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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흡하나 마도서생을 논하다.

작성자
Lv.99 자의(子儀)
작성
10.01.10 13:06
조회
4,640

작가명 : 우보

작품명 : 마도서생

출판사 : 미출판

1. 들어가며...

최근 무협계의 흐름은 먼치킨으로 향하고 있다. 시작을 먼치킨으로 하지 않아도 결국 먼치킨으로 흐른다. 먼치킨이 나쁜 것은 아니다. 인간의 말초적 파괴 욕구를 대리만족시켜주는 먼치킨은 스트레스 해소에 매우 유효한 수단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과연 그것으로 좋은가?

먼치킨만 등장하는 소설을 읽는 것은 가치관이 형성되지 않는 십대가 TV삼매경에 빠지는 것과 같다. 교훈과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지 못하면 바보상자와 진배 없다는 말이다. 개중에 먼치킨과 나름의 철학을 적절히 조화한 소설도 있으나 많이 부족한 것이 실정이다.

그 와중에 마도서생을 읽게 되었다. 마도서생이 과연 다른 소설들과 무엇이 다르고, 어떤 가능성을 품고 있으며, 이와 같은 소설에 대한 세부 장르군의 성립에 대해 가볍게 논해 보도록 한다.

2. 마도서생과 여타 소설의 차이점

마도소설의 분류는 굳이 따지자면 천사지인, 유수행 이후의 구도소설의 일맥을 이은 것으로 보인다. 물론 천사지인과는 좀 다르지만, 천사지인 발간 후 학사검전이나 기타 등등의 유가, 도가적 깨달음 위주의 소설들이 인기를 끌기 시작했고, 하나의 장르로서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하지만 마도서생은 위의 소설과도 좀 다르다. 그 차이는 미묘하지만, 굳이 차이점을 따진다면 보다 '본격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기타의 구도소설은 수박 겉핡기식의 지식을 가지고 억지로 내용에 짜맞추면서, 사실 글을 읽는 와중에 느껴지는 미묘한 껄끄러움이 있었다. 그것은 마치 목구멍에 걸린 생선 가시와 같은, 그런 느낌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마도서생은 달랐다. 마도서생은 오히려 철학을 미리 깔아놓고, 그 철학에 맞춰서 소설을 진행하는 형국이니 보다 자연스럽다. 그리고 인용되는 자료들은 작가분이 이 분야에 본격적인 지식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많은 분들이 아는 사실이지만, 무협계에는 은거해 있는 기인이사들이 부지기수다. 유명한 이로 유수행의 작가이신 이우형님이 계신데, 겪어본 바로 이 분은 러시아 녹용을 사다가 직접 연단도 하시는, 실로 기인이사라는 말이 틀리지 않은 분이었다. 그렇듯, 우보님 역시 무협의 매력에 빠져서 직접 소설을 쓰는 기인이사 분 중 한 분이 아닐까 한다.

아직 스토리가 많이 전개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조금은 섣부른 판단일지도 모르지만, 현 시점에서 마도서생은 많은 부분에서 다른 소설들과 차별화가 되어 있다고 보여진다.

3. 마도서생의 가능성

마도서생은 여타의 소설과 다르다. 거의 김진명씨나 하용준씨 등, 유명 작가들의 소설을 방불케하는 지식을 선보인다. 여기에서 나는 앞으로 장르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엿볼 수 있었다. 이제 장르 시장은 더 이상의 성장을 기대하기 힘들다. 그렇다면 이를 해쳐나가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 그것은 기존 대중소설과의 하이브리드일 것이다. 그 방편으로 김진명씨나 하용준씨가 쓴 팩션들과 같이 전문적인 지식을 사용하여 보다 작품을 고품격으로 만드는 방도 뿐이다. 마케팅적으로 봤을 때는 '하이앤드 마케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스타벅스 커피컵을 들고 다니며 우월함을 맛보는 것이 대표적일 것이다.

책을 읽는 사람들은 모두 책에서 일정한 가치를 발견하고 싶어한다. 그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내가 타인과 차별화 되는 무엇인가를 가진다는 환상을 심어주어야 한다. 이게 가능했던 무협은 한국에는 존재하지 않고, 김용의 영웅문 시리즈가 그래도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마도서생에서 난 이러한 가능성을 짐작해 본다. 마도서생 수준의 지식을 습득하고 글을 쓴다며, 위의 소설들이 부럽지 않은 작품도 가능하다고 본다. 물론, 좌백님 수준의 글솜씨도 필요하겠지만, 이는 작품의 고품질화가 이루어진다면 해결될 문제로 보여진다. 현재 출판사들에서 이러한 작품의 고품질화를 단행하려는 움직임이 보여진다. 이수영의 '싸우는 사람'과 같은 작품은 이러한 움직임의 일환인 것 같다.

4. 마치면서...

아직 필자의 이런 감상은 시기상조일지도 모른다. 초반은 전율할 정도이지만, 중반으로 갈수록 급격히 무너지는 작품도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난 가능성까지 포기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직 장르 분야의 가능성은 무한하며, 판타지, 무협 뿐만 아니라 이제 현대에서 초인들의 싸움을 다른 전기소설의 장르도 '워메이지'나 '헬릭스', '흑선'과 같이 트렌드새터적인 작가들에 의해서 그 가능성을 시험하는 단계이다. 이제 우리는 이런 장르를 보다 아끼고 가꾸어 더 나은 즐거움을 향해 나아가야 할 때이다. 장르에 한계는 없다. 스스로 한계를 만들지만 않으면, 장르의 가능성은 무한할 것이다.


