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사도연
작품명 : 절대검천
출판사 : 파피루스
정통무협소설.
많이 쓰이는 말이지만 또한 애매한 단어이다. 왠만한 무협은 모두 정통무협이라한다. 그러나 실제로 그러한가는 글쎄.....
구무협시절부터 이어져 온 큰 밑그림의 정형적인 패턴.
필자는 그런식으로 정의하고 싶다. 그런 의미로 본다면 요즘은 진실한 정통무협은 잘 보이지 않는다. 근래에 본것이 임준후님의 '철혈무정로'가 가장 정통의 부합하는 작품이라 하겠다. 임준후작가는 '21세기 무인'으로 데뷔를 한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 필력은 문피아 이전인 고무림이나 고무판시절부터 익히 명성을 떨쳤었다.(필자가 본 작품은 철혈무정로가 유일하지만....) 잠시 '철혈무정로'를 언급하면 정말 잘 쓰여진 글로 어쩌면 '구무협인가?'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기본에 충실했다. 그 문체 역시 딱딱함이 느껴질 정도로 강건하고 주인공의 성격표현도 외강내강이라는 그야말로 철혈무정이라는 제목과 딱 맞는 캐릭터였다.
사도연이라는 작가의 작품은 처음이었다. 필자는 처음 듣는 작가는 잘 신용하지 않는 편이다. 폭탄을 만진 경우가 다수라 더욱 그렇다. 이 '절대검천'이라는 작품도 쉽게 손이 가진 않았지만 잠시 살펴본 후 이내 빠져들었다.
정통무협에는 몇가지 큰 줄기가 있는데 '절대검천' 역시 그 패턴을 정직하게 따르고 있다. 모종의 이유로 큰세력을 일군 가문에서 축출당한 주인공 운비. 역경에 굴하지 않고 타 세력(마교)으로 신분을 숨긴채 잠입하여 힘을 기르고 목적한 바를 성취해 나간다. 그 과정에 마교에서 잃어버린 친인들과 전우를 만들고 그 위상을 높여간다. 곧 전쟁이 발발하며 주인공은 자신의 힘을 기르며 세상에 명성을 떨쳐간다.
이런 패턴은 신무협 초기와 구무협에서 자주 등장했다. (오히려 요즘은 보기 힘든 전개이다.) 자주 써먹는다는 것은 그만큼 확실히 독자들에게 어필할 확률이 크고 성공적이라는 뜻이다. 물론 그만한 리스크나 단점도 있다. 바로 식상함! 이 위험요소를 극복할 만한 힘은 한가지 밖엔 없다. 짐작대로 작가의 필력이다. 필력만 뒷받침 된다면 정말 통쾌하게 읽을 수 있는 글이 정통무협이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사도연이라는 작가는 처음이지만 아마도 이작품이 작가의 처녀작은 아닌듯하다. 그러기엔 필력이 너무 뛰어나다. 작품의 짜임새와 스토리의 구성에 빈틈을 찾기가 힘들다. 예를 들자면 이미 알고 있는 길을 가듯 자연스럽게 '이 앞을 돌면 편의점이 나오고 50m를 가면 지하철이 나온다.'는 식이다. 작가는 이 식상할 수도 있는 여정을 필력이라는 이름의 주변 볼거리로 흥미를 놓치지 않게 한다.
비록 주인공을 따라가는 시점이나 각 인물의 표현도 빠짐이 없다. 커다란 적수인 가문의 절대자들,주인공 운비를 사모하는 빼어난 여인(들?),주인공을 무조건(?)적으로 증오하는 부교주의 손자(나름 잘난 놈),주인공에 호감 또는 흥미를 갖고 모여드는 여러 인물들등등. 현재 4권에서 주인공은 한차례 시련을 맞는다. 소제목의 말처럼 붕락(붕새가 추락하다)이다. 그러나 또다른 안배는 이미 진행중이라 더욱 흥미롭다.
무협에 입문한지 얼마되지 않은 동도들에게 필히 권하고자 하는 작품이다. 이것이 정통무협이다 라고! 이것이 우리가 예전에 열광하던 그 무협이었다고!
덧: 여기서 필자가 표현한 '정통무협'은 중국무협의 정통이 아닌 우리나라 기성작가들에게서 이어져 오던 것을 말합니다. 또한 저의 주관이 섞인 해석이니 다른 분과 이견이 있어도 뭐라 말씀드릴 수는 없겠군요.
덧2: 이 작품을 보면서 현재 연중 상태인 좌백님의 '천마군림'이 오버랩되는 것은 왠지 저만의 착각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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