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들어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다시 크툴루 신화 자료를 깨작깨작 뒤척거리곤 합니다.
러브크래프트의 소설을 보면 인간이 감당할수 없는 거대한 광기와 악의로 인해 주인공들이 죄다 미치거나 죽는 암울한 모습들이 나오죠. 뭐 이거 얘기하자면 한도끝도 없고..
그러다 잠깐 떠오른게, 꼭 문어머리에 기괴한 대륙에서 잠들고있는 상태가 아니라도 충분히 무서울만한 대상이 있더군요. 바로 용입니다. 기본적으로 세계의 여러 신화에서도 세계구 급으로 노는 모습들이 나오곤하죠. 대표적으로 유명한 요르문간드나 튀폰, 나가라자인 아난타 등이 있겠네요.
그런데 판타지 세상이 실제로 있어서 우리가 일반적으로 이야기하는 서양식 용이 있다고 치면, 이것도 충분히 코즈믹 호러의 대상으로서 묘사할수도 있을것 같습니다. 아, 물론 요즘 한국형 판타지에서 주로 나오는 마법쓰는 도마뱀, 주인공의 기연창고, 아낌없이 주는 호구 말고 이야기죠.
대충 드래곤의 특징으로는 거대하고 날개달린 파충류에, 마법같은 엄청난 신비한 힘을 가지고있고, 인간보다 매우 오래 살며 그만큼 현명한 점 등을 들수가 있을겁니다.
코즈믹 호러 장르가 인간이 이해할수도 없는 차원의 거대한 악의에 의한 파멸을 보여준다면, 위와같은 특징들은 드래곤도 코즈믹 호러에 넣을 수있는 근거가 될겁니다.
물론 좀전에도 말했듯이 주인공의 친구 역할인 나잇값못하는 바보 캐릭터말고, 실제로 저런게 있다는 가정하의 이야깁니다.
일단 거대하다는 점에서 반은 먹고 들어가죠. 진격의 거인같은 것(전 보진않았습니다만)에서도 볼수 있듯이 일단 인간이 통제할수 없는 규모의 존재가 몸을 들이대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공포가 생길겁니다. 꼭 저런게 아니더라도, 거대한 헬로키티나 거대한 피카츄가 나와서 도심에 돌아다니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패닉이 일어나겠죠. 거기다 드래곤은 인간이 쉽게 적응하지 못하는 비늘달린 파충류 모습입니다. 피부에 끈적끈적한 점액이라도 흐른다면 정말 끝장이겠네요.
또 불을 뿜뜬 운석을 떨구든 인간이 쉽게 대응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그 능력은 천재지변에 가깝습니다. 이성적인 대화가 통하기라도 하면 상호간의 이해를 통해 그 공포심을 줄이는 방법도 모색할수 있겠지만, 드래곤이 잠자코 들어줄지는 의문입니다. 뭐 사실 소설에서야 맨날 나와서 등장인물들이랑 친구먹고 그러지만, 그건 이야기 전개하려면 어쩔수 없어서 그런거잖아요. 대박 오래살고 짱쎄며 머리도 좋은 존재가 자기보다 열등한 존재한테 신경이나 쓸까요? 저라면 갑자기 메뚜기나 나방이 저한테 말을 걸어온다고 해서 진지하고 심도있는 대화를 통해 서로의 권리를 존중하고 그러진 않을거같습니다. 귀찮으면 내비두고, 번거롭게 군다면 우리가 모기한테 에프킬라 뿌리는 정도의 심각함을 가지고 인간들을 청소할지도 모르지요.
쓸데없는 글이 길어졌는데, 결론은 평범한 소재 가지고도 다양한 시도를 해볼수 있겠다 하는 겁니다.
단순한 마왕 도식에서 벗어난 판타지 세상의 절망도 흥미로울거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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