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당랑권1~5
작가:중걸
간만에 수작이라고 할만한 작품을 보았습니다.
흔하고 흔한 소재라서 이제 나오면 관심도 가지 않는 정통제, 왕진, 우겸...(매력적인 소재라서 작가님들이 써보고 싶은 심정은 이해하지만 한분이 한편씩만 내도 그걸 보는 독자는 못해도 수십편, 다독하시는 분들은 수백편도 될 수 있지요. 오죽하면 무협소설 좀 읽었다 하시는 분들은 왕진, 영락제, 건문제는 우리나라 역사보다 더 잘 알고 있는 분이 많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흔하디 흔한 소재라도 쓰는 작가에 따라서 그 재미가 달라진다는 기본적인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된 글이었습니다.
1. 일단 소제목을 보고 첫권을 휘리릭 넘기면서 받은 인상은 ‘작가님과 출판사가 꾀를 부리지 않는다’였습니다.
별로 나눌 필요도 없어보이는 소제목을 15개씩 써가며 그것도 제목 하나당 한장씩을 빈페이지로 날려버리는 마공을 쓰는 분들이 많습니다.
요즘은 거기다 더해 문단의 개념이 없어졌더군요. 한 문장 끝나면 무조건 엔터키 칩니다.
적어도 중걸님은 당랑권에서 그런 잔꾀를 부리지는 않았습니다. 문단구조가 정확한건 아니고 사실 엔터키를 자주쳤지만 상당히 빽빽한 분량을 자랑합니다.
2. 전작 효웅을 읽어봤는데 비슷한 특색을 지니고 있습니다. 무협이라기 보다는 군협(群俠)이라고 해야할까요?
그런데 글솜씨가 상당히 발전했습니다. 문체가 나름 독특한 편인데 이것은 독자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지만 문체 자체는 비슷한데 글솜씨 자체가 늘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쉽게 말해 재밌고 몰입이 더 잘 되었다는 것입니다.
전작 효웅도 재밌게 보긴 했는데 상당히 괜찮은 세계관(위에 말한 군협?)을 구성한 것에 비해 뭔가 글 자체가 어설프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이번 당랑권은 그런 느낌을 받지 못했습니다.
주인공 개인의 삶과 군협들의 모습을 나름 조화롭게 버무렸습니다.
도원왕(?) 여위수의 모습에 울컥했습니다. 예전에는 이런것을 협이라고 했고 좋아했는데 요즘은 추세가 이기적인(?) 협을 선호하지요. ‘이기적인 협’이라는 말 자체가 모순적인 부분이 있지만 요즘 대세가 일단 자기것, 자기목숨부터 챙기는 협인거 같습니다.
3. 근래 나오는 책들이 대부분 먼치킨 소설이다보니 저도 어느새 먼치킨이 아니면 책을 보다가 답답함을 많이 느낍니다. 원래 제 취향을 잡탕이지만 적어도 먼치킨보다는 뭔가 서사적 구조가 있고 세계관이 뚜렷하거나 독특한 걸 좋아했는데 음식해주는 분들이 열에 아홉은 먼치킨만 해주고 그렇게 섭취하다보니 이미 저도 그것에 익숙해져 버렸습니다.
당랑권은 먼치킨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보기에 따라 먼치킨이라고 할수도 있겠네요. 약관의 나이에 독학으로 거의 ‘신의경지’(작품중에 나오는 표현입니다.)... 아무튼 무림최고에 가깝게 되니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 나오는 먼치킨과는 차별화 되었기에 먼치킨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미 먼치킨에 익숙해져버린 제 입맛에 상당히 맛있게 느껴졌습니다. 즉 먼치킨에 익숙한 분들도 재밌게 읽을만한 작품입니다.
4. 구구절절 너무 길어져서 자세한 내용은 읽고 확인해보라고 권하고 싶네요. 일독할 가치가 있는 작품입니다.
다만 처음에도 기술했다시피 너무 흔하고 흔한 소재(왕진, 우겸), 뻔한 스토리 전개 때문에 아예 선입견을 갖고 읽지도 않는 우를 범하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5권까지 출판되었는데 시간관계로 4권까지 보았고 빠른 시일내에 5권도 볼 계획입니다.
아쉬운점)
1. 오탈자와 비문이 가끔 보였습니다. 많지 않았기 때문에 가독성을 해치는 수준은 아니지만 글의 수준이 이런 기본적인 것 때문에 떨어진다면 얼마나 안타까운 일입니까.
2. 3권까지는 너무 좋았는데 4권들어서 군협을 강조하면서 전작 효웅과 중복되는 부분이 있지 않나하는 우려가 생겼습니다. 황제, 왕진, 우겸 등 중원전체를 놓고 하는 싸움이니 스케일이 커질수 밖에 없다고 할수도 있겠지만 저는 오히려 이것이 아쉬웠습니다. 굳이 수만, 수십만 대군의 싸움으로 가는 것보다 당랑권과 주인공의 은원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더 작품성을 높이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사족)
오늘 좀 안타까운 사실을 알았습니다.
가끔 제가 들러는 곳인데 없는 책이 없습니다. 진짜 재미없고 가치없는 책들도 다 받지요.
그런데 이훈영님의 ‘금강동인’이 반품되었다고 하더군요. 두어번 봤고 오늘 생각난 김에 한번더 보려고 했는데요ㅜ.ㅜ
딱봐도 독자들에 따라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소재에 글의 진행방식이지만 저는 정말 좋게 본 작품인데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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