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한백림
작품명 : 화산질풍검
출판사 : 청어람
한백림서는 처음으로 봤는데 오랜만에 몰입해서 재밌게 본 작품이었습니다. 무당마검이나 천잠비룡포도 같은 배경의 이야기라고 하니 더욱 기대되네요. 예전에는 무협지를 볼 때 무공의 강함이나 재밌는 사건등에 열광하고 했었는데 요즘에는 살아있는 인물들에 집중하게 되네요. 그래서 화산질풍검의 캐릭터에 대해 개인적인 생각을 적어보고자 합니다.
* 스포일러 다수 포함, 평어체.
청 풍 - 화산파로 무협 만화 사상 가장 많은 주인공 이름일 것 같은 이름이랑 같음.(엄청난 수의 황성 만화의 주인공 이름이 전부 청풍) 화산질풍검의 이야기 자체가 큰 사건들을 다루고 있다기 보다는 청풍의 인간적인 성장과 무공의 성장에 중점을 두고 이야기 하고 있는데 초반에는 그냥 착한 순둥이지만 각종 인연들을 만나면서 대협이 되는 인물. 중간중간에 답답한 모습을 보여서 맘에 들어하지 않는 독자들도 꽤 있는 듯 한데 성격 상 그렇다기 보다는 작중 연출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 캐릭터성이 조금 희생되는 경우라고 봐야 할듯. 조금 의외였던 것은 상당한 미남자로 나오는데 작품 내내 연애대상이라고는 서영령 하나라는 것. 개인적으로는 서영령의 스토커성으로 볼 때 경쟁자를 미리 제거하지 않았나 하는 상상을 하게 된다.
좀 아쉬웠던 점은 대협이라고는 하지만 좀 극단적인 경우가 나오지 않았던 점이다. 서영령과 무고한 수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나 장현걸을 용서하는 상황도 연선화가 끼지 말고 그냥 대의와 사적인 원한(원한도 좀 늘려서) 사이에서 둘 중 하나를 택하는 장면들이 있었으면 어떠했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서영령 - 어릴 때 한번 본 청풍을 남을 시켜서까지 계속 지켜보고 화산에서 출도하니 바로 작업에 들어가는 면모를 보인다. 이야기 초반에 워낙 비중있는 인물들이 안 나와서 그렇지, 좀 엄밀히 따지자면 조금 무서운 느낌이...;; 작중 묘사는 다르지만 작중 행동으로 평가할 때 청풍에게 한눈에 반했다는 결론도 내릴 수 있다고 본다. 청풍을 만난 뒤로는 좋아하면 안된다 안된다 하면서도 좋아서 어쩔 수 없이 정에 따라 행동하는 인물이지만 인간의 됨됨이도 아주 괜찮아서 초반의 청풍의 인간적인 성장은 서영령에게서 배웠기 때문이라고까지 말할 수 있을 정도. 행동의 동기 자체가 '청풍을 위해서'일 때가 많아서 한마디로 청풍의 반려라고만 해도 무관할 듯.
장현걸 - 개방의 후개로 마지막을 제외하고 작품 내내 청풍에겐 원수격인 인물. 이 인물은 애초부터 뒤에는 개과천선하는 인물이다라고 설정되어 있었는 걸로 보이고 그 결과 작중 장현걸의 의도와 결과에서 심한 괴리현상이 나타난다. 장현걸의 의도는 실리를 위해서 청풍을 이용하면서 심리가 청풍이 죽어도 어쩔 수 없다에서 죽이고 싶다는 쪽으로 변하는데 그 결과로 청풍은 무공도 상승하고 목숨도 구하고 서영령과도 이어지게 되며 돌이킬 수 없는 피해는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괴리가 좀 많이심함...) 따지고 보자면 이 인물이 없었으면 지금의 청풍도 없었을거다라고 평가할 수도 있다. 청풍에 대한 행동에 대해 평가하자면 개방 후개이면서도 의와 협은 어디 갔는지 찾아보기 힘들고 질투에 눈이 멀어 행동을 그르치는 인물로 나오지만 후에 자기를 용서하는 청풍을 보고 개과천선한 듯, 끝에는 청풍을 구해주는 역활을 맡아 작가에게 면죄부를 받는다.(사실 굳이 개방이 구해주는 역할이 될 필요는 없음.) 이 인물에 대한 정체성 문제가 조금 남아있는데 냉철한 인물인 걸로 묘사되지만 청풍과 연선화에 대해서는 감정적인 판단을 많이 하고 작품 자체가 청풍에 대한 이야기라서 그런 점이 더 부각되는 것과 작품 내내 자신의 위기 상황에서 청풍을 이용해먹었고 작품 후반에 청풍을 도와줄 때는 이미 다시 후개의 위치를 찾았고 연선화의 마음도 꽤나 자신에게 왔기 때문이라고 볼 수도 있기 때문.
