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히 청룡장 시리즈는 새로운 무협을 선보였다.
기존의 무협이 주인공 한 사람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이끌어 나갔다면, 청룡장 시리즈에서는 다양한 인물들을 등장시킴으로써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고 있다. 청룡장 시리즈는 마치 삼국지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그런데 청룡장의 약점으로 지적되어야 할 게 있다고 생각한다. 아마 삼국지와 같은 서술을 염두에 두고 강호의 여러 세력 간의 항쟁을 큰 뼈대로, 그 속을 살아가는 군상들의 그리려 했겠지만, 한 가지 간과한 것이 있다.
삼국지가 3국의 수령들, 즉 조조, 유비, 손씨 일가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했기 때문에, 삼국지에 나오는 수 많은 인물들의 승패와 영욕이 모두 위 3인 속에 통합될 수 있었다.
그렇지만, 청룡장은 세력간의 다툼을 뼈대로 했음에도 불구하고, 세력의 수장이 아니라 주변인물을 주인공으로 세우는 우를 범했다. 그렇기 때문에, 다양한 인물들이 벌이는 이야기들이, 구심점을 잃게 되었다.
삼국지에서는 주변인물인 조자룡의 승패가 주인공인 유비의 승패와 연결될 수 있었지만, 청룡맹에서의 강위의 승패는 주인공인 소천의 승패와 연결될 수 없다. 소천이 주인공이 아니라고 반론할 수도 있다. 소천 역시 주변인물에 불과하거나, 청룡장 시리즈의 모든 인물이 주인공이라고 반론할 수 있다. 이런 반론들 모두 이야기의 중심을 만드는 데 기여하지 못함은 설명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즉 삼국지는 다양하게 펼치고 그것을 하나로 묶어들이는, 전개와 통합이 가능한 구조를 취했던데 비해서, 청룡장은 전개는 나름대로 했을지 모르지만, 통합에 있어서 곤란한 구조를 취하고 있는 것이다.
하이텔 게시판에서 어느 분이 청룡장 시리즈에 대해서 산만하다고 지적하시던데, (그 글의 내용은 읽어 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그 산만함은 위와 같은 이유에서 비롯되었다고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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