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이길조
작품명 : 숭인문
출판사 : 발해
(평어입니다. 이해하시기를)
오랜만에 7권이 나왔다. 한때 이 작품에 빠졌던 에너지는 이미 사라지고 나는 다른 작품 [천마검엽전],[천잠비룡포]를 기대하고 있었다. ‘문피아’에 6월부터 [숭인문]의 감상 글이 꾸준히 올라오면서 [숭인문]을 읽고 싶었다.
읽고는 {숭인문]7권 감상을 다 둘러보았다. 7월에 이 작품에 뜨거워진 새로운 독자도 있고, ‘게쁘리’님처럼 이 이야기를 흔들림이 없이 성원하고 기다려온 독자도 보았다.
이길조씨가 문피아 자연란에 이 작품을 연재하면서 아마추어작가로 출발한게 한 3년 전쯤, 그때 작가의 나이는 1990년대 좌백이나 2000년대 임준욱씨 보다 늦깍이였다고 본다. 거의 3년간 연재와 출간이 되는 이 작품[숭인문]을 보면서 나는 좋은 독자가 좋은 작가가 된다는 금언을 보는듯하다. (좌백,임준욱씨등은 처음부터 풋풋한 티를 찾기 어려운 준비된 작가들이었다.) 늦깍이로 등장한 이길조씨의 [숭인문]은 초반에 몇 가지 설정이나 10여 명의 인물 모두에 초점을 맞추는데서 오는 읽기의 위태로움, 이런 걸 여러 독자가 한마디씩 했던 부족함이 보였던 작품이었다. 이런 부분을 작가는 받아들여 권을 더할수록 성공하고 있다고 본다. 5권부터인가 조언하는 글이 드물어졌는데-싫어하는 전개라고 삐치는 하소연만 간혹 올라올뿐- 내가 알지 못하는 사이 그는 벌써 좋은 작가였다.
어떤 점에서 그는 좋은 작가일까? 이걸 감상이라는 빌미로 잠깐 이야기하면,
이길조씨는 국내, 국외 작가들의 무협유산을 충실히 계승하고 있다.
더하여 다른 무협대가들처럼 그 유산을 창의적으로 재해석하고 있어 무협독자를 즐겁게 한다. 권이 더할수록 작품이 좋아지기에 7권을 예로 들면,
7권에서 작가는 심어(心語)라는 선배작가들의 무협절기인 혜광심어를 해석하는 부분이 있는데
'심어(心語)는 입으로 묻거나 답하는 게 아니고 마음속에서 저절로 만들어지기에 반드시 진실인 말'이라고 작가는 해석한다. 천지회주가 심어로 “너는 (나보다) 약하다.”라고 했을 때 양진위는 “그렇소.”라 답하고 이어서 “너는 나에게 죽을 것이다.”라고 심어를 날리자 “그렇소.”라고 어쩔 수 없이 답한 순간 천지회주가 보기에 그는 이미 죽은 것이다. ( 이영도의 눈마새에서의 나가족의 ‘니름’만큼 멋지지 않은가.) 이렇게 옛것을 이어 발전시키는 창의적인 해석이 [숭인문]을 최선의 작품으로 만들고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고수의 결투가 평범하지가 않다. 이야기를 잃어버려도 어떤 특별한 싸움은 오래도록 기억할 수가 있는데, 무협에서 여러분이 기억하는 최고의 결투는 무엇인가?
김용의 소작품(제목은 ?)에 등장하는 사람 키보다 깊은 눈 속에서의 혈투, 임준욱씨의 [촌검무인]에서 빗속의 진창길에서 벌이는 혈투, 가야금 소리에 검을 맞추어 수백의 적을 베어 가는 혈투(작가,작품 기억상실), 왕일(누구인지 알 것 같아 생략.)의 다리 위에서의 혈투... 기억에 남는 건 연무대나 객잔이나 그렇게 흔한 곳에서 작가가 의무적으로 끌어가는 뻔한 싸움이 아니다. [숭인문] 7권에서의 첫 장면을 찬찬히 떠올려보자. 대설산맥 7500여 미터의 공알산 정상에서 해라구 빙하까지, 거기다 크레바스를 빠져나오면서 온몸의 에너지를 다 쏟아부어 최고의 고수가 취객처럼 칼을 휘두르게 되는 부분만 즐겨도 이 책을 사거나 빌린 가치는 충분하리라 생각한다.
종염방과 손잡고 적을 물리치는 혈투를 보면 뭐 생각나는 명결투는 없는가? 한 번 보고 생각해보시라.
기존 무협장치를 뒤틀어 버린다.
무공을 급상승시키는 기연이 좋아서 그런 부분만 골라 무협을 읽었던 적이 있었다. 요즈음처럼 인생역전이 로또 외에는 없다고 믿을 때, 기연은 로또이다. 그런데 기연을 독점하는 건 주인공이다. 이걸 뒤집었을 때 어떤 상황일까? 하늘이, 사실은 작가가 편애하는 주인공에게 돌아가야만 하는 무협로또가 [숭인문]에서는 원하는 이에겐 아낌없이 공급된다. 죽을 필요도, 절벽씬을 찍을 필요도 없이, 단지 악인이 될 뿐이다. 주인공은 이렇게 로또를 한 번 또는 두 번 맞은 순수한 욕망 덩어리들과 싸워야한다. 모든 걸 삼켜버리는 요즈음의 *****와 닮은, 이런 젠장!
이길조씨는 과거 어느 작가들보다 미디어를 잘 타고 있다. 직업이 광고업이라 정보를 받고 날리는 안테나가 감도가 뛰어나리라 추측한다. 숭인문은 주인공이 열 명 가까운데, 요즈음 아이돌 그룹의 다양한 인맥구성과 비슷하다 생각이 들지 않는가? 감상문을 보면 양진위보다 도무백이나 임억등을 좋아하는 독자들이 있다는 게 놀랍지가 않다. (산적 천이두를 환호하는 특이한 독자^^도 있다.) 보고 느끼는 게 다르고 그 각각의 무게가 개인적이기 때문이다.
사제들이 활약하는 용대운씨의 [군림천하]와는 흐름이 다르다. 숭인문은 걸그룹, 아직 크게 히트하지 못하는 걸 그룹이다.
남의 밥벌이에 대해 이래라저래라 말하는게 실례지만 나는 도서대여점 사장들이 [숭인문]같은 성인무협도 학생에게 권하기를 바란다. 1권은 공짜로. 재미있다면 2권부터 돈 받고 대여해도 괞찮지않은가. (심어로 돌을 던지시라.)
Comment '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