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브루스 스털링(?)
작품명 : 스키즈매트릭스
출판사 : 까먹음
사이버 펑크물을 찾다가 발견한 이 작품은 내 예상과는 전혀 다른 작품이었지만 나름 SF물을 읽고 싶은 나의 욕구를 충족시켜준 작품이다. 몇십년 전에 나온 작품이었음에도 기괴하면서 참신한 발상이 나의 상상력을 자극했다. 달의 궤도를 돌고도는 캡슐같은 모형으로 구성된 십여개의 환월국가들, 조작주의자와 기계주의자의 대립, 온갖 소행성대와 혜성들, 행성고리 등에 굴을 파고 우주 공간 속에 사회와 문명을 이루어낸 인류 등등....
무엇보다 이 책은 설교하지 않는게 참 마음에 들었다. 그저 사회를 변혁하고자 하는 젊은 청년에서, 우주 수도의 우아한 귀족을 거쳐 유로파에 생명의 씨앗을 뿌리는 '미친 짓'을 이데올로기로 하는 생명당의 정신적 지주로 까지 변화하는 린지의 삶을 함께하며 건조한 문체로 담담히 묘사한달까.
갈등이 넘치는 우주공간에서의 모험을 다루기에 화력한 우주 전투같은게 있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반경 200kM의 소행성 내의 구불구불한 미로에서 벌어진 해적들과 조작주의자 스파이들간의 전투를 제외하고는 시종일관 액션 장면이라고는 없다. 소행성내의 전투도 화려한 과학기술과는 상관없이 딱총이나 올가미, 전기톱을 가지고 싸우는 모습이 행성에 정착하지 못하고 태양계내에서 조류와 소중한 공기를 아끼며 근근히 살아가는 인류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계통분기라는 단어처럼 소설 속의 시대는 슬슬 인류가 인류가 아닌 종류까지 분기되는 단계에 와 있다. 단순히 유전자 조작과 기계몸의 구분 뿐 아니라 바닷가재족처럼 우주 진공에 적합한 신체를 가지거나 유로파에 정착한 인류처럼 수중생물로 진화하거나..심지어 마지막에 린지의 변화한 모습을 보면 이미 생명의 단계를 뛰어넘는 단계까지 간 것 같다.
이 책을 고르며 매트릭스나 뉴로맨서처럼 가상 사회를 다루는 사이버펑크를 기대했었던 나에게 어떤 의미론 배신을 주었지만, 재밌는 책, 상상력을 자극한다는 의미론 최고의 선택이었던 것 같다.
인류의 몸과 정신을 기술이 침식하는 시대의 묘사를 사이버 펑크라고 정의한 작가의 말에 따라 생각해보면 이 책도 훌륭한 사이버펑크물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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