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임준욱
작품명 : 촌검무인
출판사 : 북소리
<촌검무인을 읽고...>
여러 작가들의 문체들은 자신만의 개성을 잘 표현해주고 있다. 개성 있는 작가들의 문체를 읽는 독자들처럼, 나 또한 내, 개성에 딱 맞는 책들을 읽고 있으면 저절로 웃음이 번져 나온다.
이런 면에서 볼 때, 임준욱 작가의 촌검무인은 내 취향과 개성에 딱 맞는 문체 스타일이다. 뭐라고 해야 될까? 마치, 도도한 강물이 변함없이 흐르듯 차분하다고 해야 하나? 아니, 휘영청 밝은 달을 보면서 운치를 느끼는 심정이기도 하였다. 아무튼 여러모로 이번에 읽은 촌검무인은 내 입맛에 맞는 맛깔스런 책이었다.
주인공인 포이종의 성격은 한마디로 성인군자 스타일이었다.
뛰어난 자질과 천부적인 노력과는 다르게 살생을 싫어하는 그였지만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보이지 않는 적을 만들었다. 그 예로 사부인 초룡산은 자신의 예상보다 뛰어난 제자, 포이종에게 무리하게 가르치려다 주화입마에 빠져 반신불구가 되었고, 친동생이었던 초강남은 사부인 초룡산이 포이종의 재능만 칭찬하고 자신에겐 악독하게 다뤘다는 불만과 시기심에 화산에 들어가 절치부심 연마하겠다고 공언하였다.
강한 무공과 유현한 마음을 동시에 지닌 포이종을 질시하는 사람들이 거듭 생겨날수록 포이종의 앞날은 혼란에 빠져들게 되었다. 이때, 화산검선이 강해져야 유약해질 수 있다는 「유약승강강」의 이치를 깨닫게 해준 뒤로 그의 무공은 더더욱 욱일승천 해졌다.
단, 2권짜리에 불과한 촌검무인 이었지만 이 책의 마지막 장까지 덮고 나면 자신도 모르게 입가에 흐릿한 미소가 감돌게 된다. 그러한 이유에는 여러 가지들이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임준욱 작가가 무협소설을 쓰면서 항시 지향하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情」이란 테마 때문이 아닐까?
임준욱 작가는 어떻게 보면 철학적인 요소가 가미된 무협소설들을 쓰고 있었다. 철학적이라고 하니 머리 아프다고 고개를 가로 저을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수식어를 붙인 이유에는 그의 뛰어난 심리묘사가 한 몫 거들고 있음을 이해한다면 충분히 공감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무와 협이라는 한정된 공간속에서 앙꼬 없는 찐빵이란 속담도 있듯이, 단순히 피와 살이 난무하는 칼부림을 묘사하는 것에 그친 것이 아니었다. 앞서도 말했듯이 임준욱 작가는 여러 방면에서도 뛰어난 필력을 지녔지만 그중에서도 심리묘사는 으뜸 중에서도 군계일학 이었다. 적어도 내가 생각하기에는 그랬다.
일례로 마계양이란 사람은 상월곡의 사부이다. 그러나 그의 제자보다 실력이 뛰어난 포이종을 대면하니 자신도 모르게 질시와 시기심이 일어났다. 이 결과로 그는 포이종이 세 명의 사내들에 의해 위기에 처했을 때에도 가만히 지켜만 보고 있었다.
결국에는 황룡촌에서 철심대에 의해 팔이 절단 나버린 마계양의 중얼거림이 그의 심리묘사가 얼마나 뛰어난지 대변해주고 있었다.
‘월곡아, 난 갚았다. 최선을 다했어. 이 사부는 이제 떳떳하다.’
이외에도 임준욱 작가는 각 장을 거듭할수록 상황에 따라 변화하는 여러 사람들의 심리묘사를 그려내는 수준은 철학적인 요소가 가미되어 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어떻게 보면 지루하다고 느껴질 수 있는 이 촌검무인을 읽으면서 가슴 따스한 느낌을 받음과 동시에 다른 한편으로는 주인공과 조연들의 심리가 변해가는 과정을 지켜보며 임준욱 작가라는 존재가 우리 무협역사에 없어서는 안 될 인물이라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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