연선하 - 화산 매화검수로 스승을 잃고나서 거의 화산에서 외롭게 살던 청풍에게 유일하게 관심을 가져주고 챙겨주는 누나격인 인물. 작중 장현걸에게 청풍에 대한 감정을 말할 때 '난 청풍 누나야'라고 말하고 있는 듯하다.(물론 따지자면 그냥 사저, 사제 사이.) 개방 용두방주가 말하기를 '아주 괜찮은 바보'. 장현걸이 청풍을 죽이려고 했다는 걸 고백했을 때 말은 용서하기 힘들다라고 하지만 뒤의 행동으로 볼 때 애초부터 장현걸을 미워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이며 장현걸에 대한 마음이 호감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그것보단 더 깊은 감정이었다고 보인다.(그 뒤에 청풍에게 부탁하러 갈 때까지 장현걸과 정이 깊어질만한 사건이 없기 때문에) 청풍과 서영령이 같이 있는걸 보고 복잡한 감정을 느끼는 것이 자기 품안에서 벗어난 청풍을 보고 아쉬운 건지 조금은 이성으로 좋아했었던 것인지 확실히 단정짓기가 힘들지만 아마도 청풍을 죽이려고 한 장현걸에 대한 행동으로 볼 때 전자쪽에 힘이 더 실린다.
후에 장현걸을 살리기 위해 청풍을 이용하는 장면이 나오는데...이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해야 할지 조금 애매하다. 단순히 장현걸을 구하기 위해서라고 하면 청풍에 대해 신의가 없다라고 할 수도 있지만 장현걸을 구하기 위한 명분이 면죄부라고도 볼 수 있는 무림을 구하기 위해서였기 때문에 청풍을 이용했다고 딱 잘라 말하기도 힘들다. 후반 연선화의 역할이 후에 용두방주가 되는 후개와 청풍의 확실한 연계, 청풍의 대협으로서의 풍모, 등을 나타내기 위한 징검다리로서 중요하고 게다가 작중 연선화의 가장 중요한 결심(청풍에게 장현걸을 구해달라고 말하러 가는 것)을 하게 되는 심리묘사가 전혀 없기 때문에 역할을 위해서 캐릭터성이 깍이는 경우라고 볼 수 있겠다. 작품상으로 보자면 장현걸에 대한 행동이나 청풍에 대한 행동이나 행동 동기는 정(情)이라는 요소로 생각해야 할 듯.
천검진인 - 화산파 장문인으로 그야말로 현대적인 경영감각을 지닌 인물로 볼 수 있다. 제자들을 화산파의 이름하나를 위해서 희생시키기도(청풍의 사부 포함) 하고 화산파 체계를 경쟁 체제로 만들어서 정예를 유지시킨다. 청풍이 필요없을 때는 후개의 수작도 눈감아주지만 청풍이 필요하게 되고 나서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잡으려고 하는 속된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그야말로 실리를 위해 움직이는 인물. 의와 협을 쫓는 청풍이 생각하는 화산파가 나아갈 길과 정면으로 대립되는 인물이다. 작품 내에서는 부정적인 인물에 가까우나 경쟁사회에 살고 있는 우리로서는 부정하기 어렵다. 화산파에 좌절을 느끼게 하는 북풍단 인물들이나 다른 초절정고수들의 경우 기연에 기연을 거듭했기(라고 쓰고 주역보정이라고 읽는다) 때문에 그렇게 강한 것이고 청풍의 경우도 기연에 기연을 거듭했기 때문. 기연을 생각하지 않으면 천검진인의 방법이 강한 문파를 만드는 합리적인 방법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작품 상, 주인공 앞에서 그런거 없다. ;ㅁ;
이상 화산질풍검을 보고 느낀 인물들이었습니다. 그 외의 인물들에 대해서는 그다지 쓸 말이 없네요. 무당마검을 보고 봤으면 중간중간에 나오는 조연들에 대해 쓸 말이 꽤 있었을 것 같은데...조금 아쉽네요. 이제는 무당마검을 봐야 겠습니다. 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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