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우보
작품명 : 마도서생
출판사 : 미출판
1. 들어가며...
최근 무협계의 흐름은 먼치킨으로 향하고 있다. 시작을 먼치킨으로 하지 않아도 결국 먼치킨으로 흐른다. 먼치킨이 나쁜 것은 아니다. 인간의 말초적 파괴 욕구를 대리만족시켜주는 먼치킨은 스트레스 해소에 매우 유효한 수단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과연 그것으로 좋은가?
먼치킨만 등장하는 소설을 읽는 것은 가치관이 형성되지 않는 십대가 TV삼매경에 빠지는 것과 같다. 교훈과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지 못하면 바보상자와 진배 없다는 말이다. 개중에 먼치킨과 나름의 철학을 적절히 조화한 소설도 있으나 많이 부족한 것이 실정이다.
그 와중에 마도서생을 읽게 되었다. 마도서생이 과연 다른 소설들과 무엇이 다르고, 어떤 가능성을 품고 있으며, 이와 같은 소설에 대한 세부 장르군의 성립에 대해 가볍게 논해 보도록 한다.
2. 마도서생과 여타 소설의 차이점
마도소설의 분류는 굳이 따지자면 천사지인, 유수행 이후의 구도소설의 일맥을 이은 것으로 보인다. 물론 천사지인과는 좀 다르지만, 천사지인 발간 후 학사검전이나 기타 등등의 유가, 도가적 깨달음 위주의 소설들이 인기를 끌기 시작했고, 하나의 장르로서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하지만 마도서생은 위의 소설과도 좀 다르다. 그 차이는 미묘하지만, 굳이 차이점을 따진다면 보다 '본격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기타의 구도소설은 수박 겉핡기식의 지식을 가지고 억지로 내용에 짜맞추면서, 사실 글을 읽는 와중에 느껴지는 미묘한 껄끄러움이 있었다. 그것은 마치 목구멍에 걸린 생선 가시와 같은, 그런 느낌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마도서생은 달랐다. 마도서생은 오히려 철학을 미리 깔아놓고, 그 철학에 맞춰서 소설을 진행하는 형국이니 보다 자연스럽다. 그리고 인용되는 자료들은 작가분이 이 분야에 본격적인 지식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많은 분들이 아는 사실이지만, 무협계에는 은거해 있는 기인이사들이 부지기수다. 유명한 이로 유수행의 작가이신 이우형님이 계신데, 겪어본 바로 이 분은 러시아 녹용을 사다가 직접 연단도 하시는, 실로 기인이사라는 말이 틀리지 않은 분이었다. 그렇듯, 우보님 역시 무협의 매력에 빠져서 직접 소설을 쓰는 기인이사 분 중 한 분이 아닐까 한다.
아직 스토리가 많이 전개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조금은 섣부른 판단일지도 모르지만, 현 시점에서 마도서생은 많은 부분에서 다른 소설들과 차별화가 되어 있다고 보여진다.
3. 마도서생의 가능성
마도서생은 여타의 소설과 다르다. 거의 김진명씨나 하용준씨 등, 유명 작가들의 소설을 방불케하는 지식을 선보인다. 여기에서 나는 앞으로 장르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엿볼 수 있었다. 이제 장르 시장은 더 이상의 성장을 기대하기 힘들다. 그렇다면 이를 해쳐나가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 그것은 기존 대중소설과의 하이브리드일 것이다. 그 방편으로 김진명씨나 하용준씨가 쓴 팩션들과 같이 전문적인 지식을 사용하여 보다 작품을 고품격으로 만드는 방도 뿐이다. 마케팅적으로 봤을 때는 '하이앤드 마케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스타벅스 커피컵을 들고 다니며 우월함을 맛보는 것이 대표적일 것이다.
책을 읽는 사람들은 모두 책에서 일정한 가치를 발견하고 싶어한다. 그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내가 타인과 차별화 되는 무엇인가를 가진다는 환상을 심어주어야 한다. 이게 가능했던 무협은 한국에는 존재하지 않고, 김용의 영웅문 시리즈가 그래도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마도서생에서 난 이러한 가능성을 짐작해 본다. 마도서생 수준의 지식을 습득하고 글을 쓴다며, 위의 소설들이 부럽지 않은 작품도 가능하다고 본다. 물론, 좌백님 수준의 글솜씨도 필요하겠지만, 이는 작품의 고품질화가 이루어진다면 해결될 문제로 보여진다. 현재 출판사들에서 이러한 작품의 고품질화를 단행하려는 움직임이 보여진다. 이수영의 '싸우는 사람'과 같은 작품은 이러한 움직임의 일환인 것 같다.
4. 마치면서...
아직 필자의 이런 감상은 시기상조일지도 모른다. 초반은 전율할 정도이지만, 중반으로 갈수록 급격히 무너지는 작품도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난 가능성까지 포기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직 장르 분야의 가능성은 무한하며, 판타지, 무협 뿐만 아니라 이제 현대에서 초인들의 싸움을 다른 전기소설의 장르도 '워메이지'나 '헬릭스', '흑선'과 같이 트렌드새터적인 작가들에 의해서 그 가능성을 시험하는 단계이다. 이제 우리는 이런 장르를 보다 아끼고 가꾸어 더 나은 즐거움을 향해 나아가야 할 때이다. 장르에 한계는 없다. 스스로 한계를 만들지만 않으면, 장르의 가능성은 무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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