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늦게서야 마치고 집에 돌아온 새벽 2시, 너무 너무 피곤해서 그냥 침대에 누워뻗어버리려다가 어제 빌려놓은 문재천님의 '환검미인'이 생각나서 1권을 집어들고 책상앞에 앉았습니다. 1권 앞부분 조금만 읽다가 너무 졸리게 되면 바로 자버릴 생각이었죠.
헌데 그렇게 새벽 2시 넘어 시작한 '환검미인'읽기는 아침 7시가 되어서야 끝나버렸습니다. 도저히 손에서 책을 놓을 수가 없더군요. 너무 너무 피곤하고 졸린 상황에서도 뜨거운 커피를 두번이나 타먹으면서, 방이 좀 추워서 난로까지 켜놓으면서,정신을 집중하며 읽고 싶어서 화장실에 가서 찬물로 세수를 해가면서 까지...3권까지 쭈욱 읽어버렸습니다.
뭐랄까..그렇게 끝까지 다 읽고 해 뜬 아침 7시..1시간 반뒤면 회사에 출근해야 하는데 이 작품이 주었던 재미와,그 특유의 환상적이면서도 몽롱한 느낌과..그리고 결말에서 남는 아쉬움과..밀려드는 피곤 또 피곤-_-에..그저 멍..하게 몇분동안이나 의자에 앉아있었던 거 같습니다.
그 상태로 회사에 가서 비몽사몽간에 일을 하고, 집에 와서 바로 뻗어버린 뒤 그 담날,바로 오늘 다시금 1권부터 3권까지를 정독하면서 읽었지요.그리고 느껴지는 지금의 느낌은..
솔직히 맨 먼저 드는 생각은.. 아쉽다..입니다.
문재천님의 작품중 유혼과 호접락어수상 두 작품을 꽤 신선하고 재미있게 읽었던 저지만, 그렇게 쉽게 몰입해서 보기는 조금 힘들었었기 때문에 이번 환검미인도 조금은 지루한,그런 느낌이 있지나 않을까 하며 1권을 펼쳐보았던 것인데, 정말 예상과는 다르게 쉽게 쉽게 몰입하면서 읽어나갔습니다. 뭐랄까..전작들에 비해 굉장히 쉽게 쉽게 읽히는 느낌이랄까요, 더 흥미있고 속도감있게..
그래서 그렇게 읽어나가면서 저도 모르게 정말 굉장한 기대를 했습니다. 아, 정말 대단한 작품 하나 나왔구나, 과연 어떤 식으로 사건이 전개되고, 진행되어서, 어떻게 결말이 날 것인지..
그런데 정말 아쉽다..라는 느낌이 드는 결말이었고, 전체적으로 퍼즐의 한 두군데가 빠진 듯한 느낌이 드는 후반부였던 거 같습니다. 오늘 작정하고 정독한 지금은 그런 느낌이 더 뚜렷해졌습니다. 풀어져야할 퍼즐중에 빠진 부분이 너무 많은 거 같은 느낌, 대답되지 않은 의문이 너무도 많은 듯한 느낌..
그래서 아쉽습니다. 너무도 재미있게,몰입하면서 읽었기에, 또 작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것이 너무도 궁금했기에, 과거와 현재, 현실과 환상 등등 오가는 듯한 이 얘기가 어떻게 짜맞춰돌아갈지 참 궁금했고 기대되었기에, 조금 미진한 후반부와 결말이 아쉽습니다.
두번째로, 문재천이라는 이 작가분의 역량이 참 대단하다는 걸 느꼈습니다.
혹시나 환검미인 다음에 또 다른 작품을 내신 적이 있는지 정말 알고 싶습니다.
왠지 모르게 풍종호님 글의 느낌도 느낄 수 있었던 것 같고, 그 독특한,어쩜 환상적이라고 부를 수 있을,그런 분위기를 만들어나가시는 데 있어서는 대단한 능력을 가지고 계시다고도 생각됩니다.
아참, 왜 제목을 저리 했는지..냐면..
읽어보셔야만 압니다.^^
천하제일검 위지혁이 얻었던 각의령이라는 비술, 정말 그런 비술이 존재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한다는..^^;
(사실은 얼마전에 어떤 분이 쓰신 환검미인에 대한 감상글의 제목이 '여자가 되고 싶어요'였어서..저도 따라하기좀..^^; )
혹시 아직 안 읽어보셨다면, 물론 취향의 차이야 있겠지마는, 문재천님의 전작에 비해 그리 큰 부담없이 읽으실 수 있는 작품이 아닐까 생각합니다.저 같은 경우에는 끝에가서 아쉬움이 조금 남았지만, 정말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던 작품이구요.
아직 환검미인을 반납하지 않은 기념으로..^^;;
글 중에서 가장 맘에 들었던 로맨스, 선우비와 주방율간의 사이에서 선우비의 독백 한마디만 하나 발췌해볼까 합니다. ( 내일 당장 대여점에 가서 책방 아주머니께 환검미인 소장용으로 한질 더 구해달라고 부탁드릴 예정입니다만,^^)
" 길을 가다 채이는 돌멩이보다 더 평범한 그가 가상하고 기특하게만 보여. 그를 괜찮은 사내로 생각하는 내가 우스워죽겠어. 수많은 세월이 흐르면서 내 눈이 비뚤어졌던 것일까. 뭐, 그래도 상관없어. 그는 적어도 나를 웃게 만드니깐. 웃을 수 있다는 게 이렇게 좋다는 걸 왜 지금까지 몰랐었지? 내가 마지막으로 웃었던 것이 언제였나..... 그래, 기억할 수 없을 정도로 까마득한 옛날인 것 같아."
나중에 선우비의 정체를 알게 되고, 책에서 그를 묘사하는 이름이 세개나 된다는 것을 알게되고 적지 않이 놀랬습니다만, 참 신선하고 재미있는 설정이었던 거 같습니다. 솔직히 주인공인 시원의 흐릿한..자아와는 잘 감정이입이 되지 않아서..가장 맘에 들었던 인물...
참고로 그 선우비의 연인이 되는 주방율이라는 작자는 정말 '길을 가다 채이는 돌멩이보다 더 평범한' 넘이라는 ..^^;;
오늘도 환검미인을 다시 읽고, 풍종호님의 호접몽과 일대마도까지 복습(?)하고 나서야 지금 잠자리에 들려하는데, 너무 피곤하고 피곤하지만, 감히 환검미인을 읽은 감상 한 번 올려보고 싶어서, 이렇게 글을 올려봅니다.
피곤해서 비몽사몽간에 써서 횡설수설되버린 글일지도 모르지만,
결론은, 추천입니다.^^; 환검미인, 강력히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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