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수담 옥
작품명 : 사라전 종횡기
출판사 :
최근 비통한 일을 당하고 문득 문득 머릿 속에 떠올랐던 소설이 하나 있다. 읽은지는 한참 되었지만 아직도 뇌리에 살아 숨쉬는 인물 하나...
바로 수담 옥님의 사라전 종횡기에 나오는 수많은 매력적인 인물 중 단연 압권이었던 만병제란 인물이다.
간단히 소개하자면 만병제는 주인공 장소열의 제2의 스승이라 할 만한 인물로 소열의 스승인 취산과는 허물없는 관계였다.
그를 표현하는 단 한마디. 위대한 들꽃무인의 대부. 이 한 마디로 그의 모든 매력이 설명된다.
장취산 사후 무림에 나온 소열의 행보에 정신적 지주가 되어주었던 그는 소열이 들꽃무인의 집합체인 사라전을 이끌고 욱일승천하던 시기에 황실을 등에 업은 무림의 주류가 치밀하게 계산한 간계에 빠져 죽음에 이르고야 만다.
아무도 그를 누룰 수 없는 강대한 무와 협을 가졌던 위대한 만병제. 그는 너무나 바보같은 자결로 모진 인생여정에 마침표를 찍는다.
적의 간계는 사실 별게 아니었다. 적의 두뇌인 청록은 힘 없는 민초들을 무인으로 위장해 그를 공격하게 했던 것이다. 적의 무인이라 생각하고 맞서 싸우던 그는 자신이 뒤집어 쓴 피가 그를 지금껏 살아숨쉬게 만들었던 평생의 가치인 들꽃. 그네들의 피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그 순간... 그 우직한 사내는 살아도 살아있는 것이 아니었다.
청록의 비열하고도 정중한 권유에 허허롭게 웃으며 스스로 머리를 부수었던 무적의 만병제... 그는 들꽃무인의 대부였기에 무적이었지만 역설적으로 들꽃만이 그 강대한 무인의 유일한 아킬레스 건이었던 것이다. 만병제는 그를 향한 살기 어린 들꽃의 가시에 둘러쌓인 채로 그네들을 밟지 않기 위해 스스로의 목숨을 내 놓은 것이다.
무와 협의 화신 만병제. 나에게 있어 그이처럼 협이 무엇인가를 가슴 시리게 느끼게 해준 인물은 이전에도 이후에도 없었다. 정말 바보같은 양반... 바보같은 양반이라며 분기어린 눈물을 흘려야 했다. 뒤늦게 간계에 빠진 것을 깨닫고 만병제가 떠난 하늘에 절하며 통곡하던 백학과 함께 정말 서럽게 울었다.
그리고 지난 토요일... 나는 또 그렇게 서럽게... 서럽게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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