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이길조
작품명 : 숭인문
출판사 : 발해
7권을 인터넷으로 주문하고 나자 나는 나에게 걱정이 생겼음을 알았다. 1년이나 7권을 기다렸는데 과연 7권을 읽고도 나는 8권을 이와 같은 마음으로 기다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분명 8권도 사긴 사겠지만 그것이 7권처럼 기대감 때문이 아니라 미련 때문이 될 수 도 있다는 사실에 생각보다 1년은 긴 시간이라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그리고 마침내 7권을 펼쳤다.
시작은 생사결이였다. 그리고 나는 석 장을 넘기는 사이 이미 숭인문에 빠져들었다.
걱정은 우려에 불과했다. 그야말로 순식간에 책장이 넘어갔다.
105페이지를 넘겨 한 이야기 단락이 끝나서야 간신히 읽기를 멈출 수 있었다. 그리고도 한참을 망설였다. 배가 고팠다. 밥을 먹어야 한다. 그렇지만 읽고 싶다. 그렇지만 밥을 먹어야 한다. 안 먹으면 나머지를 다 볼 때까지 고픈 배를 주려잡고 읽어야 할 터였다.
나는 허겁지겁 밥을 차려놓고 먹다가 결국 못 참고 먹으면서 책을 다시 펼쳤다. 한참을 읽다가 내가 밥을 안 먹고 있음을 깨닫고 다시 먹다가 또 한참을 읽다가 밥을 다 안 떠먹었음을 깨닫기를 반복했다.
문득 내 숟가락이 빈 그릇을 긁고 있음을 깨달았을 때 나는 7권을 다 읽었음을 알았다.
육체적인 포만감과 정신적인 포만감이 동시에 나를 엄습했다. 행복했다.
예상외로 8권을 다시 기다려야 한다는 괴로움은 없었다. 기다리는 만큼 보답 받았기 때문일 것이다.
1년 기다렸으니 이제 2년까지도 거뜬히 기다릴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동안 나의 행복은 고통으로 탈바꿈하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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