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문학계에 또 하나의 볼만한 작가가 출현했다.
그 이름은 '조재원'
제 1회 북박스 장르문학상과 황금드래곤 문학상을 수상한 '블로우'를 집필한 작가이다.
북박스가 장르문학상이라는 것을 만든 데에는 아마도 청어람의 후원을 받은 고무림의 장르문학상이 촉매제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고소와 함께 이 책을 꺼내서 잠시 읽어보았다. 가장 먼저 든 생각은 현재의 상업적인 코드와는 다소 어긋나는 면이 있다는 것이다. 현재의 상업적인 코드는 '가벼움, 즐거움'이라고 요약 할 수 있다. 하지만 블로우라는 책을 먼저 읽어본다면 '무거움, 음울함'이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주인공은 '반 모 본'이라는 인물이다. 정확히 명시되지는 않았지만 내용을 추측컨대 지금 우리가 생활하는 현세의 군인쯤 되는 인물로 보인다. 모 본이라는 이름과 소설중 별명인 'Hit Dog'이라는 별명을 볼 때 아마 저 메이저리그의 명타자 모 본을 염두에 두고 창조한 캐릭터인 듯 하다. 아마도 팬쯤 되시려나..
어쨌든 이 인물이 중세쯤 되는 배경의 시대에 떨어진다. 시시한 차원 이동물들과 궤를 달리하는 것은 위에서 언뜻 썼듯이 주인공이 차원을 어떻게 왜 이동했는지에 대해서 언급이 없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주인공의 이야기를 따라가면 그가 차원을 이동했음을 알고 그 이유를 찾아가는 것은 소설을 읽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 될 것이다.
또 여타 차원이동물들과 궤를 달리하는 것은 그는 자신이 원하지 않아서 차원을 이동했음에도 목표가 명확하다는 것이다. 그의 목표는 '죽음의 책' 그의 시대에 마물들을 출현시켜서 그를 참혹한 전장에 몰아넣었고 그가 떨어진 시대에도 같은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그는 판단한다. 또한 그 책이 자신을 원래 세계로 돌려줄 무엇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차원을 이동했음에도 명확한 목표를 가지고 활동하게 된다.
자 스포일러는 이쯤하자. 어쨌든 이 소설은 무엇을 찾아가는 내용을 다루고 있다. 이것은 명확한 목표를 가진 것이고 쓸데없이 다른 차원에 떨어져서 여자나 꿰차면서 다니던 주인공에 식상하였던 독자들이라면 이것만으로도 어느 정도의 매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북박스는 이 소설의 표지에 '공포소설'이라는 홍보문구를 달았다. 분명 이 소설에는 공포가 있다. 그러나 모두 생각하는 '소설을 읽음으로서 독자가 느끼는 공포'는 아니다. 아마도 이것은 그 소설 속의 세계에서 벌어지는 '인간들의 공포'정도로 요약 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북박스에 대한 다시 한번의 고소를 자아내게 하지만 어쨌든 이 소설에서 공포는 주요한 테마임은 틀림없다.
이 소설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은 평화롭던 세상에 갑자기 마물이 쏟아진 것이다. 그러나 주인공이 날아다니고 천재적인 머리를 사용하며 마물을 퇴치해서 영웅이 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마물들은 세계로 쏟아져서 인간들을 죽이고 학살한다. 작가는 이 것을 너무나 리얼하게 그려냈다. 마물들에게 학살당하는 인간들의 공포, 두려움 그 학살을 너무나 세밀하고 생생하고 그려낸 묘사들..마물에 의해서 머리가 부수어지고 다리가 찢기는 장면을 우리 눈앞에 있는 것과 같이 써냈다.
공포는 그것만이 아니다 단순히 물리적인 공포를 넘어서 마물에 대한 심리적인 공포..그리고 그 공포에 맞서는 인간 속에서의 이기심과 분열,혼돈 소설은 그야말로 잔혹하고 잔인하며 더러운 것은 모두 그려낸다. 특히 사람을 죽이면 그 사람의 형상으로 변해서 그 사람의 기억과 성격을 모두 똑같이 흉내내는 '씽'이라는 마물은 단순한 캐릭터 이상을 넘어서 인간의 심성에 대한 비판도 함께 하는 듯 하다. 어느 날 알고 보니 마을의 모든 주민들이 자신만 빼놓고 '씽'이었다 정도의 스토리는 내가 이 글로 전달하는 것 이상으로 독자들에게 상당한 충격을 안겨줄 것이다.
나는 분명 '황금드래곤 문학상'을 수상할만한 대단한 수작이라는 것을 인정했다. 하지만 과연 상업적인 성공이 뒤따를지는 다소 의문이다. 이런 잔혹,잔인하고 음울한데다 인간의 추악한 본성을 끄집어내는 듯한 스토리는 아마도 대중적인 취향과는 너무나 동떨어져 있을 것이라 생각되기 때문이다.
그럼 어떠리 그래도 이 수작을 좋아할 팬들은 적지 않을 것이다. 지금 누군가도 나처럼 완결이 되지 않고서 1-2권만 구입한 것에 대해서 좌절하고 있을지도..
Comment '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