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최후식
작품명 : 표류공주
출판사 : 시공사
친구에게 이책을 보여줬습니다. 나름 글좀 끄적거린다는 인간입니다. 별로랍니다. 왜? 하고 물어봤더니 글이 중간중간 끊기는 느낌이든다는군요. 이게 뭔 말이지? 중간중간에 비약이 있다고 합니다. 나는 몰랐던 이야기군요. 이것저것 지적을 하는데 그런가? 하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그냥 나름대로 좋아했던 책이라 한번 보라고 권했던 건데 그렇게 쿠사리를 먹고보니, 기분이 별로더군요. 사실 내가 글 보는 눈이 매우 낮은것은 사실이죠. 다른 사람들이 글의 장단점을 짚어내고 글속에 담긴 의미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주면 전 그냥 와 하고 놀라버립니다. 그래서 그냥 친구이야기가 맞겠거니 해버릴까 생각했는데 기분이 참 거시기 하더군요. 그래서 생각을 해봤습니다. 왜 이글이 그렇게 내마음을 흔들었을까?
내가 이글을 처음 읽었을때는 고등학교 2학년 17살이었습니다. 처음으로 짝사랑이란 걸 시작했던 때였죠. 착하고 예쁘고 인기도 많은 애였는데, 상냥함에 반했던 것 같습니다. 그애를 보면 반짝반짝 빛이나는 것 같은 그런 애였어요. 언감생심 제가 넘보기에는 너무 높은 나무였죠. 그래서 참 힘들었더랬는데 표류공주를 읽은 것도 그맘때였죠. 거기엔 감정을 뒤흔드는 뭔가가 있었어요. 사실 한편의 이야기를 흥미있게 끌어나가는데는 실패한 것 같지만, 그 부분부분을 읽다보면 뭔가 울컥하게 만드는 기분을 느끼게 했죠. 사랑에 처음 눈떠서 감정이 예민할때라 그랬는지 아니면 원래 나도 모르는 내안에 그런 부분이 숨어있다가 튀어나온 건지 모르겠지만 참 많이 울었습니다. 아구를 품고 관장님이 고양이 이야기를 할때 관장님이 마음속에 품은 고양이가 아구같고 또 아구가 나같아서 울었지요. 부모를 죽인 사람과 사랑에 빠지다. 진부한 이야기지만 거기에 대한 아구의 마음이 너무 애절해서 또 내마음이 흔들렸죠. 워낙 감정이 흔들흔들 널뛰기하던 시절이라 그랬는지도 몰라요. 지금 다시 표류공주를 읽었지만 그때 만큼 감흥이 일지 않는 걸 보면 저도 나이먹어가는걸 느끼고요. 그래도 그때 감정은 진짜였던 것 같아요.
작가님 프로필을 봤습니다. "누군가가 들어주길 기대해서 글을썼다.그러나 아무도 듣지를 않았다. 더 이상 할말은 없으나 그냥 먹고살기 막막해서, 관성의 법칙으로 현재까지 글을 쓰고 있다." 표류공주에는 작가님이 독자에게 들어주길 기대하는 무언가가 담겨있던 것이 아닐까요? 스스로안에서 부글부글하는 무언가를 끄적인 것이 소설의 형태로 특히 익숙했던 무협소설의 형태로 나온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무협소설의 작법에 맞지않는 이야기전개나 내용을 가지게 된 것이 아닐까 합니다.. 소설의 형식을 갖췄지만 뭔가 시처럼 부분부분의 이미지들이 사람들 마음을 뒤흔들어 놓는것도 이런 연유일 것 같습니다. 작가가 울컥하면서 써내려간 부분 어디쯤에선가 독자들도 작가와 공감하는 것 아닐까요.
어쩌면 작가님이 이글을 쓰시면서 스스로 쓰고자 하는 욕구, 말하고자 하는 욕구가 많아서 자제하지 못한 부분이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전문 작가들은 작법을 지키지 못했다고 욕할지도 모르지요. 그러나 오히려 그런 면이 미숙했던 내 마음을 더 뒤흔들어 놓았던 것 같습니다.
작가는 이야기 하지 않으면 살 수 없을 것 같은 사람들이 하는 거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런면에서 최후식님은 이야기꾼의 자격을 갖춘 셈이라고 생각합니다. 내면에 글로 나오지 않으면 안될 응어리를 가진 사람들을 보면 참 부럽습니다. 그리고 그런 사람이 쓴 글은 항상 기다리게 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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