Comment ' 7

  • 작성자
    Lv.60 코끼리손
    작성일
    10.01.10 14:37
    No. 1

    논외지만 이수영님의 작품이 고품질인가요?
    그동안 몇 작품을 봐왔지만 소녀적인 감수성이
    손발을 오그라들게 하던...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금원
    작성일
    10.01.10 14:42
    No. 2

    소녀적 감성이야 취향이라 질을 논하는 면에서 따질수 없는거죠. 그외의 심리묘사나 전개 등은 굉장히 좋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8 룬Roon
    작성일
    10.01.10 18:44
    No. 3

    왠지 공감가는 감상이네요. 잘읽었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 체크무늬
    작성일
    10.01.10 22:57
    No. 4

    하이엔드를 지향하는것도 좋지만 너무 티나지 않게 했으면 좋겠어요.
    아무리 그래도 아직까지는 장르 소설하면 작품성보다는 재미나 흥미 위주의 대중성을 보다 많은 사람들이 기대하는 만큼 그것을 인지할 수 있는 사람만 인지하고 설혹 인지하지 못하더라도 "아, 이소설 정말 재밌다" 라는 감상을 주는 소설이 많아졌으면 ^^


    작가가 단순한 글솜씨만 뛰어난게 아니라 쓰고자 하는 재료에 대한 지식이 깊이가 있었으면 좋지만 그걸 너무 강조해서 재미 이전에 바탕만 판타지일뿐 대놓고 철학과 사상을 강조하면 앞으로는 어떨지 몰라도 지금은 에러라고 봐요. 이수영님의 작품들을 보면 나타내고픈 작가의 생각을 잘 포장해서 있는듯 없는듯 보여서 저는 개인적으로 참 좋아라해요. 반대로 이영도님의 글들은 대놓고 그런 부분을 강조 하는 부분들이 있는것 같아서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요. 명작이라지만 그런걸 기대하고 본게 아닌데 하는 느낌.
    무엇보다 현실성과 개연성에 너무 충실하려고 한 글들을 보면 소재가 너무 빈곤합니다. 흥미를 끄는 요소가 전혀 없다고 해야하나 ㅎㅎㅎ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2 동해바다
    작성일
    10.01.10 23:21
    No. 5

    90년대 중반에 판타지소설이라는 장르가 처음 생성될때에는 재미나 흥미 위주보다는 작품성을 나타내는 작가가 주류였죠.

    즉 '아직까지는 대중성이 장르소설의 기반'이 아니라 원래는 작풍성을 추구하던 장르소설이 양판소설의 등장으로 대중화를 추구하게 된거라고 보는게 정확할거 같습니다.

    그리고 현실성과 개연성에 충실할수록 읽는 독자도 생각을 많이 해야 되는 경우는 있을지 모르지만 소재가 너무 빈곤하다라....

    현실성과 개연성을 무시하면 결국 남는건 먼치킨의 너무나 뻔한 스토리 아닌가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 체크무늬
    작성일
    10.01.11 00:29
    No. 6

    동해바다님/처음의 장르소설... 잘은 기억은 안나지만서도 대중성과 작품성 굳이 둘중 비중이 더 큰거라면 대중성 아닌가요. 통신연쟤로 시작이되었던 걸로 알고 있는데 인기가 없어 반응이 크지않았다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게 되었을것 같지는 않아요.(그것도 양판소설로 생각하신다면 싸움 날겁니다. ㅎㅎ)

    그리고 현실성과 개연성에 너무 충실하면 차원이동이나 영혼의 뒤바뀜, 회귀 등을 설명하는데 너무 힘듭니다. 이런 부분이 개연성있게 잘된 글들도 있지만 설명이 너무 길고 완벽하지가 않죠. 게다가 인물들이 입체적이라고 할지라도 단조롭고 등장인물의 수도, 변수도 적죠. 그걸 사전에 미리 다 깔아 두어야 하니까요.(이 모두를 완벽하게 충족하는 소설은 삼국지 밖에 본적이 없습니다.)

    현실성과 개연성을 모두 무시하는건 저도 싫어합니다. 다만 한두번 읽어서는 크게 티나지 않는다 정도라면 만족한다는거죠.

    일단 제가 장르소설하면 재미있는 소설을 원하는지라 이리 전개가 되나 봅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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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일
    10.01.14 17:04
    No. 7

    요즘은 경계가 사라지고 있습니다.

    무한 경쟁 시대에서
    다른 장점을 흡수해서 이기기 위해서 입니다.

    드라마도

    하이브리드가 대세입니다.

    아이리스
    추노를 보면 점점
    영화인지 드라마인지
    혼동하게 됩니다.

    이걸 본 영화는 더욱더 크게 영화화합니다.(아바타)

    장르소설도 마찬가지라 봅니다.
    새로운 돌파구의 한 가능성을 봤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것 이전에 작가님의 필력이 우선시 된다는점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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