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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소 이벤트 참가 : 풍종호]

작성자
Lv.15 노레이션
작성
05.03.04 02:19
조회
1,687

작가명 :

작품명 :

출판사 :

       제가 내건 이벤트인데, 참여하시는 글을 보노라니 저도 모르게 막

     흥이 나버리네요. 전에는 참 이런 종류의 글을 많이 썼었는데...그 때

     의 행복하던 기억이 모락모락 솟아납니다.

       뭐, 이런 걸 통해서 은근슬쩍 제 선전도 좀 하고...퍽! 흑흑;;;

       아무튼 원고 쓰던 거 집어던지고, 예전의 행복 속으로 퐁당합니다.

      

       요즘엔 나에게 그런 걸 물어보는  사람이 없지만, 예전에는 참 많

     이도 받았던 질문이 있다.

       무협작가 중에서 가장 잘 쓰는 사람이 누구인 것 같나?

       그럼 나는 주르륵 몇 명의 이름을 댄다.

       진산, 좌백, 장경...

       그는 다시 질문한다.

       그 중에서 누구의 글이 가장 재미있는가?

       그럼 나는 지체없이 대답한다.

       "풍종호!!!"

      

       풍종호.

       호랑이를 쫓는 바람.

       그의 처음 작품인 '경혼기'를 보았을 때가 지금도 선명히 생각난다.

       온 얼굴을 친친 휘감은 붕대 사이로 녹슨 쇳조각  같은 눈빛을 뿜

     어내는 표지그림, 어? 이거 영 어설프면서도 묘하게 분위기  있는데?

     그렇게 첫 장을 넘기고...나는 무협도 현실도 아닌 기묘한 세상  속으

     로 빠져들어 버렸다.

       이야기 전반을 관통하는 은밀하고도  기괴한 분위기, 이따금 툭툭

     튀어나오는 재치와 유머, 서너 줄의 문장만으로도 치열한 박투장면을

     산뜻하게 표현하고, 그렇게 묘사된 박투장면 하나하나마다에는  뭐라

     말하기 힘든 독특함이 서려 있었다.

       경혼기는 언젠가부터 고착되던 한국무협의 전통을  슬쩍 비켜가면

     서, 어딘지 촉산검협전 이후 거의 사라졌던 검협의 맥을 잇는 것  같

     았다. 사실 나는 그래서 더 좋았다. 내가 처음 무협을 읽기 시작했던

     건, 서극 감독의 '촉산'을 보고 난 뒤부터였으니까.

       바로 그 촉산 같은 분위기를 다시 만나기 위해서, 나는 무협을 파

     고들었던 것이다.

       도대체 이 붕대 처감은 놈의 정체가 뭐야?

       마지막 권이 거의 지나가면서 나는 가슴이 콩닥거렸다. 조금만 더

     읽으면...조금만...

       앗! 드디어 붕대를 썩썩 자르는 칼이 나왔다!

       좋았어. 저 붕대만 벗겨내면....어라?

       ...털썩.

       제왕검을 발현시킨 상관월이 맥없이  죽어버리고, 기껏 잘라낸 붕

     대가 제멋대로 원상회복될 때의 내 심정은 그야말로 '털썩'이었다.

       보통 이런 경우가 되면 신경질이 나야 정상이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나는 신경질을 내는 대신, 처음부터 다시, 아

     주 꼼꼼하게 그 책을 다시 읽었다. 하지만 역시 결론은 '에이, 모르겠

     잖아, 젠장' 이었다.

       참 희한하다.

       내 성격은 뭔가 산뜻하게 정리되는 맛이 없으면 별로 좋아하지 않

     는 편이다. 그래서 책을 읽어도 처음부터 끝까지를 관통하는  줄기를

     뽑아내야만 직성이 풀린다. 하지만, 경혼기는 몇 번을 읽어도, 심지어

     현재 출판되고 있는 '지존록'을 읽어도  분뢰수의 정체는 모호하기만

     하다.

       그런데도, 경혼기는 내 최고의 무협이다.

       그는 한 마디로 충분한 말을, 절대로 두 번 하는 법이 없다.

       아주 능글맞기도 해서, 중요한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툭툭 뱉어내

     는 방식으로 보는 이를 멀쩡한 바보로 만든다.

       대충 이 사람은 이래, 라고만 표현하는데, 그걸 읽는 순간 그 사람

     이 마치 내 앞에 짠 나타나는 듯 실감이 난다.

       무엇보다도 그 경쾌하고도 깊이 있고, 우스꽝스러우면서도 핵심을

     푹 파고드는 대화들...

       풍종호의 소설 속에 나오는 인물들간의 대화를 읽다보면, 마치 천

     재들의 향연을 보는 것 같다. 징검다리를 훌쩍훌쩍 건너뛰듯이  중간

     을 생략하고 곧바로 내뱉고, 받아치는 대화들은 '야! 이 사람들 정말

     재치 만점이구나!'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나는 그렇게 풍종호에게 빠져들었다.

       일대마도에서는 철면호리의 무심하면서도 견고한 면모에 반하다가

     뒷골 팍 후려치는 반전에 기절하고,

       호접몽에서는 '기세란 무엇인가' 생뚱맞은 의문에 휩싸여버렸다.

       그리고...광혼록!

       내가 읽어본 모든 무협소설의 주인공들 중에서 가장 유쾌하고, 가

     장 순진하며, 가장 귀여운 주인공.

