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장영훈
작품명 : 보표무적, 일도양단
출판사 : 청어람, 미출간
이번에는 제가 좋아하기 힘들 글 얘기로 시작해 볼까합니다.
저는 구성상의 오류가 있는 글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극단적으로 앞 뒤가 맞지 않는 글은 참으로 읽기가 힘들지요.
그리고 또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인물이 나오는 글도 정이 안 갑니다.
동의할 수도 용인할 수도 없는 인물이라 하더라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어야지요.
아무리 노력해도 추호도 이해할 수 없는 그런 인물이 등장하는 글, 마음이 안 갑니다.
그리고 비문이 난무하는 글 역시 읽고 싶지 않습니다.
오타, 그럴 수 있습니다.
가끔 사람이름이나 단체명이 바뀔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전혀 다듬어지지 않아 제대로 말이 되지 않는 문장들의 연속이라면...
절래절래입니다.
마지막으로 극히 개인적인 사정입니다만,
유혈이 낭자한 글, 적나라한 묘사로 시산혈해가 이루어지는 글은 읽어내기가 참 힘이 든다는...
앞서 제가 좋아하는 글에 대한 이야기 기억하시나요?
장영훈님의 글은 그 중 첫번 째 조건에 잘 부합하는 글이랍니다.
이야기 구조가 잘 짜여진 글이지요.
물론 구성이 빼어난 글을 쓰시는 작가분들이 상당히 많으시지요.(감사할 일이랍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별히 장영훈님을 좋아함은
장영훈님의 글에는 제가 싫어하는 요소가 전혀 없기 때문이랍니다.
그래서 아무런 근심, 걱정, 부담 없이 기쁜 마음으로 읽을 수 있지요.
한마디로 제가 원하는 전개, 원하는 인물들이랄까요?
글 속 세상이 제 바람대로 되어 되어 가는 것에 한없는 기쁨을 느낄 수 있다는...
잘 짜여진 이야기 구조와 마음에 드는 여러 인물들.
그리고 제가 조금이라도 정을 준 사람은 죽지를 않습니다.
위태한 순간에도 어떻게든 위기를 넘어갑니다.(물론 개연성 있는 방법으로...)
그러니 안타까운 죽음에 마음 아플 일이 없지요.
제가 마음에 두지 않은 사람들은 더러 죽기도 합니다만
그 죽음을 길고 사실적으로 전하지 않음도 참으로 좋습니다.
그리고 인물들을 그려 나가시는 방법도 참으로 좋습니다.
인물과의 거리를 잘 지켜주시지요.
덕분에 어느 한 인물의 감정에 치우지지 않고 여러 사람을 볼 수 있다는...
보표무적에 나오는 사람들 참 좋아합니다.
국수파는 아낙(현무단주의 처였지요.)이 참 마음에 들었습니다.
속 마음을 직접적으로 털어 놓는 일이 없지만, 어떤 마음인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지요.
복대도 참 좋았습니다.
어떤 면에선 저와 참 닮았달까요?
후에 남궁소천의 처가 되는 여인의 보표, 비영 또한 참으로 마음에 들었습니다.
천재일우의 기회가 왔으나 마음둘 곳 없는 일곱 살 여아의 곁을 지키기 위해 남는 그이의 선량함이, 부족한 힘에 죽음에 이르러 그 기회를 떠올리는 그의 인간다움도.
우이가 심마에 들 때마다 만나게 되는 사부님은 제 이상형이랄까요?
강함에도 불구하고 그 강함을 언제나 회의하던 약한 우의도 참으로 사랑스러운 사람이었습니다.
순수함 가득하던 담린, 부왕 이 노인과 귀견수, 영춘아저씨, 정이 가지 않는 인물이 없습니다.
참으로 좋은 사람들이었습니다.
자세히 들여다 보면 아픔이, 슬픔이, 열등감이, 유약함이 보이는 인간적인 결점의 소유자들 그럼에도 정말 좋은 사람들이라고 생각케 하는 사람들.
저는 보표무적의 사람들이 참 좋습니다.
그 많은 사람들을 글의 큰 줄기를 해치지도 않고 난잡하지도 않게 그려내는 것이 장영훈님의 필력이지 싶습니다.
지금 써 나가시는 일도양단도 무척이나 재미있게 보고 있습니다.
역시 매끄러운 전개와 좋은 사람들.
장영훈님이 쓰시는 글의 공통점인 듯 합니다.
많은 좋은 사람들이 큰 가족을 이룹니다.
특히 중심이 되는 단체(현무단과 질풍 6조)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그 주축이 되는 이(우이와 기풍한)는 강한 무공을 소유하고 있느나,
여러 다른 사람들이 글의 진행에 큰 몫을 담당합니다.
중심인물과 반발하는 듯 함께하는 개성적인 인물(귀견수와 단화경)이 있습니다.
그리고 잘 계획된 음모가 있습니다.
아직 두 작품만으로 말하기는 성급하지만 혹여 이것이 작가님의 틀이 될까 걱정하는 마음도 있습니다.
허나 일도양단은 보표무적보다 더 잘 쓰여진 글인 듯합니다.
보다 역동적이고, 박진감있다고 할까요.
이야기를 끌어나가는 솜씨도 더 느셨지요.
마치 낚시의 고수처럼 먹음직스러운 미끼로 바늘을 턱 물려 놓고는
당겼다, 풀었다, 낚시줄을 끊어낼 수 없도록 조종하십니다.
때로 덜컥 숨을 멈추게도, 휴우 큰숨을 뱉어내게도 만드십니다.
이렇듯 새로이 공급되는 시원한 물이 있기에 틀 안에서라도 고인 물이 되어 탁해지지는 않으리라 확신합니다.
솔직히는 편안하고 안전하게 글을 즐길 수 있도록 해 주는 그 틀이 무척이나 마음에 들기에
큰 틀안에 새로운 물을 계속 계속 채워 바다같은 호수가 되어주기를 바랍니다.
때로 파도같이 큰 물결도 일지만 끝내는 안전하게 귀환할 수 있는...
저는 지금
일도양단의 사람들,
아직 보표무적의 가족들만큼 정이 가지는 않지만,
아픈 사연 한자락씩은 마음에 묻고 있는,
참으로 알아가고 싶은 또 하나의 큰 가족과 함께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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