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노무라 미즈키
작품명 : 「문학소녀」와 굶주리고 목마른 유령 - 문학소녀 시리즈 2권
출판사 : 학산문화사 EX노벨
출간일 : 2008년 3월 7일
이야기를 먹어버릴 정도로 사랑하는, 자칭 ‘문학소녀’인 문예부 부장, 아마노 토오코. 그녀에게 매일 매일의 신선한 간식을 쓰고 있는 문예부 후배 이노우에 코노하는 여전히 그녀에게 휘둘리기만 한다.
그러던 어느 날, 문예부의 ‘연애상담 우체통’에 ‘미워’, ‘유령이’ 라는 글자와 수수께끼의 숫자가 나열된 종잇조각이 들어 있는 것을 발견한다. 문예부에 대한 도전이야! 라며 토오코는 코노하를 끌어들여 조사를 시작하지만, 찾아낸 ‘범인’ 은 “난, 이미 죽었는걸.”이라며 웃는 소녀였는데---?!
입에서 녹을 정도로 달콤하면서도 조금 쌉싸래한 맛의 학원 미스터리, 문학소녀 시리즈 제2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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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발간되는 라이트노벨 정보지 '2009년 이 라이트노벨이 대단하다'의 투표에서 종합부분 1위를 차지하며 성황리에 완결을 맞은 '문학소녀' 시리즈. 그야말로 한 시대를 풍미한 명작으로 남게되었습니다만, 전 예전에 1권을 읽은 뒤, 이제서야 살짝 다시 그 흐름에 발을 얹게 되었습니다.
평범한 음식에서는 아무 맛도 느끼지 못하나, '이야기'를 맛보고 책장을 우적우적 씹어먹는 '문학소녀' 아마노 토오코. 그리고 문예부실에서 그녀가 먹을 '간식'을 쓰는 것이 일인 주인공 이노우에 코노하. 달콤한 러브스토리를 요청하는 선배에게 인면사과가 툭툭 떨어지는 호러 스토리를 준 뒤 '매워~'라고 울부짖는 선배를 구경하며 웃는 그런 일상.
그리고 1권과 마찬가지로 하나의 투서로 시작되는 이야기. 뒤틀린 애정과, 방향을 알 수 없는 증오가 휘몰아치는 비틀리고 가슴 아픈 사람들의 이야기.
문학소녀 시리즈의 가장 큰 특징은, 매 권이 각기의 '원작'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지요. 각 권마다 그 '원작'에 사로잡힌 인물들, 혹은 그 원작의 노선을 따라가는 갈등과 사건이 있고, 거기에 관련된 미스터리가 있습니다. 코노하와 토오코는 그 사건의 비밀에 다가가며 '원작'에 접근하고, 나아가 '문학소녀'를 자칭하는 토오코는 그 '원작'을 토대로 사건을 재구성하고 뼈대를 붙여 현실에 펼쳐진 사건 속, 이면의 '진실'을 끄집어냅니다. 과학 수사가 아닌 문학 수사로군요.
1권의 경우 그 '원작'은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이었고, 2권의 '원작'은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입니다.
폭풍의 언덕은 어릴 적 세계명작을 만화로 재구성한 시리즈로 한번 읽어 봤을 뿐, 직접 읽어 본 적은 없습니다. 뭐, 1권도 그랬지만 딱히 원작을 모르더라도 책을 읽는데에는 영향이 없습니다.
이번 이야기는 원작 자체도 애증이 끓어넘치는 작품인 만큼, 더욱 뒤틀리고 비극적인 인물들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서로를 끊임없이 갈구하는 '굶주리고 목마른' 인물들의, 꼬이고 꼬인 애정과 증오, 그리고 슬픔의 감정이 자아내는 그 아픔이 읽어나가는 사람의 가슴을 세차게 조여옵니다.
그리고 자신 또한 '아픔'을 가진 이노우에 코노하는 그 사건의 인물들이 취하는 행동 속에서, 자신을 보고, 과거의 자신이 저지른 '과오'를 마주하게 됩니다. 시간을 되돌리고 싶다. 그때로 돌아가 모두 없었던 일로 하고 싶다. 아픔을 겹쳐보며 그 자신이 갈구한 '답'의 모양을 확인합니다만, 그것은 이미 돌이킬 수 없을만큼 일그러져버린 비극일 뿐.
그 가운데, 마지막 하나의 파멸을 막아서는 '문학소녀'. 마지막 한순간에 그 뒤틀린 애증의 방향을 '이야기'에 맞춰 바로잡고, 최후의 순간에 등장인물들에게 작은 '구원'을 내려주는 선배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2권에 와서야 이 책의 '방향'을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인간 사이의 비극을 이야기에 기반하여 바로잡는 '문학소녀'의 곁에서, 그 비극에 자신의 '아픔'을 겹쳐보는 코노하. 그리고 그 비극에서 '진실'을 끄집어내 그들을 구원하는 토오코 선배. 코노하는 토오코의 옆에 있는 걸로, 자신의 비극 또한 언젠가 구원받을 수 있을까요?
이 책은 읽고 나면 가슴 안에 무언가 따뜻하고 깨끗한 여운을 남겨줍니다. 분명히 애증이 들끓는 격렬한 비극이 몰아쳤음에도, 그로 인해 '부조리하다'라는 씁쓸함을 남기지 않습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책을 그 맛과 함께 자랑스럽게 연설하는 토오코 선배와 그것을 구박하는 코노하의 절로 웃음이 나오는 일상의 정경도, 일생을 건 증오와 애정이 몰아치는 비극의 향연도, 마지막 장면에 와서는 모든것이 자연스럽게 녹아서 부드럽고 화사한 색의 정경만을 남기고 흘러갑니다. 이야기의 중심에 있는 것은 극단적이고 왜곡된 감정의 폭풍이지만, 그 모든것을 껴안고 위로하는 이 책의 분위기는 매우 특이하면서도 매력적이고, 또한 자연스럽습니다.
이번달 라이트노벨 신간들은 그다지 구입할만한게 없어서 이번에도 3권을 구입 목록으로 올려 두었습니다. 이미 완결도 난 판에 조금 감질나긴 하지만, 이 책은 순식간에 읽어나가는 것 보다는 차분히, 그 여운 하나하나를 즐기며 한권씩 읽어나가는게 더 어울리겠지요. 한장 한장 문장의 맛을 음미하며 책장을 뜯어먹는 토오코 선배처럼요. 그런 분위기의 책입니다.
ps. 작 중 인물같은 일이 벌어진다면 우선 경찰에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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