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졸업일.
많은 부모들이 찾아와서 도란도란 웃으며 가족끼리 사진을 찍고 있었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었다.
가족들과 사진을 찍고 친구들과 찍기 위해 시선을 돌렸는데 창문 곁에서 혼자 서 있는 친구가 있었다. 왠지 쓸쓸해 보였다.
그 친구와는 그리 친하진 않았지만 가끔 체벌을 같이 받을 때가 있었다.
(숙제를 안하거나 준비물을 빠뜨리거나 시끄럽게 떠들다 걸렸을 것이다.)
함께 복도에서 엎드려있거나 교실 뒷편에 나가 손을 들고 벌을 받던 친구였다.
문득 그때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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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느 날처럼 복도에서 엎드려 있던 그 친구는 그때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사실 비밀인데 우리 아빠는 깡패야. 그래서 나도 깡패가 되지 않을까?”
나는 속으로 신음을 했다. 나도 지금 포풍 사춘기인데 그런 어려운 문제를 내다니.
안 그래도 여자친구 때문에 심란한데...
그래도 상담은 해주어야 했다.
“ㄴㄴ, 니 아빠는 니 아빠. 너는 너. 내가 볼 때 너는 정도 많고 착해서 그러지 않을 것 같아.”
엎드려 있어서 보이진 않았지만 그 친구는 환하게 웃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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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 친구에게 다가가서 말했다.
“사진 같이 찍을래? ”
머뭇거리던 친구는 말문을 열었다.
“내가 그래도 될까? ”
“ㅇㅇ, 꼭 해줘.”
졸업식 내내 혼자였던 그가 그제야 환하게 웃었다.
나도 기뻤다.
그 사진은 내 서랍 한 가운데 고이 모셔놨다.
갑자기 그가 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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