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입후 감상을 처음 남겨 봅니다. 이 작품이 재미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기에 꼭 보고 싶었으나 동네 대여점들에 거의 없더군요. 한 군데 있는 곳은 5권이 빠져 있어서 보기가 꺼려졌습니다. 그러나 이번 공동구매 덕분에 싼 가격에 이 작품을 구할 수 있게 되어 아주 기뻤습니다. 받아본 후 정신없이 읽기 시작했습니다. 확실히 이름값을 하더군요. 6권을 내리 읽어내리게 만들었으니까요. 읽고 나서의 느낌을 요약해보면,
1. 작가의 필력이 대단합니다. 중간중간 나오는 대화나 배경 설명에서 나오는 지식 뿐 아니라 장면 묘사, 대화체등이 조잡하지 않고 유려하게 느껴졌습니다. 요즘 나오는 작품 중 일부는 재미있기는 하지만 단순한 말장난이나 억지 개그 장면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 작품은 무협 그 자체만으로 재미를 느끼게 해 줍니다. 석가장에서의 일들은 추리적 느낌도 강하구요. 후반부에 가면 패악교등의 이름을 통한 코믹장면도 많이 묘사됩니다만 그리 크게 거슬리지는 않는군요.(솔직히 패악교같은 것들이 재미있기도 하지만 그전까지의 분위기와는 크게 바뀐 것 같아 조금 아쉽기도 합니다. 최근의 표변도는 이쪽 흐름에 가까운 것 같습니다. 뭐 그러나 어디까지나 취향차이니까요.)
2. 캐릭터들이 모두 개성있으면서도 버리는 것이 없습니다. 요즘 몇몇 작품은 권수가 많아지면서 앞에 나온 캐릭터들이 은근슬쩍 사라지고는 나중에 몇줄로 표현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작품은 그렇지 않아서 좋습니다. 오히려 주인공 서기영의 비중이 적은 편이죠. 풍갑제와 서기영의 주인공 구도는 나중에 진운생, 이판교 등의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등장하면서 산만해지지 않고 잘 조화된 것 같습니다.
3. 저같은 경우 무협을 읽을 때는 주로 해피엔딩을 선호합니다. 그리고 호쾌한 느낌이 드는 것을 좋아하구요. 이쪽이 무협의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 주거든요. 그런 측면에서 이작품에는 풍갑제의 호쾌함, 이판교의 비장감(개인적으로 이런 캐릭터를 제일 좋아하는데 대부분 결말이 안좋아서 슬픕니다. 이작품도 결국...), 진운생의 절대자적 신위(실제 그렇다기 보다 명성에 의해) 등 제가 좋아하는 측면이 많아 좋았습니다. 개방 목 방주 등이 보여주는 협의 모습도 정통 무협에 가까운 느낌입니다. 그러하면서도 신무협답게 무(巫)라는 측면이 포함된 스토리 전개가 신선감을 주구요.
4. 위의 장점에도 불구하고 몇몇 단점도 눈에 띄는군요. 일단 글이 자칫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을 정도로 대화가 깁니다. 특히 초반부가 그러한 편인데 물론 필요한 내용도 많지만 자칫 현학적으로 느껴질 수 있을 정도로 글이 늘어지는 느낌도 없지 않습니다. 저도 초반에는 혹시 중요한 내용이 있을까 싶어 꼼꼼히 읽다가 나중엔 대충 건너뛰게 되더군요^^. 작가의 풍부한 지식과 조사, 또는 그만큼의 노력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저한텐 너무 길어보입니다. 나중엔 좀 나아졌지만요. 또하나의 아쉬운 점은 결말에 있어 전형적인 패턴이 보인다는 것인데요. 나백과 육중산의 관계를 밝혀낸 것이 어찌 보면 충격적이지만 또 어찌 보면 '그래서 뭐?'라는 느낌도 들고, 갑자기 강해진 서기영의 압승, 예상되었던 에필로그 부분은 조금 아쉽네요. 아무래도 이작품의 출간 시기가 요즘의 흔히 말하는 신무협 초기이다 보니 그 이전 작품들의 영향도 강했지 않나 싶군요. 그러나 이런 단점은 작품 자체의 결함이라기보다 저 개인적인 느낌일 뿐 입니다.
이 작품은 저 개인적으로는 최근 읽은 작품 중에는 확실히 수작에 들어갑니다. 내용도 좋고요. 못 읽은 분들께 꼭 추천해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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