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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정담

우리 모두 웃어봐요! 우리들의 이야기로.



타입문 인터뷰를 읽어봤는데...

작성자
Lv.29 스톤부르크
작성
12.07.18 16:16
조회
881

http://patpat.egloos.com/5655941

중딩 시절 월희를 접하고 최전성기의 달빠 대열에 합류했었던(...) 저입니다만, 나스 키노코 본인의 작품관에 대해 이정도로 길게 스스로 이야기 하는 글을 본 건 처음이네요.

다른 자료야 많긴 하겠지만, 언어의 벽이(...). 역시 오덕생활에 일본어는 기본 소양인 듯 한데, 10년 오덕질을 해도 공부 없이 기본소양을 얻지는 못하는군요.

하여간 인터넷 이곳저곳에서 보았던 나스 작품 평론이나 비평에서 숱하게 다뤄왔던 부분을 나스 자신이 이렇다 저렇다 말해주니까 상당히 시원해지는 감각입니다. 설정 이야기 할때도 이렇게 명쾌하게 말해주면 얼마나 좋을까

아래는 인상적인 부분 몇부분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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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스:사카우에 씨의 지적대로 세이버 루트와 린 루트라는 것은 이상을 그리는 루트에요. 이런 식으로 살고 싶다. 저렇게는 되고 싶지 않다. 그런 히어로가 되고픈 원망이 담겨있죠. 역시 게임인 이상 유저는 현실에선 할 수 없는 모험을 하고 싶을 테고, 거기엔 정면으로 대응하려고 했습니다. 다만 사쿠라 루트에선 이상을 맛볼 대로 맛본 유저가 현실로 돌아오는 식의 구조를 취하고 싶었거든요. 아무리 이상을 품더라도 세계라는 거대한 것은 너로선 구할 수 없다. 어디까지나 네가 할 수 있는 일은 단 한 명의 사람은 구하는 것 뿐이다. 라는 이야기를요. 지금까지 이상을 추구해온 에미야 시로란 인간의 흉내를 내고 있던 기계가 마지막에는 인간을 구함으로써 스스로도 인간이 될 수 있단 착지점을 지향하고 싶었던거죠.

사카우에:그건 아버지인 키리츠구로부터의 탈피임과 동시에 거짓된 바램으로부터의 탈피라 할 수 있겠군요.

나스:그렇죠. 반면 두 번째 루트에서 쓰고 싶었던 건, 설령 자기 자신이 가짜이더라도 바램 자체가 올바르다면 그 자체는 잘못이 아니다는 거였습니다. 한 편으로 세 번째 루트에선 꿈꾸는 시기를 지나 어른이 된 소년이 무엇을 지키는가, 무엇을 소중히 하는가 하는 이야기를 쓰고 싶었죠. 사람에 따라선 그것을 영웅이었던 남자가 단순한 인간으로 타락한 이야기라고 읽을지도 모르지요. 사쿠라 루트에서 마음 들뜨는 모험담을 원했던 유저도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거기선 역시 18금이고 어른이 즐기는 게임으로서 최후엔 한 단계 더 높은 오락을 보이고 싶단 마음이었죠. 두 가지 가치관을 제시해서 유저가 믿는 쪽을 소중히 해줬음 한다는 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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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들 페이트->UBW->헤븐즈 필을 소년기, 청년기, 성년기에 비유하곤 합니다만, 나스 개인으로서도 확실히 '성장'을 염두에 두고 집필한 것이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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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케우치:우로부치 씨는 그걸 굉장히 빠른 단계에서 말했지. 아메리칸 코믹스로 해버리면 되잖아, 하고.

나스:난 그 사람이 하는 소리를 잘 못 알아듣겠단 말이지. 그 남자는 큐베니까 (웃음) 역시 큐베를 이해하는 건 인간인 나에겐 난이도가 높은 일이었지만, 2008년 즈음해서 "당신이 하는 말에도 일리가 있어. 나도 마법소녀가 될게!" 하는 노선으로 나아갔습니다.