       (할 수만 있다면 지금 내가 쓰는  돌대가리 무석이와 그 조수인을

     맞딱뜨리게 하고 싶다. 둘이 싸우면 누가 이길까? 궁금하다. ㅋㅋ)

       더불어 그를 뒤쫓으며 온갖  괴행을 일삼는 절정고수들의  행복한

     천태만상. 아...! 이 여자들은 정말 마음에 드는데? 라고 외칠 수밖에

     없었던 개성 만점의 미인들. (나는 그 중에서 혈적신군의 장난꾸러기

     제자가 가장 좋았다. 특히 얼빠진 조수인을 데리고 인형 장난하던 그

     모습. 푸하하)

       화정냉월은 두 말할 것도 없이, 그의 최고작으로 기억한다.

       봉무진과 임천생.

       다른 건 모두 차치하더라도, 이 두 명의 인물만으로도 화정냉월은

     충분히 최고였다.

       그리고 지금은 지존록이 나오고 있다.

       솔직히 지존록은 그리 새롭지 않다.

       이미 십여 년 전에 구상했던  이야기이고, 그의 머리 속에서는 십

     여 년 전에 썼던 이야기일 테니까. 어떤 식으로든 이제는 유행  지난

     십여 년 전의 스타일이 묻어있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지존록의 완결을 목놓아 기다린다.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가끔 하는 말이 있다.

       "무협작가 중에는 두 명의 천재가 있다.

       그 하나는 단연 풍종호이고, 두 번째는 한상운이다."

       풍종호는 처음부터 일관되게 그  특유의 분위기로 그의  천재성을

     드러냈다. 한상운의 경우는 뒤틀린 농담을 통해 드러내다가 잠시  진

     지하는가 싶더니, 이전으로 약간 돌아선 것 같다.

       하기야, 방식이 무슨 상관일까?

       천재는 어떤 말을 어떻게 하든, 천재스럽다.

       나는 천재가 참 좋다.

       수재나 노력하는 사람은 가끔 재수없을 때도 있다. 그들에게는 뭔

     가 독한 면이 있고, 사실 그 독한 면이 있어야 천재에 근접할 수 있

     으니까. 그래도 나는 그런 독한 면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천재는 그냥 좋다.  있는 그대로의 자연스러운 모습으로도

     그의 세상은 참 깔끔하고, 정돈되고, 산뜻하다.

       그래서 그런 천재의 시선을  통해서 세상을 바라보노라면  기분이

     마구마구 좋아진다.

       이것이 내가 풍종호를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다.

       풍종호 만세!!! 하하하.

      

       #

       흐음...풍종호 님은 혹시 이벤트 안 하시려나...

       지존록 '사인본' 꼭 받아보고 싶은뎅. ㅎㅎ


Comment ' 9

  • 작성자
    Lv.1 물망아
    작성일
    05.03.04 02:24
    No. 1

    가인님, 이 글 이벤트 당첨되시면

    가인님께,
    성원해 주심에 감사한 마음을 담아
    가인(이는 싸인입니다.)

    이렇게 스스로에게?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5 노레이션
    작성일
    05.03.04 02:27
    No. 2

    하하...설마요...음? 근데 가만 생각해보니까, 그것도 꽤 재미있겠네요?
    이중인격놀이 같은...^^;
    언젠가! 반드시! 풍종호 님을 직접 뵙고 '사인북 주세요!' 달려들 작정입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난쏘공
    작성일
    05.03.04 13:39
    No. 3

    장씨네 국수가게에서 빚받으러 왔나?

    여기서 뒤집어 졌었다는 가인님 글을 본 적이 언제였던가...

    에...
    위 사람은 미친소이벤트에 흠뻑빠져서 열심히 글을
    썼으므로 이에 표창함... 가인...

    감사합니다....가인...

    중간에 빼돌리는... 난쏘공... ^^;;


    예전처럼 글을 올리고는 싶은데...
    맺힌게 많아서 뒤틀리게 나올것 같아
    겁이나서 안 할랍니다....
    ....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1 무심거사
    작성일
    05.03.04 14:19
    No. 4

    참으로 맛깔스러운 풍종호님에 대한 글이었습니다. 그의 전체 작품을 아우르는 말의 성찬들 잘 먹겠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니하오
    작성일
    05.03.04 17:24
    No. 5

    돌대가리는 여기 있었습니당...흑흑흑
    거 머시냐....사막에서 해골 줍던 노인네랑 애비 복수외에는 세상연을 끊어버린 무심한 사내, 그리고 늙은 창기....
    그 쓸쓸함, 애닯음, 고독, 연민, 무정, 무심....
    아아아악!!! 제목이 생각 안나요~~~
    윽!!돌대가리, 돌대가리, 돌대가리, 박박 긁으며 자학중입니다.
    제목 좀 알켜주시와요~~

    가인님^^ 계속 안쓰시더라도 다시 한 번 올려주시면 안될까요?
    제발제발제발제발제발발발발.....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v.15 염환월
    작성일
    05.03.04 18:07
    No. 6

    남아일생은 책으로 나오면 꼭 읽어 보던지 해야 겠습니다~ ^^ 무정십삼월도 재밌게 봤고요,. 그리고 작가님도 천재스러우니 더욱 건필하시길 바랍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난쏘공
    작성일
    05.03.04 18:51
    No. 7

    니하오님...그거 검연행일걸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니하오
    작성일
    05.03.04 22:46
    No. 8

    아흐...마저마저^^ 검연행~
    난쏘공님! 감사합니당^^
    흐~ 연가의 후손, 그리고 해골줍던 노인네가 일권? 권왕? 권절?
    그립네요.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左手刀
    작성일
    05.04.01 11:20
    No. 9

    ::그는 한 마디로 충분한 말을, 절대로 두 번 하는 법이 없다.
    ::아주 능글맞기도 해서, 중요한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툭툭 뱉어내는 방식으로 보는 이를 멀쩡한 바보로 만든다.

    이게 바로 풍종호님 작품의 진정한 매력이 아닐까요? 사소한 낭비조차 없는 글.

    찬성: 0 | 반대: 0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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