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요, 글이 초반에 재미가 없더라도, 작가에 대한 믿음같은게 있었어요. 아직 밑밥작업이니 좀 지루하지만 좀 있으면 재밌어지겠지, 이런 마음가짐으로 읽을 수 있었거든요.
근데 이제는 문피아 골베글을 봐도 그럴 마음이 전혀 안들어요. 왠지, 너무나 뻔하게 느껴져서 도대체 다음 글을 읽고 싶은 마음이 안들어요.
왜 그런가 생각을 해봤는데, 작가에 대한 믿음이랄까, 존경심 같은게 예전에는 있었거든요. 글을 쓴다는 건 단순히 쓰고 싶다고 써지는게 아니라 뭔가 재능과 노력이 필요한거잖아요.
그래서 작가가 어떤 방식으로 날 놀래켜줄까 하는 두근거림 같은게 있었어요.
내가 알지 못한 것을 알고 겪지 못한 것을 겪은 사람이 나한테 없는 재능으로 뭔가 예술작품을 만들어내는 것을 감상한다는 그런 두근거림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이제는 그런 두근거림보다는, 앞 내용이 뻔하네 하는 냉소적인 생각만 들고 있어서 도저히 글을 2-3화 이상 읽을 수가 없어요..
또 예전 잘쓴 글들을 읽는다는 건, 단순한 재미를 넘어서 뭔가 나에게 보탬이 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게 했거든요..뭐 나 사는데 아무 도움이 안될지도 모르지만 혹시 나중에 내가 글을 쓰게 되면 이 글을 읽은게 도움이 될꺼야, 라는 생각정도는 최소한 들게해줬던 글들이 있었어요.. 그런데 이제는 시간낭비만 하고 있다는 죄책감이 강하게 들어요..
한마디로 기본적인 작가에 대한 존경심이 사라져버렸어요. 언젠가 부턴가 이 판에는, 작가는 사라지고 그 작가가 남긴 작품들에 대한 동인작품만 우굴거리는 아마츄어 시장이 돼버린거 같아요. 뭔가 만드는 사람은 없고, 복사하는 사람들만 우굴거리는 거 같아요...
문피아에 와서도 글은 안읽고 감상란과 비평란만 돌며 혹시 뜨는 작품이 있는지 체크하고, 정담에서 눈팅만하고 가고 있는 제 모습이 한심스럽고, 제 젊은 날에 너무나 큰 영향을 줬던 장르시장이 이렇게 몰락하는구나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서 몇글자 끄적여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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