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한백림
작품명 : 천잠비룡포
출판사 : 청어람
예전부터 생각한 거지만, 무당마검과 화산질풍검은 검의 칭호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천잠비룡황, 비룡제라 불리고 있는 단운룡은 황 혹은 제의 칭호를 가지고 있지요. 제나 황이라는 칭호는 정말 아무한테나 주는 게 아니라는 것은 무협을 읽는 뉴비들도 아는 이야기지요. 한백림님의 소설을 전부 읽어본 저는 나름의 견해가 생겼는데, 한 번 풀어놓아보겠습니다.
저는 이를 그릇의 차이로 보고 있습니다. 명문정파, 그 중에서도 태산북두라 할 수 있는 무당. 소림과 무당은 아니지만 천하제일고수를 빈번히 배출하기로 유명한 화산. 이 두곳에서 나온 십익의 두 명은 그 태생적 한계 때문에 결코 주도적인 상황이 될 수 없었습니다. 마지막에 화산질풍검이 겨우 자신의 원수를 갚기위해 잠깐 스스로 움직이지만 결코 문파의 그늘을 벗어나는 법이 없습니다. 무당의 마검은 볼 것도 없이 스스로의 존재 이유를 무당의 수호로 삼고 무당의 그늘로 들어가 무당이 위기에 처하지 않는 이상 무림에 잘 등장하지 않죠.
하지만 천잠비룡황은 다릅니다. 그는 제이고 황이기 때문에, 스스로의 인생, 그 자신의 주변인물들의 삶을 주도합니다. 이것은 단운룡의 본질에 관한 문제인데, 그는 스스로 타고나길 도구가 아니라 도구의 사용인의 운명을 타고 났다고 보여집니다. 그리고 그에 걸맞는 격과 무공을 지니고 있으며, 그가 마병 중 공격형 병기가 아니라 방어형 병기인 천잠비룡포의 주인이 된 것 역시 이러한 의미가 아닌가도 싶습니다.
어쨌든, 결론적으로 십익으로서의 격은 제가 보기에 무당마검과 화산질풍검보다 천잠비룡황이 한수 위이며, 실제로 무림에서의 영향력 역시 그가 다른 십익 중에서도 최상위를 차지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보니까 제천회주 진천한테도 신분상이나 성질상이나 밀리지 않는 건 단운룡 뿐인 것 같기도 하구요.
ps. 그나저나 이런 페이스면 작가님이 살아계신 동안에 제천회편을 볼 수 있을랑가 모르겠네요. 중간 중간에 보면 아직 나오지도 않은 걸죽한 전투들이 산재한 거 같은데 암담할 지경입니다=_=;;
ps.2 양무의의 자가 봉효인 걸 보니 양무의는 곽가의 오마쥬적인 존재인 거 같습니다. 저도 삼국지 군사 중에서 곽가를 제일 좋아하는데, 제갈량은 너무나 심하게 과장된 과장의 극치라 별로 안 좋아하고, 애초에 저는 삼국 중 조조 진영의 팬이기 때문에 조조 진영 최고의 군사인 곽가를 제일 좋아하는 것이죠. 여하튼 양무의 멋집니다. ㅎㅎㅎ 그렇다면 혹 단운룡은 조조의 오마쥬?!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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