(중략)

타케우치:우리가 90년대 말에 게임을 만들기 시작하면서부터 시대의 뒷받침도 있어 운 좋게 지금의 위치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처음 만들어낸 월희라는 작품을 사랑해주신 유저가 지금은 실력 좋은 스태프로 참가해주어서 Fate를 만들 수도 있었습니다. 그런 뜻에서 TYPE-MOON이란 팀은 굉장히 행복한 환경이고, 그건 좀 더 이어질 거라 생각합니다. 다만 그것과는 별개로 세상 속은 엄청난 스피드로 변화해가고, 그것은 이야기 속의 세계도 예외가 아닐거라 생각합니다. 지금에야 애니메이션은 화제의 중심에 놓여있지만 2000년쯤에는 거의 화제가 되지 않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었습니다. 그때에 우리들은 비주얼 노벨 쪽으로 전개해서 잘 풀렸습니다. 하지만 장르의 세력이란 의미에서 상황은 역전되어 있습니다. 그걸 참작한 상태에서 우리는 게임에 집착하지 않고 이런저런 것에 도전하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애초에 당시 게임을 선택한 이유는 그게 가장 주목 받을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10년 지나 상황이 바뀐 지금에 와서 구애받고 싶지는 않다. 월희의 성공은 자신들에게 있어 보물과도 같기에 어드벤쳐 게임에 대한 애정을 잃을 생각은 없지만, 지금 애니메이션이 강세라면 나스에게도 그것에 도전해주었으면 하고도…

나스:싫어-(웃음)

타케우치:우로부치 씨를 쓰러뜨리는 거야!

나스:그런 피도 눈물도 없는 계약 우주인이랑은 못 싸우거든요! 스타쉽 트루퍼스 찍게 하지 마시죠!(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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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로부치=큐베설은 역시 공인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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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스:동방의 히트에서 가장 놀라운 점은 자신을 투영할 남자아이가 작품 내에 존재하지 않더라도 성립할 방법론이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더 이상 자신을 작품 내에 보내지 않고 저 귀엽게 만들어진 세계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OK인 거구나 하고.

타케우치:남성측이 자신도 귀여운 여자아이가 되고 싶다는 식으로 느끼기 시작했단 점도 있겠죠. 지금 미소녀 게임이 팔리지 않게 된 이유엔 단순히 남자아이들의 성욕이 줄어들었단 점도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나스:초식계는 고사하고 드디어 풀 그 자체가 되었단 소리가 나올 정도니까요 (웃음) 가정을 가진다 한들 나라에 미래가 없는데 뭐 어쩌란 말인가 하는 감각도 있을 것이고, 오락이 이상하리만치 늘어난 점도 있어서 이 나라에선 더이상 아내나 아이를 가지는 것만이 정답이 아니게 되어버렸습니다. 그런 감각이 2000년대에 들어서부터 이어지고 있는 이상 남존여비로 되돌리는 건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무라카미:오타쿠 문화가 봉건적인 구조에서 여성 상위의 세계로 슬라이드 했다고 치고, 그게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낼 거라곤 도저히 볼 수 없단 생각도 들지만요. 케이온은 전형적인 여성상위물입니다만 거기에 이야기는 없잖아요.

