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김정률
작품명 : 다크메이지
출판사 :
편의상 존칭은 생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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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전판타지인 다크메이지는 흑마법사가 주인공인, 조금 색다른 주제의 소설이다. 또한 인물들의 심리묘사가 뛰어나고, 그 인물들의 행동이 인과관계에 상응하도록 작가는 세심한 배려까지 곁들여 놓았다. '소드엠페러'의 작가로도 유명한 김정률님은 '소드엠페러'에서는 호쾌함을-그러나 사실 소드엠페러는 10권까지밖에 읽지 못했다.-, '다크메이지'에서는 세밀함을 문체의 주로 삼아 글을 풀어갔다. 소드엠페러와 다르게 다크메이지에서는 데이먼을 중심으로 주위에 서서히 영향력을 미치는 동심원을 그리며 이야기를 펼쳤기 때문에 그의 심리묘사를 중점으로 한 세밀함이 주가 될 수 밖에 없었겠지만, 적어도 글 자체의 중후함은 살아있었다.
확실히 다크메이지는 내용과 스토리라인을 제하고 문체만으로도 '감칠맛'나는 작품이다. 극적인 상황에서의 묘사는 물론이고, 인물들의 대화나 심리묘사는 꽤나 사실적임과 동시에 약간의 위트를 추가해 독자의 흥을 돋우었다. 사실 최근의 판타지들의 추세를 보면 감각적인 문체보다는 스토리를 중점으로 한 작품들이 많다. 물론 스토리가 문체나 필력에 비해 중요성이 떨어진다는 것은 아니지만, 확실히 어색한 묘사나 유아틱한 문체는 독자의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임에는 틀림없다.
그렇다고 문장력만 좋으면 그 소설이 재미있을 수는 없다. 화려한 문장과 감각적인 문체만으로 '소설'이 흥미로울 수는 없기 때문이다. 순수문학이건 장르문학이건 우선 '소설'의 이름을 달았다는 것은 '시'나 '수필'이 아닌이상 '이야기'로써 독자에게 흥미를 주어야 하기 때문에 탄탄하고 재미있는 스토리가 수반되지 않고서는 독자의 외면을 받을 수 밖에 없다.
그런면에서 나는 다크메이지를 '수작'이라고 평가한다. 뛰어난 문장력은 그저 부수적인 것일 뿐, 다크메이지 자체 역시 탄탄한 스토리를 바탕으로 하는 '재미있는' 소설이기 때문이다. 특히 초반 3권정도까지, 이계로 넘어오면서 내공을 소실한 데이먼이 여러면에서 고난을 겪었으나, 이후 흑마법사로써 다시 강자의 면모를 되찾는 것, 그러나 드래곤들의 음모에 휘말려 봉인되었다가 5백년이 흐른 후 탈출, 새로운 동료들을 만나고 마왕이 되고 드래곤을 무찌르는 과정등을 적절한 포인트에서 기복을 주며 독자들의 흥미를 계속 이끌어내는 뛰어난 능력을 보여준다.
또한 한 부분에 국한된 것이 아닌, 이계는 물론이고 차원을 넘어서까지 활약하는 큰 스케일을 다루다 보면 식상해지는 부분이 있거나 늘어지는 부분이 있게 마련인데, 다크메이지에는 딱히 그런 부분이 없다. 바로 자잘한 에피소드를 곁들였기 때문이다.
주가되는 이야기가 10권이 넘는 분량으로 계속 진행되다보면 지루한 면이 없을수가 없다. 그러나 작가는 스토리라인 사이사이에 인물들간의 재미있는 에피소드-혹은 감동적인-를 곁들이며 마치 게임을 하거나 장편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줘 지루함을 없앴다. 물론 이런식으로 여러 인물들간의 이야기를 중구난방으로 펼친다면 소설 몰입에 방해가 될 테지만, 마치 요리사가 언제쯤 어떤 재료를 넣어야 할 지를 알듯이 요소요소에, 일정정도의 거리를 두고 이런 에피소드를 집어넣어 글의 맛을 더했다. 바로 이런 면으로 작가가 얼마나 뛰어난 '이야기꾼' 인지를 알 수 있다.
그러나 초중반 잘 이끌어 가던 글은 후반부에 개연성에서 약간 문제를 드러낸다. 방대한 분량의 소설인 만큼 너무 커진 스토리라인을 통제하는데 약간은 버거운지, 중간에 5백년이란 세월의 거리를 두었음에도 데이먼의 심리변화를 줄곧 유지시켜 개연성을 약간 떨어트렸다던지, 배교의 교주 시절 자신을 쫒아 이계로 넘어왔던 무인을 다시 만났을때-물론 죽은 황제로써-그 부분에 대한 복선은 충분히 예측 가능하지만, 이를 너무 가볍게 지나가 고개를 수긍할 정도의 동감은 이끌어내지 못했다.
그러나 아무리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어도 이정도 분량의 소설을 쓰면서 단 한톨의 문제점도 없는 글을 쓸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또한 이야기상의 어색한 부분은 있을지언정 그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사람은 작가이기에 독자로서 지적은 해 줄수 있어도 왈가왈부 할 수 있는 노릇은 아니다. 오히려 뚜렷한 반전이나 치열한 두뇌싸움 없이 이정도의 재미를 이끌어 낸 작가의 뛰어난 솜씨에 감탄할 뿐이다.
다크메이지도 이제 곧 2부가 나온다고 한다. 1부의 연장선상에 있지만 주된 내용까지 연결되지는 않는다 하니, 앞으로 데이먼의 활약상을 계속 지켜 볼 수 없다는 점에서 아쉽기는 하나 또한 얼마나 작가가 새로운 내용에 멋들어진 필력을 곁들여서 우리에게 즐거움을 줄 지 기대해 보는것도 나름대로 즐거움이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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