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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Lv.29 스톤부르크
작성
09.11.08 16:01
조회
1,379

작가명 : 사토 유야

작품명 : 수몰 피아노 - 카가미 소지가 되돌리는 범죄

출판사 : 학산문화사 파우스트 노벨

발행일 : 2008년 1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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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팅으로 알게 된 소녀에게 집착하는 '나', 가족들의 욕심으로 인해 뇌가 망가진 여동생에 의해 죽어가는 '나', 그리고 동급생 소녀를 불행하게 만드는 '놈'을 없애기 위해 끔찍한 일을 저지르는 '나'. 세 명의 '내'가 1인칭 시점으로 각자의 이야기를 서술한다. 이렇듯 비상식적인 주인공들의 불행과 광기 어린 모습이 소설의 주축이다.

<플리커 스타일>, <에나멜을 바른 혼의 비중>에 이은, 사토 유야 '카가미 가 연작 시리즈'의 세 번째 이야기다. 연작 스토리에서 카가미 가의 7남매들은 평범한 듯 보이지만 정상인과는 다른 특이점을 갖고 있다. <수몰 피아노>에서는 차남인 카가미 소지가 등장하면서 아무도 모르게 물속 깊이 잠겨져 있던 참혹한 사건의 진상을 밝히며 과거를 되돌린다. <알라딘 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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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들어가며

'플리커 스타일 - 카가미 키미히코에게 어울리는 살인', '에나멜을 바른 혼의 비중 - 카가미 료코의 변화하는 밀실'에 이은, '카가미家 연작'의 세번째 작품입니다. '카가미 자매의 나는 교실'이 아직 국내에 들어오지 않았기 때문에 이걸로 정발된 카가미가 연작은 다 읽은 셈이군요. 한국에 들어온 사토 유야 책 중 읽지 않은 것은 이제 '크리스마스 테롤'만 남았습니다. 무크지 파우스트에 실린 단편 몇개가 있긴 하지만요.

하여간 카가미 소지의 이야기. '플리커 스타일'의 시점에서는 이미 사망한 걸로 나왔던 걸로 기억합니다만, 아직 소지가 생존한 시점의 이야기입니다.

1. 개요

우선 본문으로 들어가기 전에, 이 책의 각 '챕터'의 제목을 적어보겠습니다. 그야말로 책의 모든것을 함축하고 있다고 해도 되는 부분이니까요.

제 1장/"저는 피해자입니다."

제 2장/"박해를 받고 있습니다."

제 3장/"이런 일을 당하는 원인을 알고 싶습니다."

제 4장/"그건 역시 제가 잘못한 걸까요?"

제 5장/"더는 견딜 수가 없습니다."

제 6장/"누가 저를 좀 구해 주시지 않겠습니까?"

제 7장/[대답이 주어지고, 인식은 역전이 일어난다]

제 8장/"저는 가해자입니다."

종장

이 책 또한 앞 권들과 마찬가지로 여러명의 화자가 번갈아가며 이야기를 합니다.

첫번째 화자는 지루한 일상을 반복하는 무기력한 프리터(아르바이트만으로 생활하는 사람)로, '히로코'라는 아이와의 이메일 통신만이 생활의 유일한 낙입니다.

두번째 화자는 뇌가 이상해진 여동생에 의해 일가족 전체가 저택에 갖혀, 여동생에게 살해당할 날만을 기다리는 신세가 된 '토모로'. 그는 '유서'라는 형태로 이야기를 서술합니다.

세번째 화자는 '코우'라 불리는 초등학생입니다. 코우는 착하고 심성이 여린, 언제나 끊임없이 불행이 찾아오는 '카야코'라는 여자아이를 지키기 위해 '놈'이라 이름붙인 무언가와 필사적으로 싸우려고 합니다.

이 셋은 홋카이도에 산다는 것 외에는 아무런 접점을 발견할 수 없습니다. 각각의 이야기는 제 멋대로 파국으로 치달아 가고, 그것들이 만나게 될때, 이야기는 뒤집어집니다.

2. 앞 권들과의 차이점

'플리커 스타일'이 혼란스럽고 신경질적인 불안감으로 이야기를 유지했다면, '에나멜을 바른 혼의 비중'은 온갖 자극적인 묘사를 아낌없이 퍼부으며 밀도 높은 이야기를 전개하여 독자의 시선을 때지 못하게 하였습니다.

이번 '수몰 피아노'의 묘사 코드는 '무력감'입니다. 이건 무슨 타키모토 타츠히코 소설('NHK에 어서오세요', '네거티브 해피 체인 소 에지')도 아니고, 일상 흐름에서의 무력감, 압도적인 폭력 앞에서의 무력감, '세상의 악의'에 대한 무력감을 처절하고도 우울하게, 밀도 높은 문장으로 서술합니다.

