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이성현
작품명 : 약탈자의 밤
출판사 : 넥스비전
약탈자의 밤을 보았다.
제목부터 강렬한 뉘앙스를 풍기고 있는 이 글은 일종의 어반 판타지로 도시를 질주하는 이능력자의 이야기라 하겠다. 오래전 홍정훈 작가의 월야환담 채월야, 최근에 읽은 부서진 세계를 추억하며 망설이지 않고 책장을 펼쳤다.
결과는 아직까지는 모르겠다는 것이다.
사실 적지 않게 실망한 부분도 없지 않으나 아마도 잔인함을 사랑하는 개인적인 취향의 탓이 아닐까 추측해본다. 게다가 채월야를 보았을 때의 나는 고등학생에 불과했으므로 지금의 나와 그때의 내가 동일한 감동을 느끼는 것은 아마도 힘들지 않을까 싶다.
주인공은 나름 고뇌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개인적으로는 공감하기 힘들었다. 게다가 부모의 유산을 물려받기 위해 지금의 이 이중생활을 유지하다니, 도대체 왜 이 녀석이 학교를 다니고 있나 싶은 느낌이었다.
주인공이 너무 평범하달까 사실은 이런 쪽이 정상이겠지만 내게는 광기가 부족한 것으로 보였다. 이 녀석은 약탈자치고는 너무 온건한 사고방식을 갖고 있다.
또 주인공에게는 뚜렷한 목표가 없다. 무언가를 하겠다는 확고한 생각도 없이 그저 하루하루를 연명하고 있을 뿐이다. 긴박감은 엿볼 수 있으나, 치열함은 찾아볼 수 없다고 해야 하나.
사실 그저 생존하기도 버거운 상황이니 이해할 수 없는 건 아니지만 이런 부분에서 대단히 아쉽기만 하다.
내가 가장 공감할 수 없었던 것은 바로 용석이라는 인물에 대해 주인공이 '우정'을 느낀다는 것이었다. 이혁은 약탈자다. 그런 그에게 우정이란 도저히 성립불가능한 것인데 뭐 이야기가 그렇게 흘러가버리니 조금 허탈한 면이 없지 않다.
차라리 끝까지 평범한 삶에 대한 동경으로 밀어붙였으면 나았을거라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이 어중간한 우정이라는 것이 끝까지 이야기의 발목을 잡아서 읽는 도중 적지않게 불편한 것이 사실이었다.
뭐 이렇게 말하고 있지만 사실은 ...나름 재미있게 보았다.
특히나 이런 부류에 늘상 등장하는 그 존재이유를 전혀 알 수 없는 여성캐릭터가 없었던 까닭에 눈살 찌푸릴 필요도 없었고 전체적으로 우울한 분위기도 마음에 든다.
아마도 '약탈자의 밤'이라는 파격적인 제목이 주는 기대치가 너무 많았던 것이 아닐까, 제목을 너무 잘 지은것 같다.
분명 단점이 많이 보이는 글이지만, 그것과는 별도로 앞으로 나올 2권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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