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 소설이 성장하지 못하는 이유가 불법 카피와 대여점 때문이라고 많이들 말씀하십니다.
불법 카피는 당연히 근절해야 하지만, 음... 생각해보면 전국에 대여점이 1만개 정도 있다고 하면 장르 소설의 최소 판매 부수가 1만 부 정도 되는것 아닌가요? 대여점은 새로운 장르 소설이 나오면 일차적으로 구입하는 장소이니까요. 물론 잘 안나가면 바로 리콜이겠지만...
그리고 서점에서 장르 소설을 사서 보자고 하지만, 솔직히 그건 어렵죠. 책 한권에 팔천원에서 만원정도 하는데, 아주 재미들린 사람이 아닌 이상은 누가 그런 돈을 들여서 사보겠습니까? 솔직히 말해서 저는 안그럽니다. 대여점이 있을 때에는 자주 빌려봤지만, 사서보라고 하면 못하죠. 게다가 장르 소설의 개수 자체도 대여점이 훨씬 더 많구요. 서점에서 보면 장르소설이 있는 장소는 구석진 곳에 몇 권. 그것도 해외의 유명한 소설들밖에 없어서 우리나라의 신인 작가가 쓴 소설은 아예 안보이더군요.
그리고 대부분 장르소설에 입문한 계기가 대여점 아닙니까? 뭐 물론 인터넷에서 입문하신 분들도 많겠지만은, 정작 처음부터 서점에서 장르소설을 구입하신 분은 적을거라 생각합니다. 슬픈 일이지만, 장르 소설은 결국 심심풀이잖아요? 예술이니, 작품이니 하는 말을 덧붙여도 결국 심심할 때 읽는 소설입니다. 검술은 정신을 갈고닦느니 뭐니 하더라도 본질은 사람을 죽이기 위한 것인것처럼요. 한 번 읽고 안읽을, 나중에 생각나면 가끔씩 읽을거리인데 큰 돈 내기는 좀 어렵죠. 장르소설읽는 사람들중에 많은 사람이 학생이잖아요?
그리고 대여점이 많으면 소설을 사는 사람이 줄어든다고 하는데, 저는 아니라고 봅니다.
장르 소설같은것은 살 사람'은' 사는게 아니라 살 사람'만' 사잖아요? 서재를 장식하는데에는 어려운 책이 제격이고, 장르 소설이 서재에 수두룩하게 있으면 오히려 보여주는데에는 별로잖아요? 학술서는 연구나 대학 과제에 필요하니까 사고, 문학 작품은 읽는것도 있지만 보여주는 데에도 좋으니까 사고, 문제집은 학생이니까 산다지만 장르 소설은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잖아요.
서재에 태백이나 실락원이 꽂혀있으면 "오, 문학 작품을 읽는군요!"할 수는 있지만 데모닉이나 대마법사같은 책이 꽂혀있으면 많은 사람들은 "이런거나 읽냐?" 라고 하잖아요. 저한테도 그러고 말이죠. 심지어 저는 돈을 무척 아껴쓰는데 장르소설 몇 권 샀더니 '쓸데없는 곳에 돈을 헤프게 쓰는 낭비가 무척 심한 놈'으로 전락해버렸구요.
대여점이 있으면 대여점 갯수만큼 최소 판매가 보장되고, 신인이 작품을 냈을 때에도 대여점의 '신간'란에 놓여지기에 이건 무슨 소설일까... 하고 읽는 사람이 생기고. 솔직히 신인 작가의 책은 사기가 꺼려지지 않나요? 사람들 대부분은 아는 작가의 책만 사잖아요.
대여점이 없으면 오히려 신인 작가들은 말라죽는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장르 소설에 진입 장벽이 높아져서 살 사람이 더욱 줄어든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대여점이 많아지면 신인 작가들이 자신의 소설을 알이기 쉬워지고, 장르 소설의 매력에 빠지는 사람이 많아져서 '살 사람'이 많아진다고 생각합니다.
솔직히 사는 사람들은 대여점이 있든 없든 사잖아요? 오, 이 작품은 마음에 드는군. 소장해놔야겠어. 하면서요. 하지만 다른 사람, 그러니까 저같은 사람들은? 대여점이 있으면 옳다구나 하고 보는데, 대여점이 없고 사서 봐야한다면? 그냥 안보죠.
그리고 대여점때문에 작품의 질이 떨어진다고 하는것도 공감하기 힘듭니다. 대여점이 없어지면 아는 작가, 유명한 작가들이 아니면 책을 팔기 힘들어서 신인 작가들은 이름을 날리기 힘들어지고, 전업 작가는 더더욱 힘들어지겠죠. 그러면 생활이 달린게 아니라 그냥 취미생활로 쓰는 사람들이 많아지겠죠? 그러면 개연성, 문장력 상관없이 그냥 다 때려부수는 소설들이 많아지겠죠. 그러면 그런것만 읽는 독자들밖에 없어지고, 장르 소설! 하면 다른 문학같이 척 들어도 "음, 수준이 높군!" 하는게 아니라 '그냥 어린애가 읽는 소설'로 전락하겠죠. 이미 그렇게 받아들여지지만요.
대여점이 많다면, 신인 작가들도 어느정도 이름을 날릴 길이 생기고, 그러면 그냥 취미가 아니라 생활이 달렸기에 작품을 만들겠어! 라면서 전력으로 창작하시는 작가분들이 많이 나오실테고, 그러면 신인 작가의 책을 사는것도 그리 부담되지는 않겠죠. 진입 장벽이 낮아져서 독자가 많아지고, 독자가 많아지면 사는 사람도 늘어난다고 생각해요.
솔직히 예술은 힘들고 배고프다지만 아무리 배고파서 굶어서 죽으면 안되잖아요? 한 달도 아니고 몇 달 동안 힘들게 써서 100만원 받을바에야 차라리 때려치고 알바나 뛰는게 낫죠.
뭐, 이러이러한 이유로 저는 대여점이 없어지면 오히려 힘들어진다고 생각합니다. 틀렸을 수도 있죠. 하지만 화는 내지 말아주세요. 어린애들이 잠자리의 날개를 뜯지만, 무작정 화내면서 제지하면 안되잖아요? 아닌 이유를 차근차근 설명해서 무지몽매한 우민을 계몽해주세요.
일부러 이러는게 아니라 몰라서 이러는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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