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로그 호라이즌 - 게임소설의 외양을 가지고 있지만 실제 읽어보면 영지물과 이고깽이 결합되어 있는 복합 장르입니다. 주인공을 비롯해 만렙 캐릭터가 아주 많아서 강해지는 즐거움은 거의 없습니다. 대신 다양한 캐릭터들을 활용하는 군상극의 면모를 띄고 있으며 정치적인 면이 눈에 띕니다. 그러나 정치라고 해도 아군 측의 전력이 압도적이라는데서 기반하는 것이라 한국 영지물에서 흔히 그러하듯 일종의 갑질에서 오는 재미가 대부분이라는 건 벗어나지 못합니다. 실제 작품의 성격은 여러 장르 중에서도 영지물의 성격이 가장 짙습니다. 게임은 진짜 장식일 뿐. 한데 영지물로서의 개연성을 크게 중시하는 분들에게 좀 안 좋은 선택일 수 있습니다. 작품이 일반적인 경제원리를 세계에 적용하고 있는데 몬스터를 쓰러뜨려 돈과 아이템을 얻고 그 몬스터는 무한으로 나온다는 세계의 경제원리가 우리세계와 같을 리가 없죠. 게임 속 화폐의 인플레 문제 같은건 한국 온라인 게임사들에게도 고민이 되는 문제인데 이런 면에 대한 고민이 전혀 없습니다. 그러니 개연성에 굉장히 큰 허점을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 그래도 참신한 영지물, 혹은 게임 소설을 읽고 싶은 분이라면 권할만합니다. 캐릭터가 성장하며 강한 존재가 되어가는걸 중시하는 분이라면 아주 나쁜 선택이고, 또 첫권이 재미없습니다.
2.한제국 건국사 1부 - 매우 매력적인 소설입니다. 고증이 철저하고 묘사가 세밀해서 그 시대를 눈앞에서 보는 듯 즐길 수 있습니다. 이것도 국가를 부강하게 해서 강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일종의 영지물 같은 성격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 작품에서 어디까지나 핵심이 되는 것은 전투로 그 전투 자체와 그 전투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무척 공들여서 묘사합니다. 고증이 철저한 작품이다 보니 현대화기를 주인공들이 들고가서 조선말에 사용하고 있지만 생각보다 통쾌한 맛은 덜합니다. 글의 질은 이런 종류의 글들 가운데 첫손에 꼽힐만합니다.
3.은빛어비스 - 지난 챕터에 시셀이라는 캐릭터가 완전히 이야기에 합류했습니다. 작가분이 캐릭터를 잘 뽑는다는 것을 새로이 알려주는 부분이었습니다. 다만 이렇게 후반부에 나타나서 과연 제대로 활용될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있습니다만 어차피 3부도 있으니 쓸데없는 걱정이겠죠. 그리고 드디어 두 대공과의 전투가 시작됐습니다. 1부에서부터 소개되어 있던 최대규모의 접전인데, 묘사가 아찔할 정도로 멋들어집니다. 정말 오랜만의 대규모 전투이기도 해서 크게 기대하고 있습니다. 개인지 만드신다는데 완결되면 개인지를 구매할까 고민하고 있습니다. 가지곤 싶은데 책 놔둘 곳이 마땅치 않아서.
4.같은 꿈을 꾸다 - 삼국지 소설 가운데 호평이라 해서 읽어 봤습니다만 사실 왜 호평인지 모르겠습니다. 유명장수 만나서 대화하고 등용한다는 것도 한 두 번이지 이걸 끝도없이 반복하는데 짜증스러움을 느낄 정도였습니다. 원술를 괜찮은 군주로 만들려고 약을 먹어서 그렇게 됐다는 식의 설명을 하는 것도 참 마음에 안 들었습니다. 그럴거면 그냥 처음부터 괜찮은 군주 밑에 있게 하지 왜 이런 무리수 둬 가며 좋은 군주로 만드는지. 원래 이런 선택은 원술이라는 군주의 무능함을 주인공이 어떻게 극복하냐에 의미가 있는 것인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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