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은 아니고 그냥 다른 분들 생각은 어떤가 해서 질문을 던집니다. 아주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고 예컨데 파이어볼=화염구=불덩이 같은 번역의 문제와 비슷하기도 한데요. 저는 되도록 순수한 한글을 지향하는 편입니다. 그도 아니면 한자, 그도 아니면 영자, 그도 아니면 새로운 단어를 창조하는 순으로 가야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우리가 파이어볼이 뭔가 더 그럴듯하고 익숙하게 다가오는건 며칠 전 이야기했던 외래어에서 오는 호감이라던가, 어렸을 때 만화나 게임에서 봤던 익숙함 같은 것 때문이죠. 그냥 단순하게 말하자면 제 생각은 한글을 사랑해야하니까 한글을 지향해야한다기보단 대체가능한 단어가 충분하다면 그냥 대체가능한 언어로 쓰는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미가 프렌드를 만나러 서울에 갔는데 피플이 너무 많더라’ 익숙함의 차이일 뿐이지 이런 식의 문장과 마찬가지 아닌가요? 아.. 근데 이 이야길 하고자 하는 건 아니고요.
가끔 보면 판타지에서 나오는 무협식 설명에 진저리 치시는 분들이 있더라고요. 물론 중국역사를 어원으로 하는 사면초가 같은 단어를 쓰면 안된다는 당연한 이야기를 하는건 아니고요.. 예컨데 무협에서 ‘개창망월의 초식을 피하기 위해 백스텝을 밟은 뒤 점프하여 상대를 공격하였다’ 라고 쓰면 확깨지 않습니까? 주인공이 현대의 인물이고 무협으로 갔거나, 혹은 현대 판타지가 아니라면 보통 이런 식의 묘사는 안 쓰지요. 그렇다면 반대의 경우는 어떨까요? ‘소드마스터가 검에 맺힌 오러로 나를 쪼갤듯이 휘둘렀고 나는 철판교로 피했다가 일어나면서 독사출동의 수법으로 검을 찔러갔다’ 라는 묘사 역시 주인공이 무협에서 판타지로 넘어간 인물이 아닌 이상 쓰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그렇다면 순수 판타지내에서 쓰이는 무협식 설명은 어떨까요? 위와 같이 판타지 내에선 상황에 맞지않게 느껴져서 내공을 영역하여 한글로 다시 풀었쓴 것이 마나 같은 단어를 낳게 되었습니다. 여기서 또 생기는 문제란 것이 기실 마나라는 것은 서양의 개념대로 존재하는, 기존에 있던 단어이고 엄밀히 말하자면 내공이란 것과 같다고 하긴 힘들다는 것인데... 이 문제는 접어두고 다시 돌아와 판타지에서 쓰이는 무협식 설명은 이치에 맞지 않는 걸까요? 독사출동이란 초식은 독니를 가진 뱀이 빠르게 튀어나오는 모습을 본따 만든 초식이니만큼 그대로 판타지에 적용한다고 해서 그 자체로 문제 될 건 없습니다만 독자가 느끼는 무협과 판타지의 괴리감에서 벗어날 순 없겠지요. 한자성어로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문제라는건데 사실 검법, 왕가, 황제등등 이미 수 많은 한자로 점철되어 있는 판타지에 한자성어로 묘사를 쓰는 것이 크게 거부감을 주는가에 대해선... 심적으론 동감하면서도 이해가 안되는 면이 있기도 합니다. 한자성어로 묘사하는 건 무협만의 특징이랄 수도 있겠습니다만 다른 건 다 무협에서 가져오면서 굳이 이건 못가져올 이유가 무언가 싶기도 하고... 이부분에 대해선 딱히 뭐라 결론을 짓기 힘들더군요. 판타지에서 쓰이는 한문의 범위는 어디까지 용인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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