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구로수번
작품명 : 낙일유가
출판사 : 문피아 연재중
탈혼경 감상 올리기 전에 블로그에 썼던 거 가져와봅니다. 서로 관련된 작품인지라... 장점은 탈혼경과 거의 비슷하기 때문에 '제가 보기에' 아쉬운점 위주로 썼습니다만 비평글은 아닙니다. 편의상 존칭은 생략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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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혼경奪魂經을 쓴 구로수번(카이지아)님의 문피아 연재작. 낙일유가와 탈혼경은 동일 세계관을 배경으로 하므로 탈혼경을 재밌게 본 이라면 반드시 추천하고 싶다. 특히 탈혼경에서는 밝혀지지 않은 몇가지 비밀이 언급되므로(영왕永王이라던가) 같이 읽으면 작가분의 설정을 어느정도 엿볼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미리 알면 재미없는거 아니냐 하는 우려는 필요없는 듯. 설정집을 보는 것과 별 차이없는 일이다.
2006년 1월부터 연재된 작품이다보니 현재와 비교해보면 필력이 딸리는 것은 사실이다. 장면전환이 부드럽지 못하고, 분량 배분에도 문제가 있으며, 전반적으로 살짝 산만하다. 무엇보다도 대화가 부자연스럽고 서술로 커버해야 할 것까지 대화로 일일이 설명하는 것이 가장 눈에 밟힌다. 하지만 초기작이니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는 수준이다.
구로님 작품은 탈혼경과 낙일유가 두개밖에 읽어보지 못했는데 두 작품의 공통된 단점이 있다. 이야기의 스케일 조절이 잘 안된다는 거. 그나마 탈혼경은 좀 나아진 듯 한데 낙일유가는 조금 심하다. 간단한 예로, 월야환담 창월야와 광월야를 비교해보자.
창월야는 러시아의 쿠데타를 배경으로 세계의 운명을 놓고 벌이는 한판 승부다. 광월야는 한국에서 조폭, 사이비종교와 관련된 소소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두 이야기는 스케일만 놓고 보면 엄청난 차이가 있다. 이 두 소재를 동시에 다루면 어떻게 될까? 상대적으로 광월야 쪽 이야기가 초라해보이고, 무의미하게 보일 것이다.
낙일유가가 그런 경우다. 초월적인 존재들의 신화급 이야기와 강호의 소소한 세력분쟁을 동시에 다루다보니 상대적으로 한쪽은 의미를 상실하게 된다. 분량은 많이 투입하지만, 실제로 그런 강호상의 소소한 분쟁은 초월자의 손짓 한번만도 못하니까. 비록 그런 이야기 뒤편에 숨겨진 사정이 많이 있다곤 하지만....
이럴 때는 둘 중 한쪽을 음지로 숨기고 일부만을 슬쩍슬쩍 보여주거나, 일상파트에 깊은 의미를 둘 수 있을 정도의 감정이입을 끌어낼 수 있는 스토리를 짜거나... 여러 방법으로 이런 위화감을 제거해줄 수 있는데, 낙일유가는 어느 것도 시도하고 있지 않다.
게다가 너무 '대단한' 애들이 많이 나오다보니 전혀 파워밸런스를 모르겠다. 설명은 해주는데 와닿지가 않는다. 분명 현 강호의 수준은 예전에 비해 엄청나게 떨어졌다는데 나오는 애들은 하나같이 초절한 실력을 갖고 있고, 팔색안이니 암천 십이천주니 팔대천마니 신선들이니 뭐니 하여간 대단한 애들 천지다. 묘사로는 엄청나다 엄청나다 하지만 '비교급'으로 보면 하나도 대단할 거 없다고나 할까.
낙일유가도 탈혼경도 마찬가지지만, 서술시 기준점을 너무 낮게 잡는 게 아닌가 싶다. 같은 산이라도 높이는 천지 차이다. 하지만 개미 입장에서 보면 다 높을 뿐이다. 개미가 앞산을 보고 '엄청 높네' 하고 에베레스트산 보고도 '엄청 높네' 하면, 듣는 입장에서는 앞산이나 에베레스트나 차이를 알 수가 없다. 얘도 엄청난 고수, 쟤도 무시무시한 존재, 이놈이나 저놈이나 전부 초월자이다보니 초월하지 못한 독자 입장에서는 도무지 구분이 안간다.
뭐 단점은 이쯤 해두고, 장점은 탈혼경과 대동소이하다. 흥미로운 특수무공체계, 이리저리 얽힌 전설과 기담, 무시무시한 스케일, 벗기고 벗겨도 새로이 드러나는 진실, 초월적 존재들의 쟁투. 게다가 탈혼경과는 달리 주술의 비중이 훨씬 더 높기에 이쪽 취향인 분들에겐 반가운 작품이 될 것이다. 여전히 히로인이 안보이는 점은 아쉽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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