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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포모스라는 싸이트에 최근 올라온 글에서 로마인이야기의 한 부분을 읽었습니다. 포에니 전쟁이 끝나고 로마의 공화정이 제정으로 나아가는 과정을 설명하는 묘사 중 일부분인데 이걸 읽다보니 중학교다닐때 읽었던 로마인 이야기의 내용을 되 떠올리게 되더군요.
2.
그리고 자연스레 최근에 읽은 은하영웅전설을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시오노나나미가 그린 로마와 타나카 요시키가 그린 라인하르트의 제국이 놀랍도록 닮아있었기 때문입니다. 소수의 엘리트에 의한 지배, 노블레스오블리쥬와 능력중시, 실용성의 강조 등 시오노나나미가 로마인의 특징이라고 말한 요소들은 라인하르트의 제국통치 방식과 그의 제국이 운영되는 과정들에 대한 묘사와 미묘하게 겹칩니다. 그리고 라인하르트는 그의 뛰어난 군사적 능력과 정치감각을 포함하여 시오노나나미가 그린 줄리어스 시저의 모습과 많은 부분 그 이미지가 유사합니다. 이 감상글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점에서 두 가지가 비슷하다고 여겼는지를 말하지는 못합니다. 그것은 저의 비슷하다는 생각 자체가 특별한 근거를 가진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단지 내가 로마인이야기를 읽으며 머리속에 그린 줄리어스 시저와 로마의 이미지가 라인하르트의 제국과 너무나 유사하다는 느낌을 가지고 있을 뿐입니다.
3.
그래서 생각해보았습니다. 왜 이 두사람은 건강하고 새로이 뻗어나가는 제국의 모습을 이와 같이 그리게 되었을까요? 모든 발전하는 제국은 이와 같은 모습을 띨 수 밖에 없는 것이기에 그러한 것일까요? 아니면 그들이 공유하는 사회적 환경이 그들이 생각하는 건강한 사회의 모습을 결정한 것일까요?
구성원의 건강한 정신이야말로 새로이 성장하는 국가를 위해 필요한 것임은 분명합니다. 그러나 이 건강함이 나타나는 방식은 다양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 말은 그것이 꼭 전체주의적인 것일 필요는 없다는 겁니다. 그런데 비슷한 시대를 살았던 두명의 일본인은 발전하는 국가의 모습을 동일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건강한 엘리트와 국가를 위해 헌신하는 국민들, 검소한 기풍따위의 것들 말이죠. 이런 이미지를 생각하다보면 일본의 근대가 자꾸 떠오르는 것이 사실입니다. 군국주의가 지배하던 시기였죠.
박정희를 긍정하는 사람도 혹은 박정희를 부정하는 사람도 박정희를 무시할 수 는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일본인에게 피에 절은 근대사가 그러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 시기의 화려한 발전과 국력의 성장은 타국민과 자국민의 피눈물에 의한 것이었을 지언정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일본인들에게는 기념비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질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의도적으로 만들어진 일본 근대에 대한 몰이해 혹은 편견속에서, 내지는 그 편견을 부정하는 가운데에서도, 발전하는 국가의 모습으로 근대 일본을 생각하게 되는 것은 그들 입장에서는 당연한 것이 아닐까싶습니다.
4.
결론적으로 말하고 싶은 것은 이 글을 읽으며 어느정도 삐딱한 시선을 유지하는 편이 좋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관점을 취할때 이 글이 훨씬 더 재미있게 읽힙니다. 은영전에서는 작가의 생각들이 종종 날것으로 보여지는데 이런 견해들은 작가가 일본에서 태어나 냉전시대에 은하영웅전설을 작성하였다는 것을 고려하여 받아들여야 한다는 겁니다.
5.
사실 위에서 언급한 내용들은 실제 은하영웅전설의 내용과는 무관하다고도 말할 수 있는 내용들입니다. 일종의 취급 엄금주의 정도로 받아들여주시면 좋겠습니다. 간략하게 내용언급을 하면서 마치겠습니다.
이 소설의 큰 줄기는 두 국가의 전쟁입니다. 그러나 전쟁만을 내용으로 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전쟁은 역사라는 큰 물결속에서 중요했던 사건중 하나로 다루어질 뿐입니다. 그래서 이소설은 가상의 은하제국의 탄생사를 그린 역사소설이라고 봄이 타당합니다. 라인하르트와 양웬리가 써내려가는 은하제국과 연방의 전쟁과 그 전쟁을 통하여 결정되는 우주의 패권, 국가의 흥망이 이 소설의 내용입니다. 포모스에 쓰여진 로마인이야기의 글을 보며 은하영웅전설을 떠올린 것은 그 글이 혼란한 시대를 이끌어간 두 영웅을 그리는 이 소설에 대한 좋은 추천사 내지는 소개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이것이 해당부분입니다.
"이따금 역사는 갑자기 하나의 인물 속에 자신을 응축시키고,
세계는 그후 그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나아가기를 좋아하는 법이다.
이런 위대한 개인에 있어서는 보편과 특수, 멈추는 것과 움직이는 것이 한 사람의 인격에 집약되어 있다.
그들은 국가나 종교나 문화나 사회 위기를 구현하는 존재다...
위기에는 기존의 것과 새로운 것이 뒤섞여 하나가 되고, 위대한 개인 속에서 정점에 이른다.
이런 위인들의 존재는 세계사의 수수께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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