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시골이나 바닷가, 또는 깊은 산중에 은둔해 살기를 바란다.
당신 역시 이런 욕망을 갖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것은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에게만 필요한 것일 뿐, 철학을 실천하는 사람에게는 부질없는 짓이다.
왜냐하면 그는 자신이 원하기만 하면 언제든 그 자신 속으로 은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세상에 자기 자신의 영혼 속보다 더 조용하고 평온한 은신처는 없다.
특히 정신적인 여유를 갖고 있는 사람은, 조금만 노력하면 즉시 마음의 평온을 유지할 수 있다.
마음의 평온이란 잘 정리된 정신과 같다. 마음속으로의 은둔을 자주 활용하여 스스로를 쇄신시켜라.
또한 삶의 원칙들은 지극히 간결하면서도 모든 기본적인 것들을 포괄하는 것이어야 한다.
그렇게 되면 그 원칙들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영혼은 즉시 정화될 것이며,
아무런 불평불만 없이 스스로 돌아가야 할 곳으로 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당신의 불만은 대체 무엇인가? 인간들의 사악함인가?
그렇다면 이성을 지닌 모든 동물은 서로 돕기 위해 창조되었다는 원리를 상기하라.
인간은 고의적으로는 악행을 범하지 않으며, 서로 참는 것이 곧 정의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품었던 적개심, 증오, 의심, 원한, 갈등 등을 상기해 보라.
그런 것들을 품었던 인간은 이미 먼지나 재와 더불어 사라져 버리고 없지 않은가!
우주로부터 할당된 당신의 위치가 너무 작아서 불만인가? 그렇다면 지고지순한 섭리가 아니면
단 한 개의 원자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명제를 다시 한 번 상기하라. 그리고 더 이상 불평하지 말고 침묵하라.
질병이 당신을 괴롭히는가? 그렇다면 이성이 육체와 분리되어 그 스스로의 힘을 인식하고,
육체의 호흡이 순조롭든 거칠든 아무런 관계가 없음을 상기하라.
즉, 고통과 쾌락에 대해서는 그동안 당신이 배우고 받아들인 모든 것을 떠올리면서 괴로워하지 말고 침묵하라.
명성이란 괴물이 당신을 괴롭히는가? 그렇다면 보라, 세상의 모든 사물은 얼마나 빨리 잊혀지는가!
그리고 현재의 앞뒤로 펼쳐진 영원이란 심연을 상기하라.
갈채의 메아리는 얼마나 공허하고, 열광하는 자달은 또 얼마나 무분별하고 변덕스러우며,
그 찬사가 미치는 공간은 얼마나 협소한가?
이 세계는 단지 하나의 점에 불과하며 우리가 사는 곳은 그 점 안의 미세한 한 귀퉁이에 지나지 않는다.
그 안에 당신을 찬양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으며, 그들은 또 얼마나 보잘것없는 존재들인가?
무엇보다도 당신의 마음을 불안, 긴장, 부담으로 혼미케 하지 말고, 편협하게 하지 말며,
다만 한 인간으로서, 언젠가는 죽어야 할 숙명을 지닌 피조물로서 인생을 관조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후 항상 명심해야 할 다음의 두 가지 진리를 생각하라.
첫째, 외적인 존재인 주위의 사물은 우리의 영혼에까지는 이르지 못하는 것이므로,
우리 마음의 동요는 오로지 내면의 관념에 의해 생겨난다.
둘째, 지금 당신이 바로보는 눈앞의 모든 사물은 순식간에 변하는 것으로, 곧 사라져 버릴 것이다.
또한 당신도 그 수많은 변화의 한 부분을 차지한다는 것을 기억하라
<마르쿠스 아우렐레우스-명상록中(인디북 유동범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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