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봉님 하면 추적신의 대가라는 꼬리표가 붙죠.
뿐만 아니라 세외를 주무대로 삼으면서
그 지역에 대한 꼼꼼한 조사와 설정이 돋보입니다.
거의 뭐 집착수준으로 보일 정도로... 프로는 역시
프로라는 감탄이 들죠.
각 지역의 식생이나 의학, 경제와 문화 등에 대한 해박한
지식은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또한 설봉님 글의 무공은 먼치킨이 아니기에
그 사실성이 더 부각되는 효과까지 들죠.
대형 설서린도 그런 맥락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않은 글입니다.
설봉님이 추구하는 인간관, 세계에 대한 해석은
작품마다 달라지지만 그 틀은 이제 정형화 돼 있죠.
대형 설서린의 추격신은 용사팔황을 생각나게 합니다.
독사 일행이 마단에서 빠져나오는 과정만 해도 다섯 권이
넘는 엄청난 분량입니다. 실상 강호에서 활약(?)하는
과정은 매우 짧죠. 숨막힌다는 표현이 옳을 겁니다.
적은 무지 강하고, 지리도 우리 편이 아닌 데다
일행에는 짐도 많으니... 도데체 어떻게 벗어난다는 건지...
그래도 결국 해내지만, 그 과정은 음미할 이유가 있습니다.
물론 제 인생 최고의 추적신이라 생각하는 용사팔황과
비교하면 그에 미치지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과거 중국무협의 특성상 무공이라는 허구적 요소보다는
사실성을 추구하는 경향 때문인지, 아니면 대륙을 실제
체험한 경험에서인지, 용사팔황의 묘사는 격이 다르다는
생각을 자꾸 하게 되네요.
그래도 안방에서 벗어나지 않고 이 정도의 추격신을
쓸 수 있는 분은 국내에 몇 되지 않을 것입니다.
사실 온당한 비교가 아니죠. 작가의 여건이 비교가 되지
않으니까요.
본의 아니게 비교를 하고 말았는 데 용서를^^;;
그냥 추격신만 비교한다면 말입니다.
대형 설서린은 충분히 뛰어난 글입니다.
마단을 벗어난 이후의 전개와 마지막의 납득못할 반전만
아니었으면 허탈함을 느낄 수 없었을텐데요.
솔직히 이 글의 마무리를 납득하실 분은 정말 몇 없으실
겁니다. 저도 이래서는 안돼!! 라는 생각만 들었죠.
파락호이면서도 지독한 순정파라는 모순적인 설정이
매우 매력적인 주인공 독사...
그 외의 파락호들에게 좀 비중을 더 할애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듭니다. 나한님의 광풍무에서 주인공의
친구이자 부하들이 파락호에서 무림의 제왕으로
거듭나는 과정이 재밌듯이 말이죠.
또 한가지 재밌는 것이, 이 글의 무대는 절대 사천을
벗어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중원에서 완전 변방인
사천을 말이죠. 글 속에서 무협의 감초인 소림이나 무당 등은
등장도 하지 않습니다. 거론되는 문파들은 모두 사천무림에
속한 대문파일 뿐이죠. 그 중에서도 청성, 도림, 아미 등의
문파는 거의 나오지도 않는다는;;;
이렇게 협소한 무대임에도 재밌는 글을 쓸 수 있음을
보여준 설봉님의 실력이 좋았습니다.
꼭 자수성가해서 중원무림에 우뚝 서야할 이유도 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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