥐와 같은 실험동물을 통해서 측정하는데, 치사량의 표기방법은 실험 통제 하에 있는 동물들 중 50%가 치사되는 양을 LD50 (치사량 50%)라 부르고 몸무게 kg당 독성물질의 mg로 나타내지. 그러므로 쥐의 큰 모집단에서 유추된 통계분석 자료에서 kg당 1mg를 투여하였을 때 실험집단의 50%가 치사된다고 하면 이 독성물질에 대한 LD50은 kg당 1mg이 되는 거다.”“...좀 어려운데?”“간단하다. 50%가 죽는 게 LD50이고, 이 조건 하에서 실험 시 몸무게 당 치사량이 되는 mg을 계산하면 이게 바로 독의 강력함을 알리는 표식이란 거지. 위에 거론한 것들 중에서 본다면 몰핀이 1~50mg/kg 수치니까 가장 위험한 물질이란 뜻이야. 그렇게 어렵진 않지?”“오, 그렇게 설명하니까 좀 알겠네. 그러니까 저 수치대로 계산하면 최악의 경우엔 몸무게 60kg인 사람은 몰핀 60mg만 들어가도 죽을 수 있다는 거지?”“바로 그렇다. 제대로 이해했군. 그럼 다음 진도로 나가 보자. 이번엔 독의 종류에 대해서 설명하마.”
라던가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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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은 단지 몇 부분을 발췌한 것이고, 사실은 이것보다 더욱 복잡하게 만들어놨습니다. 심지어 내용 만이 아니라, 풀러렌의 그림을 구해다 붙이고, 독성 물질의 치사량을 도표로 만들어서 붙이고, 이렇게 저렇게 등등이요.
제가 문과다보니 공부한 내용을 그대로 적는 것 밖에는 할 수가 없었거든요.
문제는 1권 분량을 다 완성하고서야 제가 정신을 차렸다는 겁니다. -_-;;
대체, 이런 식의 소설을 누가 읽어주냐 이 말이지요.
학습서적도 아니고, 나름 개연성을 넣겠다고 설쳐서 이리 된 건데...
지금 생각하면 정말 바보같았습니다. 독자를 생각 못 했던 거죠.
그런데 우스운 건, 제가 이 소설을 폐기처분 할 수가 없다는 겁니다. 들어간 노력과 열정이 너무 아까워서요...
대체 어쩌면 좋을까요? 이런 작품이라도 살릴 방도가 있겠습니까?
아니면 역시 버려야 할까요?
설명을 극도로 축소하는 부분도 고려해 봤는데, 그렇게 되면 세계관과도 충돌이 일어납니다. 일개 고교생이 저런 설명도 듣지 않고 지식을 다 갖고 있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고,
요술방망이 휘두르 듯 금나와라 뿅! 은나와라 뿅! 하는 건 도저히 못 쓰겠고...-_-;;
이 글을 볼 때마다 한숨이 나와 이렇게 상담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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