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서효원
작품명 : 대자객교
출판사 : 영상노트
<대자객교를 읽고...>
한국무협의 역사를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작가는 여러 명이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서효원 작가는 특히,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이다.
시한부의 인생을 살면서 언제 죽을지 모르는 불안감과 공포감 속에서 그가 쓴 무협소설만 하여도 천여 권에 달하는 만큼 그가 이룬 업적은 실로 대단한 것이었다.
이렇듯 대단한 업적을 남긴 서효원 작가의 작품 중에서 대표작인 대자객교를 읽었다.
책을 읽기 전에 이런 생각을 해보았다.
‘과연 내가 죽고 나서도 나의 글을 즐겁게 읽어 줄 독자들이 지속될까?’ 이런 생각을 하게 된 이유는 대자객교가 1981년에 처음 출판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재출판 되고 있는 점이 한편으로는 부러웠기 때문이었다.
대자객교를 읽으면서 느낀 점은 우선, 서효원 작가의 글 쓰는 스타일이 요새 나오는 신무협 스타일과는 사뭇 다르다는 것이었다. 그만의, 특유의 짧은 문장과 배경 묘사는 거의 없고 스피디한 사건 전개, 그리고 반전을 거듭하는 플롯 등이, 서효원 작가의 대표적인 문체 스타일이었다.
또한, 주인공의 무공이 무척이나 강하다는 것이 특징이기도 했다.
언뜻 보면 먼치킨류에 속할 수 있을 정도로 주인공인 이혈릉의 무공은 거의 신급에 가까웠다.
하지만 결국엔 주인공이 승리에 대한 얻은 것은 기쁨이 아니라 견디기 힘든 허망함을 느낄 뿐이라는 점이 요즘에 출판되는 먼치킨류와는 명백히 다르다는 점이었다.
이러한 주인공의 삶과 작가 서효원의 삶을 결부지어 본다면 시한부 생명으로 인한 고뇌가 그의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재료이자 이야기를 그려내고자 하는 목표였던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해 보았다.
주인공을 절세미남에다 무공 또한 천하무적으로 그려내 자신의 고통스런 삶을 벗어나보고 싶은 욕망을 글로써 대신 표출해내고 싶었던 작가 서효원은 수많은 소설들을 써내려갔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자신은 시한부 인생으로 한 줌의 흙이 되어버린 안타까운 사람이었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고 독자들의 취향 또한 다양해졌음에도 불구하고 서효원 작가의 책은 아직까지도 재 출판되어 기존의 독자들에게는 아련한 옛 추억의 향수를, 새로운 독자들에게는 오래된 고금서적의 흥취를 맛볼 수 있게 해주고 있다는 점에서 그의 삶이 안타까운 삶만은 아니라는 것을 대변해주고 있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이제는 고인이 되어버린 작가 서효원은 떨치고 싶어도 떨쳐버릴 수 없는, 오래된 그러나 전혀 낯설지 않는 죽마고우 와도 같은 사람임에는 틀림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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