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론
판타지 세상엔 절대강자라는 존재가 있다. 서양의 유명 세계관인 D&D의 마법사도 시간을 멈출 수 있는 능력이 있고, 한국의 수많은 판타지에선 손짓 한 번에 수십, 수백명이 반토막이 되어 죽어간다.
그렇다면 내가 판타지 세상의 절대 강자라고 가정했을 때 나는 사회에 어떤 존재가 될 것인가 한 번 상상해보도록 하자.
2. 시대배경
배경은 흔히 볼 수 있는 철을 다를 수 있는 문명 수준이다. 화약무기는 발달되지 않았으며 제법 높은 수준의 열처리 기술을 갖고 있다. 활자기술이 없어 손으로 써야 해 책이 귀하다. 몬스터의 존재로 인해 농업생산력이 좋은 편은 아니다. 즉, 그리 발달 되지 않은, 그리 안정적이지 않은 사회라는 것이다.
3. 절대자의 강함의 기준
절대자의 무력은 어느 정도 될까? 작품마다 설정이 다르지만 흔히 말하는 소드마스터와 9서클 대마법사라고 가정하자. 세계관이 잘 짜여진 서양 판타지나 그것을 기반으로한 국내 판타지는 논외로 친다. 이미 그 쪽은 제법 논의가 되고 있을 터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생각보다 무력이 강한 국내 판타지의 절대자들은 무력이 어느 정도일까?
작품들을 보면 이런 절대자들이 국가의 무력에 미치는 영향이 무척이나 크다고 나온다. 거의 전략무기급 수준이다. 절대자의 존재가 전투의 승패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과장을 좀 보태면 조총을 든 왜놈들 사이에 뛰어든 전차를 보는 것 같다. 최소한 영지전 정도는 혼자 감당할 수 있어보인다.
4. 그곳 인간들의 생각하는 방법.
작품이 표현한 판타지 세상이라고 해서 특별히 인간들이 다르게 생각하진 않는다. 현대의 인간을 보는 듯 나쁜 사람, 좋은 사람, 기회주의적인 사람 모두 있다. 심지어 신이 존재하고 그 기적을 증거로 보여주는 세상임에도 부패한 성직자가 있으며 도덕은 바로 서지 않았다. 즉 인간은 욕심이 많고 그것을 충분히 저지를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이다.
5. 절대자가 사회에 끼칠 영향.
위의 조건을 따져봤을 때 판타지 소설은 큰 모순을 갖게 되지 않나 싶다. 바로 대부분의 소설이 봉건제와 장자 우선 상속을 표방하고 있다는 것이다. 왕이 존재하고 영지을 가진 영주가 있는. 이 체제는 생각보다 틀이 잘 짜여 있어 기사는 충성심을 갖고 주인을 보필한다. 특히나 왕의 오른팔 역할을 하는 소드마스터 공작 캐릭터는 약방의 감초다.
이것이 과연 가능한 일일까?
인간이 사회적 제도를 유지할 수 있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라고 생각한다. 하나는 인간의 능력이 개인차가 있다고는 하지만 크게 보면 고만고만하다는 것이며, 사회적 제도를 유지하는 것이 인간이라는 종이 생존하는데 큰 이점을 준다는 것이다.
그런데 절대자의 무력은 인간이라는 종을 뛰어넘을 정도다. 사회적 제도가 어떻든 마음먹은 대로 뭐든지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왕이니 영주니 하는 계급이 무의미하다는 말이다. 절대자는 사회 시스템을 고려할 이유가 없다. 그냥 다 죽이고 왕위에 오르면 된다. 절대자의 아들이라고 다를 것 없다. 절대자라는 우산이 치워지게 되면 다른 절대자의 손에 죽음을 맞을 수밖에 없다. 즉 온전한 힘의 논리를 따르지 않을까 싶다.
집단은 절대자를 중심으로 이뤄지게 될 것이다. 이는 조직폭력배가 일정한 구역을 기반으로 삼고 폭력을 통해 영향력을 키워나가는 것과 비슷하다. 역량 만큼의 구역을 차지할 것이고 나머지 자리는 다른 힘 있는 사람에 의해 지배될 것이다. 부자상속은 없어질 것이고 능력있는 사람이 능력만큼의 힘을 갖게 될 것이다. 권력이나 금력은 의미 없다. 무력이 그 모든 것을 무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힘이 있는 일부에게 전적으로 의지하는 것이기에 생각보다 무리가 차지하는 영역은 크지 않을 것이다. 땅을 넓게 가져도 지킬 수가 없다. 절대자의 게릴라전에 모든 것이 무너질 것이기 때문이다. 국경수비대의 의미가 없는 것이다. 그들이 하는 일은 몬스터를 막아내는 정도일 뿐이다.
6. 결론.
위의 것들을 종합해본 결과 절대 강자가 존재한다면 국가라는 개념은 없어지고, 원시의 씨족 사회처럼 그런 식의 무리가 형성되지 않을까 싶다. 현재의 도덕관과는 다른 관념이 있을 것이다. 무력이라는 가시적이고 단순한 목표가 있기에 문명은 발달되지 않고 어느 정도 선에서 정체될 지도 모른다. 눈앞에 있는 마법이라는 희대의 기적을 버려두고 잘 알지도 못하는 상상 속의 기술에 목매달긴 어려운 일이니까. 발전이 있다고 하더라도 특별한 계기가 없다면 무척이나 더딜 것이다. 수천년이 지나도 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판타지속의 배경설정은 어찌보면 타당한 것일지도 모른다.
계급은 남아있어도 신분계층이란 것은 없어질 것이다. 절대자의 자식이라고 해서 절대자가 되는 것은 아니니까. 존재의 고귀함은 혈통이 아닌 보여줄 수 있는 무력으로 밖에 증명하지 못할 것이다.
물론 세상을 돌아가게 하는 메카니즘은 무척이나 복잡한 것이어서 몇가지 설정에 의해 설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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