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바이발할 연대기 - 특이한 글입니다. 주인공은 무적에 가까운 존재라 별반 갈등이랄 게 없고 이 자체는 특이하지도 않는데, 이 주인공을 통해 서사를 이끄는 방식이 보통 보기 힘든 스타일이라서입니다. 간단히 말하면 기승전결을 완전히 무시합니다. 중요하다 싶었던 캐릭터나 사건이 너무도 급작스럽게 이야기에서 탈락하고 주인공은 그 모든 걸 버리고 새로 시작하는 거지요. 특히 2권 정도에서 주변 캐릭터는 다 죽이다시피 하고 주인공만 남겨 새로 시작하는 부분에서는 좀 어이가 없었을 정도입니다. 그래서 좋게 평가할 순 없습니다만 작가의 식견이 나름 뛰어난 편이라 정치경제 분야의 서술에 개연성이 있고 좀 독특해서 참신한 글을 읽고 싶다면 도전해 볼만 합니다.
2.비블리아 고서당 2권 - 1권에 이어 준수한 진행을 보여줍니다. 책은 오래전부터 매니아 문화가 확고히 자리잡은 분야라 프리미엄이 붙은 고서들이 많은데 그런 것들에 대해 소소하게 알게 되는 즐거움도 있습니다. 움베르토 에코가 미술품에 이어 고서가 투기 대상이 되면서 자신이 즐거운 취미를 잃었다고 투덜거렸던 것도 괜히 생각이 나더군요.
3.커피점 탈레랑 사건수첩 - 비블리아와 유사한 작품인데 여러모로 딸립니다. 특히 대화와 캐릭터가 비블리아에 비해 굉장히 부자연스럽습니다. 재미없군요.
4.기후거래소 - 굉장한 작품입니다. 작품의 개성과 작가분의 식견이 제가 보아온 모든 장르소설을 통틀어서도 최상위에 속합니다. 한국같은 sf의 불모지에서 이런 개성넘치는 작품을 만나기는 힘들지요. 부디 지금의 참신함과 흥미로움을 마지막까지 이어 나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아니, 생각해 보니 요즘 sf는 해외를 포함해도 주목할 작품이 거의 없군요. 심지어 휴고나 네뷸러를 받은 것들조차 말입니다. 작년 읽었던 프래그먼트는 그야말로 악몽이었습니다. 그래서 더욱 마지막까지 잘 적히길 바라는 작품입니다. 문피아가 의외로 sf가 좀 있군요. 과거 리얼리티에 이어 이런 sf도 다 만나보고.
5.은빛어비스 - 인기투표가 발표됐는데 뒤파루스가 일등이었습니다. 저 처럼 꾸준히 읽은 독자라면 예측했던 결과였지요. 요즘 뒤파루스가 너무 멋지게 나와서. 작품 자체의 진행은 무대를 바꾸면서 굉장히 흥미진진해 졌습니다. 저도 다른 독자분들처럼 이 이야기가 좀 길어도 좋겠다 싶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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