나스:아니, 그건 여성 상위라기보단 단순한 남성 부재라고 생각해야죠. 여자아이를 제일 소중히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남자를 애초부터 등장시키지 않는 거니까 적대 세력이 없는 농장을 구축했을 뿐입니다. 그런 의미에선 여성을 보다 마스코트화……경시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제작자 측이 아닌 시청자 측이. 제 작품으로 말할 것 같으면 저는 자주 "나스씨는 여성의 권리를 인정하고 있네요. 강한 여자아이가 활약하는 이야기를 쓰고 있으니까" 하는 소릴 들어서 스스로도 그런가 보다고 있었습니다만 최근엔 그게 아닐지도 모른단 생각을 합니다. 월희나 Fate나 전선에서 싸우는 건 알퀘이드나 세이버 같은 히로인이고 주인공은 후방에 있죠. 공의 경계에서도 전투는 히로인인 료우기 시키 담당이고 주인공인 코쿠토 미키야는 처치 곤란한 히로인을 먹여 살릴 뿐인 남자입니다. 이건 제법 심각한 남존여비 구도거든요. 폭력적인 강함과 마음의 강함이란 두 가지의 강함을 고려했을 때, 후자 쪽이 얻기 어려울 겁니다. 무기를 들면 누구나 강해지지만 멘탈의 강함은 무기만으론 얻을 수 없습니다. 나스 키노코의 작품은 전투면에서의 강함을 히로인에게 양도하고 남성 캐릭터는 마음의 강함을 상징합니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쳤을 때 내 안에도 고리타분한 부분이 있구나 싶었죠. 예를 들어 알퀘이트는 TYPE-MOON 월드 최강이라 불리지만 동시에 시키에게 헤롱헤롱이라 그가 하는 말이라면 져주는 측면도 있거든요. 그 시점에서 남성 쪽이 우위가 되는 겁니다. 정말로 평등한 관계로 가려거든 알퀘이드는 가지고 있는 파괴력을 몽땅 긁어모아서 시키를 골로 보내버리면 되는거거든요. "이 양다리 새끼가!" 하는 느낌으로다가 (웃음)

사카우에:알퀘이드는 양면성이 강렬한 히로인이에요. 평소 시키와 이야기하고 있을 땐 바보 여자란 소릴 들을 만큼 유아성이나 순수함을 보이는데 화제가 진조의 기원이나 적의 정체 같은 데로 굴러가면 갑자기 진조의 공주님다운 시리어스 모드로 이행하거든요.

나스:뚜렷한 강함을 지닌 히로인이 그에 걸맞은 정신 스펙을 지녔으면 한 거죠. 린도 세이버도 알퀘이드도 단순히 머리 나쁜 히로인이 아니거든요. 단지 멘탈이 강할 뿐인 주인공이 그런 완벽한 히로인에게 무언가를 일깨운다는 행위 자체가 현실 사회에선 남성 쪽이 이긴다는 구도의 메타포로 보이기도 합니다. 평등한 세계를 지향한다면 케이온처럼 남성을 지우는 것도 히로인이 반했다는 약점을 일방적으로 내세우는 것도 아닌 대등한 관계를 생각해야지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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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오타쿠 컬쳐에서 '미소녀'의 위치에 대하여 꽤나 핵심을 건드리는 언급. 나스는 이쪽 업계 사람이면서도 이 쪽 업계의 '모순'을 자각하고 있는 듯 합니다.


Comment ' 5

  • 작성자
    Personacon 묘로링
    작성일
    12.07.18 16:21
    No. 1

    뭐지..... 난 타입문을 모르는데 모든 내용을 다 이해하고 있어!!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5 거울의길
    작성일
    12.07.18 16:30
    No. 2

    이거.. 번역해줄 사람..?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일
    12.07.18 16:32
    No. 3

    아무것도 모르겠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묘로링
    작성일
    12.07.18 16:51
    No. 4

    배경지식은 월희, 페이트, 마법소녀 큐베, 케이온을 알 고 있다면 어느정도 이해가 될 거 같네요. 제가 본건 페이트 제로 소설판, 케이온이군요.
    첫 내용은 게임이라는 매체적 특성, 두번째는 주제에 대한 의도성, 그리고 큐베의 악랄함을 이야기하고 있어요.
    두번째는 일본의 게임과 애니메이션 시장 형성에 있어서, 기형적 구조의 문제를 지적하고있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솔리온
    작성일
    12.07.18 20:51
    No. 5

    쩝... 모르겠는게 없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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