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감상

추천에 관련된 감상을 쓰는 곳입니다.



운곡의 <등선협로>를 읽고

작성자
Lv.41 큰곰
작성
03.10.29 23:17
조회
1,419

  가입후 감상을 처음 남겨 봅니다. 이 작품이 재미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기에 꼭 보고 싶었으나 동네 대여점들에 거의 없더군요. 한 군데 있는 곳은 5권이 빠져 있어서 보기가 꺼려졌습니다. 그러나 이번 공동구매 덕분에 싼 가격에 이 작품을 구할 수 있게 되어 아주 기뻤습니다.  받아본 후 정신없이 읽기 시작했습니다. 확실히 이름값을 하더군요. 6권을 내리 읽어내리게 만들었으니까요. 읽고 나서의 느낌을 요약해보면,

1. 작가의 필력이 대단합니다. 중간중간 나오는 대화나 배경 설명에서 나오는 지식 뿐 아니라 장면 묘사, 대화체등이 조잡하지 않고 유려하게 느껴졌습니다. 요즘 나오는 작품 중 일부는 재미있기는 하지만 단순한 말장난이나 억지 개그 장면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 작품은 무협 그 자체만으로 재미를 느끼게 해 줍니다. 석가장에서의 일들은 추리적 느낌도 강하구요. 후반부에 가면 패악교등의 이름을 통한 코믹장면도 많이 묘사됩니다만 그리 크게 거슬리지는 않는군요.(솔직히 패악교같은 것들이 재미있기도 하지만 그전까지의 분위기와는 크게 바뀐 것 같아 조금 아쉽기도 합니다. 최근의 표변도는 이쪽 흐름에 가까운 것 같습니다. 뭐 그러나 어디까지나 취향차이니까요.)

2. 캐릭터들이 모두 개성있으면서도 버리는 것이 없습니다. 요즘 몇몇 작품은 권수가 많아지면서 앞에 나온 캐릭터들이 은근슬쩍 사라지고는 나중에 몇줄로 표현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작품은 그렇지 않아서 좋습니다. 오히려 주인공 서기영의 비중이 적은 편이죠. 풍갑제와 서기영의 주인공 구도는 나중에 진운생, 이판교 등의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등장하면서 산만해지지 않고 잘 조화된 것 같습니다.

3. 저같은 경우 무협을 읽을 때는 주로 해피엔딩을 선호합니다. 그리고 호쾌한 느낌이 드는 것을 좋아하구요. 이쪽이 무협의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 주거든요. 그런 측면에서 이작품에는 풍갑제의 호쾌함, 이판교의 비장감(개인적으로 이런 캐릭터를 제일 좋아하는데 대부분 결말이 안좋아서 슬픕니다. 이작품도 결국...), 진운생의 절대자적 신위(실제 그렇다기 보다 명성에 의해) 등 제가 좋아하는 측면이 많아 좋았습니다. 개방 목 방주 등이 보여주는 협의 모습도 정통 무협에 가까운 느낌입니다. 그러하면서도 신무협답게 무(巫)라는 측면이 포함된 스토리 전개가 신선감을 주구요.

4. 위의 장점에도 불구하고 몇몇 단점도 눈에 띄는군요. 일단 글이 자칫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을 정도로 대화가 깁니다. 특히 초반부가 그러한 편인데 물론 필요한 내용도 많지만 자칫 현학적으로 느껴질 수 있을 정도로 글이 늘어지는 느낌도 없지 않습니다. 저도 초반에는 혹시 중요한 내용이 있을까 싶어 꼼꼼히 읽다가 나중엔 대충 건너뛰게 되더군요^^. 작가의 풍부한 지식과 조사, 또는 그만큼의 노력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저한텐 너무 길어보입니다. 나중엔 좀 나아졌지만요. 또하나의 아쉬운 점은 결말에 있어 전형적인 패턴이 보인다는 것인데요. 나백과 육중산의 관계를 밝혀낸 것이 어찌 보면 충격적이지만 또 어찌 보면 '그래서 뭐?'라는 느낌도 들고, 갑자기 강해진 서기영의 압승, 예상되었던 에필로그 부분은 조금 아쉽네요. 아무래도 이작품의 출간 시기가 요즘의 흔히 말하는 신무협 초기이다 보니 그 이전 작품들의 영향도 강했지 않나 싶군요. 그러나 이런 단점은 작품 자체의 결함이라기보다 저 개인적인 느낌일 뿐 입니다.

  이 작품은 저 개인적으로는 최근 읽은 작품 중에는 확실히 수작에 들어갑니다. 내용도 좋고요. 못 읽은 분들께 꼭 추천해드리고 싶습니다.


