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오드리 니페네거
작품명 : 시간여행자의 아내 1-2
출판사 : 살림출판사
이 소설은 로맨스이자 SF이고 약간의 미스테리도 포함된 정말 멋진 소설입니다.
헨리는 CDP 증후군입니다. 그는 강한 스트레스을 받으면, 대개 예측치 못하는 상황에서 타임 점프를 합니다.타임 점프의 시간대는 과거의 자신에게 인상깊었던 장소이거나, 전혀 상관업는 장소로 가기도 하고, 심지어 미래로 가기도 합니다. 타임점프를 할 때 그는 어떤 이물질도 가지고 갈수 없습니다. 심지어 충치에 넣은 보조물이나 렌즈조차 떨어지지요. 그래서 그는 항상 시간대를 알 수 없는 어딘가에 발가벗은 체 떨어져야 합니다. 시간이동이라는 환상적인 능력이 있지만 이 능력은 그에게 목숨을 위협하는 장애일 뿐입니다. 생각해 보세요. 자다가 깨어났는데 영하 15도의 몬트리올 주차장에 맨몸으로 누웠있는다면 목숨이 위험하지 않겠습니까?
헨리는 그래서 단련합니다. 그는 발가벗은 그를 쫓는 경찰한테 잡히지 않게 달리기를 매일 하고, 무단침입해서 옷가지를 구할 수 있게 자물쇠 따는 법을 마스터했고, 돈을 구할 수 있게 소매치기 수법에도 능숙하며 왠만한 잡배들을 맨손을 때려눕힙니다.
더 재밌는 것은 어린 그에게 이런 것을 가르친 사람이 미래에서 온 헨리 자신이라는 것이죠. 8세의 헨리에게 소매치기 방법을 가르치며 타락시키는 30대의 헨리의 고뇌가 참 볼만합니다. 뫼비우스의 띠..이 소설은 이 소재를 정말 창의적이고 능숙하게 다룹니다. 예를 들어 15세 헨리와 15세 2개월 헨리가 만났다고 해보세요. 스승과 아들같던 미래의 나와 현재의 나의 관계가 순식간에 사춘기에 접어둔 동갑내기 두 소년으로 바뀌어 버린거죠 ㅎㅎ
헨리 이 사람 인생 자체가 뫼비우스입니다. 이 소설의 주제인 그의 아내 클라르와의 로맨스를 봅시다. 헨리는 클라레를 28세에 만납니다. 클라르는 이미 그를 알고 있습니다. 그를 보자마자 반색하고 안겨들 것처럼 기뻐합니다. 어리둥절하지만 왠떡이냐 하고 저녁약속을 잡고 헤어지는데 계단을 내려가는 그녀가 환호성을 지르네요. 절세미녀에 8살 연하입니다. 완전 뽕잡은거죠.
근데 클라르는 6살때 37살인 헨리를 만났답니다. 그리고 그 후로도 18세가 될때까지 150여번을 만났는데, 이때 접선 장소를 가르쳐 준것은 35세(?)의 헨리이고, 그 헨리가 말하길 클라르가 시간대를 적은 일기를 줘서 알았다고 합니다.
뭐 어쨌든 20대의 헨리로서 할말이 있겠습니까, 미래가 그렇다는데 아 어쩔수 없잖아? 하면서 받아줘야죠. 마침 서로 지독한 애정관계를 나누던 잉그리다(이 여편네도 참 기구한 운명입니다...)와의 고통스런 관계를 차버리고 풋풋하고 사랑스런 클라르와의 로맨스가 시작되는거죠..
클레르는 어렸을적 자신에게 체스와 외국어와 수학을 가르쳤던 신비한 시간여행자 아저씨, 10대 내내 자신이 유혹하려 했지만 금욕하는 수도승처럼 묵묵했던 멋진 남자와 꿈꿨던 연애를 시작합니다만...참 웃긴게 30대의 헨리를 봐왔던 그녀는 20대의 불안정하고 터프한 헨리가 살짝 낯설고 못미덥네요 ㅎㅎ 뭐 그래도 그녀는 가끔씩 미래에서 오는 30대 헨리와 바람(??)을 피면서 20대의 헨리를 자기가 가르치고 보살펴주겠다고 약속을 합니다만 ㅋㅋ
이 이야기는 타임 패러독스를 정말 절묘하게 사용해서 이야기를 이어나갑니다. 첫 부모상봉의 자리에서 그녀의 아버지, 오빠인 막스는 미심쩍은 눈으로 헨리를 보죠.."..우리 어디서 보지 않았나 자네?"..뭐라 할말이 있겠습니까..미래의 자신이 왔다갔나보지..그나마 기억못하는 오빠와 아버지와 달리 여동생인 알리샤는 자신이 12살때 봤던, 집안에서 갑자기 튀어나와 ''안녕 엘리사'' 하고 별거 아닌 것 처럼 지하실로 슬금슬금 들어갔던 벌거벗은 남자를 다시봐서 어이가 없어하죠...유령인지 알았는데!
헨리와 클레르의 행복한 결혼생활, 시간여행이 주는 불안정함, 그와 그녀의 친구들이 시간여행 때문에 엮이는 기묘한 관계..미래에서 찾아오는 아직 태어나지 않은 아이...참 재밌는 이야기가 가득합니다...반드시 읽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참고로 영화로도 나왔는데, 평은 반반이네요..뭐 그래도 소설만큼은 누구나 10점 만점에 8점 이상을 줄수밖에 없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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