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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된 진실

작성자
티아마스
작성
08.07.21 00:49
조회
711

작가명 : 데릭 젠슨

작품명 : 거짓된 진실

출판사 : Agora

어지간하면 앉은(혹은 선) 자리에서 책의 끝을 보는 제게, 몇 번이고 페이지를 덮고 돌아다니게 한 책. 데릭 젠슨의 거짓된 진실입니다. 4시간 만에 완독 성공했는데 다신 펴보고 싶지 않네요.;;;;

성서의 유명한 장면, 술에 취해 알몸으로 잠든 노아와 세 아들에 대한 이야기로 입을 떼는 작가. '계급, 인종, 젠더를 관통하는 증오의 문화' 라고 표지에 적혀 있는데, 작가의 의문은 이렇게 정리할 수 있겠네요. '증오는 어디에서 시작되고 우리의 삶을 지배하는가? 그 증오에서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하는가?'입니다. 작가는 그 해답을 산업, 자본주의 체제에서 찾지요.

산업(저자는 삶을 죽음으로 바꾼다, 라고 하지요.)생산자로서 백인(남자)이 타인(유색인종 또는 여자)에게 증오를 갖는 이유와 그 증오를 만드는 체계, 그리고 무감각한 반응에 대한 이유를 추구하죠.

그러면서 저자는 재미있는 거리를 유지합니다. 자기자신도 그 증오 속에 있는 한 인간임을 숨기지 않고 담담한 목소리로 들려주는 겁니다. 인종차별적인 사고, 행동, 상상을 여과없이 드러내면서.

산업과 자본주의로부터 생산된 증오. 무의식적으로 차별적인 사고에 길든 백인(혹은 생산 소비자로 사는 무감각한 인간)을 비추는 시선에서 시작한 책은 후반부에서 점차 자본주의와 문화 체제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냅니다.

생산 주체는 자원의 활용을 위해 한 집단(성, 인종, 계급)을 인간이 아닌 '개체'로 파악하고 필요에 따라 제거하거나 지배하려합니다. 그 과정에서 증오는 훌륭한 도구가 되어 생산자와 소비자 집단을 묶고 탄압이 시작되는 거죠. 증오는 마침내 체제의 일환이 되고 그 체제의 승자로 존재하는 소비자는 증오를 자연스럽게 학습합니다. 학습된 증오는 소비자에게 당연한 것이 되는 거죠.

마침내 작가가 선언합니다. 증오에서 벗어나려면 체제를, 문명을 부숴야 한다고. 그렇게 해야만 이 악순환이 끝날 거라고. 단순한 개체가 아니라 인간 대 인간으로 타인을 대해야 한다고.

읽는 내내 어렵고 불편한 마음이었습니다.

유색 인종을, 여성을, 노동자를, 그리고 자기와 같은 누군가를. 인간을 인간으로 보지 않는 산업과 자본주의 체제로부터 비롯된 증오.

겁도 없이 차별에 대한 내용을 다뤘던 제가 부끄러웠고, 한 발 빼고 있다고 생각한 자신의 오만을 돌아보는 기회였습니다. 작가는 아름다운 세계를 보며 살아가는 자기를 느낀다며 산뜻한 마무리를 짓는데......막상 읽는 사람에게 엄청난 걸 떠안기는군요. 일단, 이 작가가 옳다거나 그르다거나 하는 판단은 미뤄두기로 했습니다.

두서없고 정신 사나운 감상글이네요.

.....차별과 증오에 관심이 있는 분이시라면 꼭 읽어보시길, 증오와 군중 심리의 메커니즘에 관심이 있는 분이시라면 다른 책 보시길 권해드립니다.

P.S. 뒤늦게 봤는데 이 사람 아나키스트였군요. =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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