Comment ' 7

  • 작성자
    Lv.99 현수(玄修)
    작성일
    03.10.30 10:15
    No. 1

    첫 외출이란 걸 감안해도 꽤 훌륭한 편입니다.
    평지로 갔다가 산길도 걷고 물도 건너고 계단도 오르내리고...
    가는 중간에도 지루하지 않게 재미있는 일도 많이 생기고...
    다만, 아쉬운 것이... 집에 있는 옷들을 전부 다 껴입고 나왔다는 점입니다.
    한학에 대한 깊은 조예와 지식은 그 자체로도 좋은 볼거리였지만, 좀 지나치단 느낌이 들더군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 風量刀
    작성일
    03.10.30 11:53
    No. 2

    그 좀 어려운 문장들 때문에
    권수를 줄이게 되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죠-_-;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타반테무르
    작성일
    03.10.30 12:19
    No. 3

    내공이 약하신분들에겐 제 개인적으로 비추입니다.
    재미를 최고로 치고 무협소설을 읽으시는 분들에겐 많이 힘들겁니다.
    지루한면이 좀 많이 있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 검은검
    작성일
    03.10.30 13:56
    No. 4

    '실패한 걸작' 이라는 금강님 말씀이 문득 떠오르는군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서태수
    작성일
    03.10.30 17:22
    No. 5

    무협 애독자라면 꼭 한번은 읽어봐야할 목록이 아닐까 합니다.
    내공 수위를 떠나서 이 글이 지루하다는 평은 이해하기가 쉽지 않군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9 행로난
    작성일
    03.10.31 05:25
    No. 6

    금강님의 표현이 딱 맞는듯 하군요..실패한 걸작..
    논어,맹자.장자.등등 인용에 관한한 이 소설 이상 가는거 없을듯
    합니다. 분명 어렵지만 재미있다고 생각합니다.
    재미만을 느끼면서 보고 싶다면 인용부분은 대충 건너 뛰어 가면서
    보시면 될듯한데 아마 이 부분 때문에 '실패한 걸작' 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앗는지 합니다..
    금강님의 비평을 읽어 봐야 겟군요..
    추천을 한다면 한표 던질 만한 소설입니다..추천 한표..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太乙劍仙
    작성일
    03.11.11 16:39
    No. 7

    내 않 읽어본 무협지가 없지만 정말 무협소설이라 칭할 만한 작품이죠.
    추천 백표요.

    찬성: 0 | 반대: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감상란 게시판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추천
1883 무협 쟁선계6권. 풍운제일보 3.4권. 기타.. +1 Lv.8 hyolgiri.. 03.11.01 1,363 0
1882 무협 내 마음의 무협 암왕 +2 Lv.44 천장지구 03.11.01 1,358 0
1881 무협 [무정지로]를 추천합니다. +4 Lv.99 성성성성 03.11.01 2,176 0
1880 무협 성장소설이라.... Lv.1 김근수 03.10.31 1,416 0
1879 무협 패왕초이, 괴선, 건곤권, 신승 추천이욤^^ +4 Lv.1 [탈퇴계정] 03.10.31 1,877 0
1878 무협 [감상] 천봉을 읽고... +1 Lv.15 푼수무적 03.10.31 969 0
1877 무협 중국의 전통무협소설.... +7 Lv.1 비연투림 03.10.31 3,542 0
1876 무협 [추천] 장경-성라대연과 황금인형 +4 Lv.1 술취한늑대 03.10.31 1,377 0
1875 무협 강호비가행의 사라진 독자들에 대한 생각 (... +3 Lv.68 현각 03.10.31 1,160 0
1874 무협 화산논검을 추천합니다. +13 Lv.1 팔색조 03.10.30 1,601 0
1873 무협 용대운님의 탈명검 추천합니다. +9 용마 03.10.30 1,897 0
1872 기타장르 이런 책 읽어 보셨습니까? 분향논검 +5 Lv.1 [탈퇴계정] 03.10.30 1,929 0
1871 기타장르 나와 무협-98년도쯤.. 와룡강작가님 '적붕왕' +7 Lv.1 오뢰신마 03.10.30 2,210 0
1870 무협 성장 무협이 좋다 ~ +12 Lv.45 물사랑 03.10.30 3,371 0
1869 무협 운곡님의 등선협로를 읽고... +7 Lv.99 淸花 03.10.30 1,628 0
1868 무협 황인경 님의 돈황의 불빛을 감상하고 +2 Lv.91 한백 03.10.30 1,514 0
1867 무협 [강력추천] 고룡의 혈앵무 +3 Lv.26 비와우뢰 03.10.30 1,778 0
» 무협 운곡의 <등선협로>를 읽고 +7 Lv.41 큰곰 03.10.29 1,419 0
1865 무협 삼류무사..추천합니다^^ +3 Lv.53 아즈가로 03.10.29 1,038 0
1864 무협 학사검전 추천합니다 +11 Lv.1 느끼샷 03.10.28 2,173 0
1863 무협 사라전종횡기 그리고 보표무적, 혈리표, 보... +3 Lv.1 서태수 03.10.28 2,218 0
1862 기타장르 태양의 전설 바람의 노래(추천+감상+비평+... +1 Lv.1 타반테무르 03.10.28 1,684 0
1861 무협 유재용님의 "청룡맹" +2 Lv.62 흔적남 03.10.28 2,081 0
1860 무협 왠지 코드가 안맞는듯한... 무공교두 Lv.19 R군 03.10.27 1,808 0
1859 무협 담천님의 풍월루 +1 Lv.66 당군명 03.10.27 1,353 0
1858 무협 의천도룡기 중 카산과 아머에 대해 +3 Lv.1 한산 03.10.27 1,627 0
1857 무협 이영석님의 <혈리표>를 읽고. Personacon 검우(劒友) 03.10.27 1,372 0
1856 무협 유재용님의 <청룡맹>을 읽고. +11 Personacon 검우(劒友) 03.10.27 2,485 0
1855 무협 최현우님의 <학사검전>을 읽고. +3 Personacon 검우(劒友) 03.10.27 1,843 0
1854 무협 '유수행', '학사검전' - 읽는 내내 편안했... +1 화화[畵華] 03.10.27 1,876 0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genre @title
> @subject @ti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