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백상작가의 작품을 두고 이야기 해보고 싶었습니다.
1. 참고로 댓글 다실때 굳이 백상은 자기복제 운운 하는 글은...
2. 한두질만 봐도 다 안다 라는 댓글도 그다지...
3. 그냥 한 작가에 대한 담담하고, 쏠쏠한 추억을 이야기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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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생각인지라 평어로 말합니다. 비평은 다수의 사람들은 상대로 논리를 펴야 하기에 존칭이 필요하다고 보고, 감상은 개인의 생각,사유이기 때문에 (공적인 자리에선 물론 존칭이 필요하지만), 너무 딱딱해 질듯 싶어, 평어로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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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상은 80년대 등장한 작가다. 본인이 고등학교 시절, 한창 죽음과 삶에 대한 고뇌를 할때, 한마디로 콧방퀴 좀 키려고, 이것저것 인문학책좀 볼때 무협에서 삶과 죽음,구도에 대한 작가로 백상이 있었다. 솔직히 백상의 작품에서 나오는 초인들, 깨달은 자의 묘사야 말로 어릴적 청소년기에는 신비로운 부분이었던 것 같다.
백상은 개인적으로 굉장히 탁월한 작가라고 생각한다. 많은 이들은 그의 천편일률적인 자기 복제- 세외팔선과 무공경지등을 매우 비난하지만,아이러니하게 개인적으로 본인은 그러한 점을 매우 좋아했다.
백상의 무공체계는 일견 단순해 보이는 듯 하지만, 각 작품마다 틀을 달리했다. 그의 구파일방 시리즈를 보면 소림화상에선 굳이 어떤 광검이니 무형검이니 하지 않고, 소림에서 파문당하는 순간 어떤 깨달음을 얻어버린 각자가 되어버린다.
또한 남궁세가의 경우 백상작품중에서도 주인공의 캐릭터성이 상당히 독특하게 빛나는 작품이다. 백상의 작품 중에서도 솔직히 기억에 상당히 남는 작품인데, 주인공의 행동과 언어가 복선과 암시 그리고 요소요소에서 여운을 남긴다.
사실, 이건 추측인데, 금강님과 백상님은 서로 엮인 듯한 느낌이 많이 든다. 뭐 일차적으로 금강님이 워낙 당시에 새로운 소재를 많이 발굴해서 그런지 몰라도, 제왕천하에서 나오는 용화대수미선공, 풍운만장에서 나오는 금단선공,천마경혼의 영규같은 개념등은 금강님 작품에서 선보였던 부분, 이러한 부분을 백상은 차용했고, 작품내에 그려졌다.
물론 냉정하게 말하자면, 표절운운할 수 도 있지만, 어디 80년대에 그것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작가는 별로 없으리라 생각이 든다.
백상은 자매판,황화예,백연탄,대홍락=심검,광검,그리고 무형검의 경지를 정리했다. 이는 백상의 후기 작품의 기본 뼈대 설정으로 무공경지를 세분해 정리된다. 특히 백상의 뛰어난 점은 기존의 체계를 답습하지 않고, 자기만의 색채로 만들어 내는 점이었다. 백상은 자신만의 무공체계 -정신무도체계와 심검,광검,무형검의 경지를 정립시킨다.
심검은 수중무검,심중유검 손에 검이 없으나 마음에 검이 있다.
광검은 검즉아 아즉검 검이 나이고, 내가 검이다.
무형검은 무환무아의 경지로 환도 없도 나도 없다.
식의 하나의 체계를 완벽히 정리하고, 이해를 시키고 있다.
그런데 그러한 부분과 불가적인 색채를 잘 배합하여 그는 그 이상의 무검과 공검, 또는 성검의 경지까지 표현해 낸다.이러한 시도는 당시 80년대 구무협체계에서 백상만의 특징이었다고도 볼 수 있다.물론 당시에 무공설정에 대한 부분은 바로 당시의 특징이었고, 백상또한 일부다처,자기복제등의 당시의 흐름을 타고 있다.
이러한 부분에서 백상은 당시의 구무협의 폐해인 자기복제-즉 양산형 무협을 써내어갔다고 보인다. 어느정도 설정이 굳어지고, 체계가 정리되는 그런 부분에서 백상은 좀 쉽게 써내려갈 수 있었을 것이라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의 작품세계 초반에는 구파일방시리즈나 오대세가에선 오히려 자기 복제부분보다는 각파의 무공과 문파만의 특성을 그려내고자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그래서 최근의 무협에서 구파일방이나 오대세가의 무공체계는 백상의 흔적이 많이 보인다. 왠만한 모든 작품내에서 백상이 만들어낸 수많이 무공이름들과 명칭,설정들이 한국무협의 뼈대가 되어버린 셈이다.
무엇보다는 솔직히 백상은 한 인물의 고뇌와 성찰, 그리고 상황상황의 어려움에 대한 묘사, 개인과 조직의 마찰등에 대해서 잘 그려내고 있었다. 더욱이 이런 부분과 불교적인 정신수련, 성찰이 엮여지면서 구도무협의 흐름도 본격적으로 타게 된다.
개인적으로 백상무협의 최고의 걸작이라고 생각하는 <화산문하>는 오히려 그러한 종교적인 색채를 벗어난 점에서 놀랍다. 사실 일정시점이 지난 다음 백상은 종교적인 색채를 넣어 구도무협을 만들어 냈지만, 화산문하의 경우 한 평범한 인물의 발전,성찰,음모,복선 그리고 조직과의 대립, 백상만의 독특했던 무공체계의 완벽한 정립, 그리고 그가 만들어낸 "곡선적 무학이론"까지 정점을 찍게 되었다고 본다.
그가 문피아에 마지막으로 연재하던 작품이 아직까지 완결이 되지 않고 있다. 백상작가가 몸이 안좋다는 이야기와 더불어 연재가 이어지지 않는 백상작가의 마지막 작품<지존만리행>은 그래서 아쉽다.
백상작가는 지존만리행에서 그의 비범함, 이미 80년대에서도 독특한 그의 특징과 더불어 굳이 낡았던 설정을 쓰지 않고도 멋진 작품을 보여주고 있었다. 하지만 그 후에 그의 소식은 알길이 없으니......
한명의 멋진 무협작가. 백상. 그의 작품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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