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문의 존칭은 생략토록 하겠습니다. ***
*** 혹 등장인물의 명칭 등이 틀릴 때 지적 주신다면 감사하겠습니다. ***
두령.
우두머리란 뜻이다.
두령의 길.
우두머리의 길이다.
작가 월인은 단 4권이란 그렇게 많지 않은 분량 속에 그가 생각하는 우두머리의 길을 유감없이 펼쳤다.
충격은 서장부터 시작된다.
어느 한 나그네가 길을 가다 본 우두머리 원숭이의 이야기!
진정한 우두머리의 길은 바로 그래야 한다는, 두령 전체를 꿰뚫는 가장 커다란 줄기를 제시한 월인은 이어 장천호라는 한 소년을 등장시킨다. 새벽부터 찬 이슬을 맞으며 일을 나서는 어린 소년, 천호. 이어 벌어지는 천호의 비극. 은의 미부와 흑의 사내의 대결 가운데 소년 천호는 졸지에 천애고아가 되고, 천호는 그토록 어린 나이에 복수란 무시무시한 두 글자를 가슴에 깊숙이 새긴다.
시점은 곧 두령의 숨은 주인공, 단리웅천을 비춘다.
마도와의 전쟁을 성공적으로 이끈, 강호 백도의 주인 제왕성주 흑제 단리운극.
그가 속한 단리 세가는 대대로 신이 내린 완벽한 재질을 타고났고, 당금 단리 세가의 가주, 흑제 단리운극에 이르러 그 기세는 그야말로 하늘을 꿰뚫을 듯 강렬하여 강호의 이들은 그들을 제왕성이라 불렀다.
하지만 그런 흑제에게도 고민은 있었으니, 바로 장남 단리웅천에 관한 것이다.
그 자신을 능가하는 엄청난 재질을 보였던 웅천.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술독에 빠져 무공 수련을 게을리 하더니, 이제는 동생 단리웅호에게까지 패하고 만다. 물론 단리웅호를 다음 제왕성주로 삼는다면 문제는 없다. 하지만 제왕성에는 모든 분란을 막기 위해 무조건 장남이 가주에 올라야 한다는 법칙이 있기에 흑제의 고민은 더욱 심각한 것이다.
이어 시점은 급격히 바뀐다.
사막의 악마, 백사풍에게 쫓기는 대상 진충과 그의 금지옥엽 진소혜. 그리고 그들을 구원하는 장천호. 장천호는 그야말로 가장 태초에 가까운 악마적인 도법을 선보이며 진충과 진소혜를 구하고, 진충의 집에 일정 기간 기거하며 한 권의 책을 구한다. 그 이름은 현 무림비록! 그리고 장천호는 단리웅천과의 운명적인 조우를 하는데.
이미 이 시점에 이르러 난 두령이란 책이 급속도로 몰입하였다.
걸출한 후기지수들을 선발하는 무림성회, 그리고 제왕성과 강호 백도간의 숨겨진 음모. 그에 수면 깊숙이 잠수하는 구파일방, 사대세가의 후기지수들. 장천호와의 만남, 그에게서 전수받는 악마적인 도법과 암흑류의 무공!
군살을 쭉 뺀 그 간결한 스토리 라인과 문체는 나에게 쏙 맞았고, 한시도 긴장감을 늦추지 않는 그 구성 또한 대단했다.
과연 월인, 이란 탄성이 절로 나올 만큼.
나에게 있어 '이름'으로 글을 선택하도록 만드는 작가는 그렇게 많지 않다.
기껏 꼽아 봐야 다섯 손가락 안에 들까.
그만큼 글에 있어 째째한 나에게 월인의 데뷔작, 두령은 정말 커다란 감상을 남겼다.
읽은지 제법 오래된 두령이지만, 아직도 내게 감명 깊게 남아 있는 것은 주인공 장천호가 절벽에 떨어지며 통천문의 무공을 얻는 것, 그리고 서장과 본문 2곳에 언급되는 우두머리 원숭이의 이야기다.
더불어 여타 무협 소설들이 수습이 불가능할 정도로 결을 크게 맺는 데 반해 두령의 결은 아주 간결하게, 그럼에도 무언가 여운을 불러 일으킬 정도로 깔끔하게 맺었다.
비록 데뷔작이란 한계 때문에 여러가지 문제점이 많은 두령이지마는, 그래도 내게 있어 가장 최고의 무협 소설로 꼽는 것은 두령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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