이야기의 클라이맥스 직전까지, '토모로'의 이야기를 제외하고는 매우 가라앉아 있습니다. 앞 권들이 그야말로 폭풍같은 자극으로 시선을 끌던 것 과는 달리, 수몰 피아노는 독자를 같이 끌어들여 가라앉아가는 그 우울함으로 책에 몰입하게 합니다.

'반전' 면에서도 이전 권들의 방식과는 꽤나 차이가 납니다. 우선 이번 권의 경우 '오컬트'는 없으니까요(카야코가 보는 '유령'이 진짜 유령인지, 카야코의 정신적인 문제인지는 확실치 않습니다만).

이야기 자체의 흥미나 짜임세로 보자면 '에나멜'쪽에 손을 들어주고 싶습니다만, '수몰 피아노'가 그나마 '정상적인' 방법으로 쓰여진 추리(?)라는 점은 인정할 수 밖에요. 이 '수몰 피아노'에서는 확실히 인정할 수 있는 반전을 무기로 쓰고 있습니다.

3. 감상

반전이 정상이라고 소설이 정상인 건 아니지요. 사토 유야가 쓴게 정상적인 정신머리를 가진 작품일리가 없지 않습니까. 이번에도 멋진 미치광이들의 불안이 넘치는 희대의 광극입니다. 무엇보다 이야기가 붕괴하는 말미의 반전들이 제대로 된 것들이니 만큼, 멋지게 독자의 뒷통수를 때립니다. "이 이야기들이 어떻게 연결될까?"를 상상하는 건 이런 류의 책을 읽을 때의 기본이기도 하고, 플리커와 에나멜에서의 경험이 있어서 더 기대했습니다만, 그 '방식' 자체를 비틀어 한 방 날리는 거지요.

사토 유야 특유의 불안한 세계관과 붕괴된 결말 또한, 작품 전체에 깔린 '무기력'과는 별개로 충실합니다. 특히나 이적 작들 보다 심리 묘사에 집착한 덕에 주인공들이 느끼는 무력감과 상실감, 혼란감등이 눈 앞에서 보는 듯 다가오니 말이지요. '플리커'때만 해도 자극 외에는 볼 게 없다.. 에 가까운 감상이었습니다만, 이거 갈수록 기술적으로 여러가지 면을 보여주는게, 작가를 따라가며 읽는 맛을 느끼게 해 줍니다.

4. 마치며

크리스마스 테롤은 카가미가 연작이 아니니 급하게 읽을 필요는 없다고 판단해서, 일단 대학도서관에 신청했던 마이조 오타로 책들이 들어왔기에 데뷔작인 '연기, 흙 혹은 먹이'를 읽기 시작했습니다. 메피스토 수상작들은 처음 접할때는 강한 거부감과 이질감을 느끼지만, 한번 빠지기 시작하면 정말 그 독특한 맛에 빠져 해어나오질 못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파우스트 계열은 한동안 발간이 뜸하다가, 최근 '신본격마법소녀 리스카'와 '살룡사건'을 내면서(판형이 변하긴 했지만) 다시 활동을 제개할 것 같습니다만, 카가미가 마지막 작품인 '카가미 자매의 나는 교실'은 언제 발간이 될지... 아니, 그보다 세이료인 류스이의 '코스믹'도 엄청 기대중인데, 빨리 나왔으면 합니다. 하여간, 그런 괴작들을 내 줄 만한 곳은 학산 뿐이라고요.


Comment ' 4

  • 작성자
    Lv.64 天劉
    작성일
    09.11.08 16:51
    No. 1

    음... 궁금한게 하나 있습니다. 이 시리즈 지를려고 생각 중인데 한꺼번엔 못지르겠고 처음에 접했을 경우 제일 괜찮을 만한 작품 없을까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4 天劉
    작성일
    09.11.08 17:01
    No. 2

    아, 맞다. 감상 잘봤습니다 ~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9 스톤부르크
    작성일
    09.11.08 17:24
    No. 3

    일단 연결고리가 있긴 하기 때문에 가장 처음(플리커 스타일)부터 순서대로 읽는걸 추천하지만, 가장 재미있게 읽은건 '에나멜을 바른 혼의 비중'입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2 써클
    작성일
    09.11.09 00:55
    No. 4

    비평도 하나의 작품이라는 말이 떠오를 정도로 잘 쓰신 감상문이네요

    잘 읽었습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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